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문이 벌컥 열리며 쏟아져 들어온 빗줄기가 바닥의 서류를 적셨다. 낯선 남자의 서류 가방이 콘크리트에 부딪히는 소리가 메아리쳤고, 그 충격으로 흩어진 종이들이 물에 젖어 번지기 시작했다.
"소희 씨, 저는 당신 아버지의 변호사였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이 모든 복수의 진짜 대상이라는 걸 이제부터 알려드리죠."
변호사의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공기를 찢었다. 소희의 손이 지민의 팔을 움켜쥐었다. 손가락 끝이 그의 피부에 파고들며 따끔거리는 감각이 전해졌다. 지민의 체온이 그녀의 손바닥을 통해 스며들었지만, 그 온기가 오히려 그녀의 몸을 더 얼게 만들었다.
민재가 담배를 바닥에 버리며 발로 비볐다. 연기가 천천히 흩어지며 그의 웃음소리가 따라왔다.
"이제야 나타났군. 약속 시간이 늦었잖아."
변호사는 우산을 접으며 한 걸음 내디뎠다. 그의 구두 소리가 물웅덩이를 찰싹이며 울렸다. 소희는 몸을 돌려 그를 마주했다. 그녀의 가슴이 빠르게 오르내렸고, 젖은 코트가 피부에 달라붙는 차가운 감촉이 신경을 긁었다.
"대상? 무슨 소리예요. 아버지가 남긴 게 또 뭐가 있단 거죠?"
변호사는 젖은 서류를 주워 들었다. 종이가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바스락거렸다.
"이건 당신 아버지가 죽기 직전 작성한 최종 유언입니다. 지민 씨, 당신이 찾던 그 파일의 진짜 내용이 여기 있죠."
지민의 눈동자가 서류를 향해 번뜩였다. 그는 소희의 허리를 감싼 손에 힘을 주었다. 그녀의 몸이 그의 가슴에 닿으며 따뜻한 호흡이 목덜미를 스쳤다.
"그걸 왜 이제야…"
다혜가 소파에서 일어나며 손을 떨었다. 그녀의 목소리가 가늘게 갈라졌다.
"변호사님, 그건… 소희가 알면 안 되는 거였잖아요. 아버지가…"
"다혜 씨, 당신도 이미 알고 있었을 텐데."
변호사가 서류를 펼쳤다. 종이의 잉크가 빗물에 번지며 글자가 일그러졌다. 소희는 그 글자를 읽으려다 멈췄다. 그녀의 시야가 흐려지며 공장의 금속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민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발소리가 바닥을 울렸다.
"그 유언, 읽지 마. 소희."
소희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녀의 손바닥이 그의 셔츠에 스치며 뜨거운 마찰음이 났다.
"왜? 이제 와서 또 숨기려고? 아버지가 남긴 게 뭐길래, 내가 복수의 대상이라는 거예요?"
민재가 웃으며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화면의 빛이 그의 얼굴을 비췄다.
"읽어. 그 안에 네가 왜 여기까지 끌려왔는지 다 나와 있어. 네 아버지가 지민의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았을 뿐만 아니라, 너까지 연루시킨 이유도."
다혜가 민재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의 손이 떨리며 그의 소매를 쥐었다.
"민재, 그만해. 이제 소희는…"
"이미 늦었어, 다혜."
변호사가 서류를 소희에게 내밀었다. 종이의 가장자리가 그녀의 손가락에 닿으며 차가운 감촉이 전해졌다.
"읽어보세요. 당신 아버지는 지민 씨에게 복수를 지시하면서도, 마지막으로 당신을 보호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보호가 오히려 당신을 이 모든 일의 중심에 세웠죠."
소희의 눈이 서류 위를 훑었다. 글자가 그녀의 뇌리를 파고들었다. '소희를 지켜라. 그러나 그녀가 진실을 알게 되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
그녀의 무릎이 후들거렸다. 지민이 그녀를 붙잡았다.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뜨거운 체온이 스며들었다.
"소희, 그건… 네 아버지가 나에게 남긴 마지막 명령이야. 너를 지키면서도, 복수를 끝내라는."
소희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이 지민의 갈색 눈동자를 응시했다. 그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솟아올랐다.
"그럼 왜 나를 끌어들인 거야? 그 키스도, 그 모든 욕망도… 다 아버지의 명령 때문이었어?"
지민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는 대답 대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서로 얽히며 땀으로 미끄러졌다.
"아니. 처음엔 그랬을지 몰라. 하지만 너를 만난 순간부터… 모든 게 달라졌어."
민재가 박수를 쳤다. 그 소리가 공장을 울렸다.
"감동적이군. 하지만 진짜 폭로는 아직 남았어. 소희, 너도 그날 밤에 네 아버지가 죽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
다혜가 몸을 떨었다. 그녀의 시선이 바닥을 향했다.
"민재, 이제 그만. 소희가 더 이상…"
변호사가 다시 서류를 뒤적였다. 또 다른 종이가 떨어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이건 네 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편지입니다. 지민 씨의 어머니를 죽인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왜 너를 이 복수의 고리에 묶으려 했는지."
소희는 그 종이를 집어 들었다. 글자가 그녀의 손끝을 타고 올라왔다. '소희야, 네가 이걸 읽는 순간, 너는 나의 죄를 짊어지게 될 거다. 지민을 용서하든, 아니면 끝내든.'
그녀의 가슴이 조여왔다. 지민이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그의 숨결이 그녀의 귀를 간질였다.
"소희, 이제 선택해야 해. 이 모든 걸 끝낼지, 아니면…"
공장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다시 울렸다. 문이 열리며 또 다른 그림자가 들어섰다. 낯선 남자의 실루엣이 빗속에 서 있었다.
"변호사, 약속은 여기까지야. 이제 소희 씨에게 진짜 선택지를 알려줄 시간이지."
그 남자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는 지민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지민, 너도 이제 알겠지? 소희가 이 복수의 진짜 끝이라는 걸."
지민의 몸이 굳었다. 그의 손이 소희의 허리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 소희는 숨을 멈췄다. 새로운 남자의 눈이 그녀를 향해 번뜩였다.
"소희 씨, 당신 아버지는 당신을 보호하려다 모든 걸 망쳤습니다. 이제 선택하세요. 사랑할 건지, 아니면 이 복수를 끝낼 건지. 하지만 그 선택이… 당신 목숨을 걸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민재가 웃으며 담배를 다시 물었다. 연기가 천천히 피어올랐다. 다혜의 손이 떨리며 소파를 움켜쥐었다. 소희는 지민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갈색 눈동자가 그녀를 삼킬 듯 깊었다.
그녀의 손이 그의 셔츠를 붙잡았다. 천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공장의 빗소리가 점점 커지며,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순간이 이어졌다.
변호사가 서류를 다시 펼쳤다. 마지막 페이지가 드러났다. 소희의 이름이 적힌 계약서가 빛을 받았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당신이 이걸 받아들이는 순간, 진짜 게임이 시작되죠."
소희의 심장이 요동쳤다. 지민이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의 체온이 그녀의 몸을 감쌌지만, 그 온기가 오히려 그녀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낯선 남자가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손에 들린 또 다른 파일이 번쩍였다.
"준비됐나, 소희 씨? 이제부터 당신의 진짜 복수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