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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악녀의 역할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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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가 끝나고 나서도 황제와의 대화는 이어졌다. 나는 지금껏 겪은 상황의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지만, 동시에 그의 예상 밖의 부드러운 태도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도 느껴졌다.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그는 나에게 말했다.

"한세아, 그대는 소문과 참 다릅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던 것만을 믿지만, 저는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그가 이미 나를 괴롭힐 계획을 세운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나에 대해 어떤 흥미를 가졌던 것인지 헷갈릴 뿐이었다.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 대답하며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황제는 그런 나를 좀 더 안심시키려는 듯, 다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습니다. 더 많은 것을 서로 알아갈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의 말에 나는 황제가 도대체 무슨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 더욱 의아해졌다. 소설 속에서는 내가 상당히 빠르게 그의 눈 밖에 났었다. 하지만 지금의 황제는 어째서인지 전혀 그런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저녁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만큼 빠르게 흘러갔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가 되자 황제가 손목시계를 보며 아쉽다는 듯 말했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 밤 제가 좀 더 즐거운 하루를 보낸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까지의 대화와 그 모순된 그의 태도에 대해 생각했다. 원작에서 보던 무정한 모습과 사뭇 다른 그의 행동은 그가 나를 시험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의문을 품고 있는 한, 나는 절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잠자리에 들기 전, 나는 오늘 하루를 되짚어보며 내일부터 어떤 식으로 그에게 대해야 할지 고민했다. 먼저 다가가는 것이 오히려 그에게 무기를 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들었지만, 나는 이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고 싶었다.

"내일도 잘 부탁드립니다, 폐하." 그 밤, 꿈 대신 자아낸 작은 기도를 끝으로 다시 빙의된 인생을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것은 거부할 수 없는, 또 다른 역할극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