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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2화
공부가 사랑을 만든다면
제2화

출발점에 선 두 사람

누군가 교실 문턱을 조용히 넘었다. 그 순간 불현듯 흐리멍덩하게 스며든 건 납-

같은 교실 분위기를 단번에 깨부수는 경쾌한 발걸음 소리였다. 연주였다. 그녀는 입구에 서서 쾌활한 미소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어머, 이런 시간에도 공부를?"

수현은 손끝으로 연필을 굴리다 멈칫했다. 낯선 까닭은 아니었다. 이미 학교 구석구석에서 이야기를 들었다. 자유로운 영혼, 연주. 박진감 넘치는 그녀의 조 소리 하나하나가 연필 끝에서 흘러나오는 음표 같았다.

"뭐, 나는 아까 과정에서 덜 한 게 있어서 좀 남아 있었어."

수현은 연주의 시선 앞에서 삐뚤어진 모터처럼 뚝뚝 말을 꺼냈다. 떨림은 없었지만 확실히 느슨한 팽팽함이 맴돌았다.

연주는 웃으며 한비 쪽으로 다가와 앉았다. "미술 전시회 준비하는 거야?"

한비는 감정의 여운을 담아 연주의 얼굴을 응시했다. "응, 아직은 초안이지만 손봐야 할 것들이 좀 있어. 네가 도와줄래?"

연주는 괜한 짓궂음을 드러내듯 장난스럽게 눈썹을 들어 올렸다. "나야말로 모르는 게 태반인걸, 대상은 다들 너한테 맡기랬지."

수현은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기만 했다. 방 안을 가득 메운 연주의 에너지가 묘하게 그들의 조용한 공부 시간을 덮어버렸다. 상큼한 향기가 그의 코끝을 찌르며 맴돌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열정이, 오늘따라 더 강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쯤에서 멈추고 싶지 않은 질병 같은 뜨거움이 수현의 의식에 자리잡았다. 연주의 존재가 앞으로 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길 없었다. 수학 문제들은 여전히 칠판에 그들만의 싸움으로 남아 있었다.

"다른 시간에 더 이야기하자. 오늘은 그만 하고 다 같이 무언가 먹으러 갈래?" 연주는 눈을 진지하게 빛내며 제안을 던졌다.

잠시의 망설임 끝에 수현과 한비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뭔가 새롭고 낯선 것이 일렁였다. 그들은 비로소 추운 교실 박물관에서 벗어나 미지의 세상 속으로 향해 연주의 앞장을 따르고자 했다.

### 2. 미지의 공간으로

수현과 한비, 그리고 연주는 학교 근처에 있는 오래된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이 열릴 때마다 딸깍거리는 소리가 마치 오래된 그래머폰의 침이 먼지를 털며 음반 위로 미끄러지는 소리 같았다.

가게 안은 숨 막히는 듯한 복고풍의 인테리어와 향긋한 커피 향기로 뒤섞여 있었다. 이보다 더 낡고 아늑한 분위기가 있을 수 있을까 싶었다. 바깥의 소음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상상 속 장소처럼 편안했다.

"이곳은 정말 격이 있는 공간이네." 한비가 따뜻한 손길로 찻잔을 감싸 쥐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무언가 위안을 찾은 듯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연주는 커피를 훠엉 들이마시며 웃었다. "자주 오는 곳이야. 여기 주인 아저씨가 내 그림을 좋아해서, 감상하는 내내 그림들의 보관을 허락해줬어."

수현은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서 반짝이는 빛, 흔들리는 나뭇가지,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지켜보며 잠시 눈을 감았다. 그 속에는 변하지 않는 세계가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마음이 놓였다.

그러나 이방인처럼 마음이 당겨지지 않았다. 이 도시에 흩어져 있는 무수한 성난 호기심은 여전히 그의 심장을 똬리 틀었다. 연주의 입김이 그의 마음 가장 밑바닥에 닿았다는 느낌.

연주의 시선이 그를 조용히 사로잡았다. "뭘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 커피는 충분히 마셨을 것이고." 그녀의 눈은 찬란했다. 그의 어느 언젠가 본, 망설임 없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의 하늘 같은, 여지를 남겨 두었던 그날의 그것.

수현은 미소를 지었다. "여기 이야기와 우리가 여기 있으니까, 모든 게 다 풀린 거지. 이게 우리가 함께 시작한 의미일까 싶어서."

그렇게 말하며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대화가 길어지고, 서로의 비밀을 쏟아내는 사이, 미지의 어두운 색감으로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 3. 예고된 일상의 변화

연주는 한비에게 말했다. "이제 너도 알다시피, 우리 반에서는 미술과 수학이 나란히 서 있는 게 드문 일이야. 아마 작년부터였을 거야."

한비는 레몬 크림이 얹어진 케잌 조각을 손가락으로 옮겨가며 끄덕였다. 당연히 들어본 이야기였다.

연주의 눈빛이 가늘어지면서 숨죽였던 도중, 그녀의 손이 접시가 덜컥 소리를 내며 움직였다. "우리가 지금 이 상황, 내가 정말 원한다면 말이야, 전시회의 중심을 끌어가는 거지."

한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될 수 있어. 그리고 마찬가지로 수현이도 자신의 수학 대회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어."

그 순간 수현의 마음 속을 가로질렀던 조각들이 마치 연주의 말과 함께 비로소 맞춰졌다. 두 도저히 합쳐질 수 없었던 두 악보가 같은 화음에 어울렸던 것처럼. 하지만 모든 것에는 대가가 따를 터였다.

갑자기 문이 열리고 민재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빛보다 빠르게 달려왔을 것처럼, 한 쪽 손으로 땀방울을 쓸어 내리며 말했다. "야, 중요한 통보가 있어. 너희 둘 다 관련된 거야."

수현과 연주는 미소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의 눈빛 속에는 다음에 다가올 무거운 진실을 알리는 느낌이 자리잡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대한 소식일 것이다.

우리는 아직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거대한 혼란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며.

과연 두 사람은 어떤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인가?

📚 공부가 사랑을 만든다면
1화   날개의 시작 2화   출발점에 선 두 사람 3화   폭풍을 예고하는 새로운 발견 4화   새로운 교차로에서의 선택 5화   숨겨진 갈림길의 선택 6화   숨겨진 진실의 균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