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박자가 귓가에 여운을 남기자 이진호는 발걸음을 잠시 멈췄다. 그의 눈은 빛바랜 회색 빌딩 사이로 몰려드는 어둠 저편을 노려보았다. 누군가 흔드는 종소리처럼 그 어둠 깊은 곳에서 낯선 음이 고동쳤다. 그 순간, 잊힌 선율이 그의 뇌리 속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주위의 차가운 바람이 그의 뺨을 스쳤다. 그 바람은 마치 타는 냄새를 남길 것처럼 그를 스쳤으며, 심장이 울컥거렸다. 스산한 공기가 피부 위에서 싸늘하게 쓸려 내려왔다. 그는 한 발 또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디디며 음을 따라갔다.
"진호, 무슨 일이야?"
신아린의 목소리가 느려졌다. 그녀의 음색은 마치 나지막한 달빛처럼 그를 에워싸며 고요를 부숴냈다. 방금 그의 귀에 섞였던 불꽃 같은 음을 들으며 그녀의 존재가 새로운 온기로 바뀌었다.
"음악이... 어딜까."
그의 대답은 얼어붙은 흔적을 따라가듯 그녀의 마음속으로 깊숙이 박혔다. 그녀의 얼굴은 가느다란 불안과 기대감으로 빛났다. 그녀의 눈빛은 알 수 없게 번뜩였다.
그 순간, 멀리서 또 다른 그림자가 두드러졌다. 박선우는 이내 두 사람 곁으로 다가왔다. 그의 숨이 거친 공기와 함께 얼어붙으며 천천히 가라앉았다.
"너희, 여기 있었네. 다 괜찮아?"
그들은 암묵적으로 대답 대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서로의 목소리가 감정의 충돌을 묘사하길 포기하고 있었다. 선우는 두 사람의 긴 침묵 속에서 그의 신뢰를 건넸다.
"전설적인 음악을 찾아야겠지. 우리의 길 찾기가 시작될 거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도착한 이는 정혜수였다. 그녀의 발소리가 낯익어지기 전에, 그녀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올라갔다. 음직이지 않는 목소리가 거리를 메웠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이 길은 오랜만인 것 같네요."
혜수의 말에 머리를 대던 진호는, 그녀의 눈빛이 그를 주시하고 있는 걸 깨달았다. 그녀의 차가운 숨결은 그를 돌아보게 만들었고, 그와의 긴장감을 조악하게 끌어올렸다.
어느샌가 그들 사이로 바람이 흩날리자, 음의 파편이 별빛처럼 반짝였다. 그 순간, 시간이 잠시 멈췄는지 머뭇거리는 숨결이 부드럽게 어긋났다. 네 사람은 마주선 채, 각자의 심장을 울리는 음악의 끝을 상상했다.
"음악의 흐름에 따라가자. 우리가 찾고자 하는 답이 다른 목소리에 감춰져 있을지도 몰라."
그 말에 방향을 정한 진호는 길의 끝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음악은 언제나 그들보다 앞서 있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언제나 그들보다 뒤에 남아 있었다. 그들이 나아갈 길 저편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 긴 여정의 끝은 여전히 빛바랜 환영처럼 다가오지 않았다. 그들이 서로의 어깨를 다독이며 다음 음계 위로 걸음을 옮길 때, 진호는 마침내 제대로 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 하모니가 이루어질 시간은 더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저 너머의 낯설고도 예기치 못한 음계를 그리며, 그들은 또 다른 위기와 기회가 부여될 그 순간을 기다렸다.
반전의 순간이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그들이 알지 못한 진실이 멀지 않은 곳에서 그들을 부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음악의 향기에 휩싸인 채, 기다림도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