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의 저녁 공기가 스산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고, 인간의 감정을 무릎 아래까지 덮쳐오는 듯한 어둡고 차가운 바람이 귀에 스치며 말을 걸었다. 김민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의 심장은 태풍의 눈 속에 들어간 것마냥 미처 다그치지 못한 감정의 회오리 속에서 넘실거렸다. 그 순간, 그는 강렬한 호명 소리를 들었다.
“이보세요, 김민재!”
깊숙한 목소리가 마치 멈춤 지점에서 폭발하듯이 민재를 감싸 안았다. 그리자 무언가를 기대하는 관중들의 시선은 금새 그에게 쏠렸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으려 운동장을 둘러보았다.
떨리는 긴장 속에 주위를 둘러보던 그의 시선이 마침내 흑백의 대조가 깔려 있는 스포츠 트랙의 경계에서 밀려나오고 있었다. 상대 팀의 박수 소리와 관중들이 더는 숨기지 않는 기대가 서린 손짓 속에서, 이민호 코치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감정이 얽혀들어간 무언가를 전하기 위해 불안정하게 반짝거렸다.
"지금!" 이민호 코치의 손이 허공을 가르며 외쳤다.
민재는 주의를 환기시키며 발을 들어 올려 숨 넘치는 경기장으로 돌아왔다. 공은 빠르고 불확실하게 돌아다니고 그의 동료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안간힘을 다하며 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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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민재는 코너킥 준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매서운 바람이 그의 이마를 때리며 수많은 팬들의 함성이 주위를 울린다. 그는 소나기 같은 긴장과 전투의 열기에 심장을 부여잡으며 코너킥을 올렸다. 공은 높은 궤적을 그리며 골 포스트를 향해 날아갔다.
"민재야! 뒤를 지켜!"
박지훈의 목소리가 허공을 가르며 들려왔다. 민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팔꿈치와 어깨가 마주칠 정도로 가까이에서 그와 함께 뛰었다. 휘영청 비추는 조명 아래서 지훈의 휘날리는 머리카락조차 명확히 보였다.
공이 골문을 향해 떨어질 때, 민재는 그의 시선을 뺏기지 않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쳐 지나는 생각들, 그것들이 그가 계획한 모든 것을 방해했다. 예고되지 않은 변수가 다가오는 바로 그 순간, 이서진의 미소가 그의 마음속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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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그늘진 표정으로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녀의 눈은 확신 없이 흘러내리는 별빛처럼, 어딘가 멍하니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민재야, 너 정말 오늘 잘 하고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은밀하게 차오르는 교향곡처럼 그의 귀를 채웠다.
그러나 민재는 여전히 경기장에 몰입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없었다. 골대를 벗어나면서도, 그의 가슴 속 깊은 곳에 미처 해소하지 못한 무언가가 고동쳤다. 마치 밀려오는 새벽의 어둠 속에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하는 듯했다.
"나는 꼭 해야 해...!"
속으로 외친 그의 결심은 그렇지만 똑같이 연하게 억누른 비명을 토해냈다. 그의 파급이 거친 도로 위의 먼지가 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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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기 종료가 가까워질 무렵, 민재는 필드를 종횡무진하며 돌진하였다. 무언가를 결심한듯 그의 발걸음은 빠르고도 날카로웠다.
그의 몸은 허공으로 떠오르면서, 시야에 잔상을 남기는 강렬한 불빛 아래로 딱딱거리는 관객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고도수를 테스트하듯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지는 열기 속에서 그는 균형을 잃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막힘없이 굳혀 갔다.
그러나 불행처럼 예기치 않은 순간이 다가왔다. 순간적으로 이쪽을 향해 기대고 있는 신체의 진동과 에어볼을 위해 곁을 잡던 전환이 맞닿아 그는 자신의 방향을 놓쳤다.
이민호 코치의 시선은 여전히 이 상황을 초점으로 넘겨주며, 무언가 예견하려는 듯 서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그를 압도적으로 휘감던 불안의 한 단면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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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에서 깜깜했던 순간이 지나고, 민재는 다시 힘겹게 일어서며 그 경계에 서 있었다. 눈 앞에 등장한 이민호 코치의 얼굴에서도 어떠한 감정이 엇갈렸다. 모든 것이 그곳에서 끝날 수 없다는 믿음이 그의 가슴 속 깊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제 시작이야, 민재.”
이민호 코치의 말은 조용히 새벽 빛을 곱씹듯 그의 머릿속에 들어왔다. 민재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시야를 덮는 어둡고 푸른 하늘 사이로 뭔가가 영원한 명확함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순간, 경기장의 전원이 꺼지며 엄청난 암흑 속으로 경기장이 빠져들었다. 경기장의 소음마저 사라지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민재는 숨 돌릴 겨를도 없이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그리고 민재의 마음 속에는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직감하면서 무언가 거대한 문제가 감추어진 채 기억하고 있는 그들만의 진실을 알기 위해 뚫고 나가야 했다.
민재는 다음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를, 그리고 두발로 찍어내고 있는 새로운 경기를 시작하려 했다. 결단과 결단, 대비와 대비, 그의 의문문은 이제 무언가 더 큰 탐구의 시작을 알리는 첫 초보였다.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밝혀질 진실 혹은 거짓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은, 이 모든 것이 그저 미로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