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소리는 아직 귓가에 맴돌고 있었다. 함께 달리던 발자국 소리 사이로 다양한 소리가 교차했다. 폭발의 잔향은 공기 중에 악취를 남겼고, 균열의 흔적은 도시의 폐허 속에서 가물거렸다. 이 낯익은 광경에서 내가 새삼 느낀 것은 심장의 타이밍이 어긋날 때의 두근거림이었다.
"빨리 이쪽으로!"
영훈이 손짓을 하며 외쳤다. 그는 예사롭지 않은 냉정함을 유지하며 우리를 이끌었다. 그 순간에도 레스티의 걸음은 망설임이 없었고, 그녀의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주변의 모든 소리는 저 멀리 사라지며, 우리의 모든 신경은 오직 한 곳에 집중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우리의 목을 겨냥한 표적이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정적, 너무 조용하잖아. 뭔가 틀림없이 잘못됐어."
이정희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 정적은 또 다른 소란으로 채워졌다. 발 밑으로 흐르는 파편 소리가 되살아났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뒤따라오는 어두운 그림자는 우리의 필사적인 도망을 방해하기 시작했다.
"뭘 찾아야 해, 영훈. 도대체 뭐가 숨겨져 있는 건지 말해."
내 목소리는 내 심장의 박동처럼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대답을 기다리는 동안, 끊임없이 이어지는 긴장감이 우리의 목을 죄어왔다. 영훈은 한숨을 내쉬며 느리게 대답했다.
"그것은 아직 여기 있어. 범죄 조직의 핵심, 모든 것이 연결된 단서. 하지만 그들이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어. 우리가 늦을 수도 있어."
영훈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그 동안 알고 있었던 지식을 주저하지 않고 드러냈다. 이 순간, 그의 안에 숨겨진 과거가 얼마나 가혹했을지 머릿속을 스쳤다. 우리 모두 예기치 못한 순간, 우리의 이야기를 쓰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 감정은 곧 우리의 발아래로 빠르게 스며들었다.
---
건물 모퉁이를 돌자, 눈앞엔 붉은 조명이 펼쳐졌다. 뜨거운 공기가 우리의 시신경을 자극하며 현장을 비췄다. 무너진 자동차들, 흩어진 유리 조각들, 그 현장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모든 혼란의 원인인 듯 싶었다. 채유리가 멀리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아. 곧 이곳이 전장이 될 거야."
그녀의 목소리엔 알 수 없는 권위가 실려 있었다. 그녀가 풀어놓은 정보들은 이제야 점차 그 전말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내겐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 중심에 서게 될 '놈'들의 의도는 무엇인지 단 하나도 파악할 수가 없었다.
정희와 나는 재빠르게 눈빛을 교환했다. 우리의 비명이 됐건, 폭발이 됐건, 이 모든 상황이 누군가의 계획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떠한 증거도 없었고, 적어도 지금은 누구도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주변 경쟁자가 더이상 없는 골목으로 들어서자, 그때야 비로소 우리가 한 숨 돌리고 있었다. 이날까지 도달한 여러 상황 속에서 우리의 노력이 겨우 실제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영훈은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불을 붙였다. 불꽃이 어둠 속에서 번쩍, 떠올랐다.
"도현. 이제는 선택의 순간이 온 거야."
그는 손을 들어 불빛을 멀리 흩어놓았다. 우리는 다가오는 폭풍 속에 다시 불어닥칠 일에 대비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한 발 잘못 내딛기라도 하면, 그 끝에서 무엇이 기다릴지 알 수 없는 암흑 속에서 나는 더욱 조심스러워졌다.
그때,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이 진동했다. 낯선 번호였다. 나는 그것이 또 다른 위협일지, 아니면 새로운 단서일지 모르는 채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그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에 전율을 느꼈다.
"김도현, 결국 네가 여기까지 왔군."
웅장한 빌딩들 사이로 들려오는 무거운 목소리가 암울한 어둠을 밀어냈다. 그리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인물의 말로 이어졌다. 우리 앞에 다가온 다음 이론의 미지의 인물, 그의 등장이 앞으로의 전개에 어떤 암수가 있을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 목소리는 나쁜 징조로 다가왔지만, 동시에 또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자극 역할을 했다. 구름 속의 섬광이 새로운 갈망을 불러일으켰고, 점점 더 알 수 없는 그림자의 발자취가 도시에 흔적을 남겼다.
이 순간은 겨우 시작이었고, 숨겨진 정체의 실루엣이 곧 우리의 바다로 향하게 될 것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에 감추어진 것은 단순한 과거의 퍼즐 조각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우리는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인물을 만날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를 무겁게 짓눌렀다. 우리 앞에 놓인 갈림길에서 우리의 한계는, 저 멀리 명확하지 않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서서히 다가오는 그 결전의 순간이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도 여전히 존재했다. 새로운 불확실성과 맞닥뜨린 미지의 동반자가 어떤 식으로 우리의 삶을 흔들어 놓을지, 우리는 곧 알게 될 것이다.
짙은 안개 속에 숨어드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기며 진실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폭풍의 한가운데에서, 그들과의 끊임없는 싸움에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오직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토록 열망해 온 진실까지 끌고 갈 힘이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