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이 벌컥 열리며, 차가운 바람이 방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그 속에 섞인 낯선 향수 냄새가 이슬아의 코를 찌르자, 그녀의 몸이 본능적으로 움츠러들었다. 창유리의 진동이 손끝으로 전해지며,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이슬아는 재빨리 태호의 팔을 잡아당겼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셔츠 자락을 움켜쥐는 순간, 문밖에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누구지? 왜 이 타이밍에?" 그녀의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는 동안, 태호의 몸이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어깨가 단단히 굳어지며,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다.
"조용히 해." 태호의 목소리가 낮은 속삭임으로 흘러나왔다. 그는 문 쪽으로 다가가며, 손을 허리에 올렸다. 그 손가락 끝에 스며든 긴장감이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이슬아는 벽에 기대 숨을 고르며, 그의 등을 바라봤다. 그 넓은 등은 마치 방벽처럼 느껴졌지만, 그녀의 가슴속 불안은 가라앉지 않았다. 바깥 복도의 불빛이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며,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이슬아 씨, 여기 계신가요?" 문밖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익숙했다. 그녀의 비서, 민아였다. 그 목소리에 섞인 조급함이 이슬아의 귀를 자극했다. 민아는 늘 밝고 다정했지만, 지금은 숨 가쁜 기색이 역력했다. "방금 이상한 소리가 나서요. 괜찮으세요?"
태호가 이슬아를 돌아보며, 눈빛으로 경고했다. 그의 입술이 가볍게 일그러지며, "대답하지 마."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슬아는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녀의 손바닥이 입술에 닿는 촉감이, 억눌린 숨결을 더 뜨겁게 만들었다. 민아의 발소리가 멈췄다. "이슬아 씨? 정말 아무 일 없어요? 문 열어줄 수 있어요?"
이슬아는 태호의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그의 눈동자가 깊이 파고들어오며, 그녀를 압도했다. "말해. 누군데?" 태호의 속삭임이 그녀의 귓가에 스쳤다. 그 숨결의 따스함이 목덜미를 간질였지만, 그녀의 몸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녀는 천천히 문 쪽으로 다가갔다. "민아야, 나야. 들어와."
문이 살짝 열리며, 민아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었고, 눈썹이 살짝 찌푸려진 채였다. "이슬아, 무슨 일이야? 방금 정원에서 소란이 있었대. 너 괜찮아 보이네?" 민아의 말투는 늘 그렇듯 따뜻하고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문틀을 꽉 쥔 모습이 그 속에 숨은 긴장감을 드러냈다.
태호는 벽 뒤로 몸을 숨겼다. 그의 호흡이 얕아지며, 방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이슬아는 민아를 마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좀 피곤해서. 왜 왔어?" 그녀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흘러나갔지만, 속으로는 태호의 존재가 발각될까 봐 두려웠다. 그녀의 손가락이 드레스의 주름을 비틀며, 불안한 리듬을 만들었다.
민아가 방 안으로 들어오며, 문을 닫았다. "파티 중에 이상한 놈이 돌아다니더라. 보안이 말렸지만, 너한테 위협 메시지가 온 거 아니야? 소문 들었어." 그녀의 눈이 이슬아를 훑었다. "너 표정이 안 좋아. 숨기지 마. 나한테 말해도 돼."
바깥에서 희미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파티의 열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이슬아는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도시의 불빛이 창유리를 비추며,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냥... 스트레스야. 가문 일 때문에." 그녀의 대답은 애매했다, 각 단어를 조심스럽게 골라내며. 하지만 민아의 시선이 태호가 숨은 쪽으로 향하자, 이슬아의 심장이 한 번 더 세게 뛰었다.
"여기 누가 있어?" 민아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방 안을 둘러보며, 코를 킁킁거렸다. "이 냄새... 담배? 아니, 뭐지? 이슬아, 솔직히 말해."
태호가 천천히 나섰다. 그의 발소리가 카펫을 스치며, 부드럽지만 결의에 찬 소리를 냈다. "나예요. 보안 담당." 그의 말투는 여전했다—짧고 직설적, 불필요한 설명을 피하며. "이슬아 씨를 도와주고 있었어요. 이상한 놈이 나타났거든."
민아의 눈이 커졌다. "보안? 당신이? 이슬아, 이 사람이 누구야? 왜 여기서?" 그녀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방 안의 공기가 더욱 무거워졌다. 이슬아는 민아의 팔을 잡았다. "민아, 진정해. 그는... 나를 구해준 사람이야. 그 이상 아니야."
태호는 민아를 마주 보며, 팔짱을 꼈다. 그의 어깨가 살짝 올라가며, 경계를 드러냈다. "질문 많으시네요. 일단, 이슬아 씨 안전이 최우선이에요. 그 메시지 일, 뭔가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그의 말은 칼날처럼 예리했다, 하지만 눈빛에는 은은한 호기심이 스며들었다. 민아는 코웃음 치며, "안전? 당신처럼 평범한 보안 요원이 뭘 할 수 있겠어? 이 가문 일은 우리끼리 알아서 해."
이슬아는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민아, 그만. 그는 도와주려고 하는 거야."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떨리며, 손이 태호의 팔을 스쳤다. 그 촉감이 그녀의 피부를 데우는 순간, 이상한 전율이 일었다. "태호 씨, 당신도... 그냥 가. 민아가 처리할 테니까."
태호의 입술이 가볍게 비틀렸다. "혼자서? 그 메시지가 단순한 장난 같지 않아요. 누가 당신을 노려요." 그의 말에 민아가 끼어들었다. "당신, 너무 나서지 마. 이슬아는 우리 편이야. 외부인은 필요 없어." 민아의 말투는 여전했다—따뜻하지만, 보호본능이 강하게 배어 있었다.
방 안의 긴장감이 고조되며, 창밖에서 차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가 문을 두드리는 듯했다. 이슬아는 창문을 열어젖혔다. 차가운 밤공기가 안으로 밀려들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이제 그만해. 다들 피곤하잖아." 그녀의 말은 애원처럼 들렸지만, 속으로는 태호의 존재가 그녀를 안정시켰다.
태호가 문 쪽으로 걸어가며, "알았어요. 하지만 이 일 끝나면, 다시 이야기 나눠요." 그의 목소리가 문을 닫는 소리와 섞였다. 이슬아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답답해졌다. 민아가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이슬아, 그 사람 믿지 마. 사회적 차이 알잖아."
이슬아는 창문을 닫으며, 도시의 불빛을 응시했다. 그 빛이 그녀의 눈을 찌르듯 아팠다. "알아. 하지만... 그는 달라." 그녀의 속마음이 입 밖으로 새어 나올 뻔했다.
그들은 방을 나서 복도로 나왔다. 복도의 조명이 희미하게 깜빡이며, 그림자를 춤추게 했다. 민아가 앞서 가며, "집에 가자. 더 이상 파티는 위험해." 이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태호의 향기가 여전히 그녀의 코에 맴돌았다.
갑자기, 복도 끝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무겁고, 서둘렀다. 이슬아의 몸이 굳었다. "또... 누가?" 그녀의 질문이 공기를 가르며, 민아가 재빨리 그녀를 끌어당겼다. 발소리가 점점 다가오며, 숨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그 소리에 섞인 위협적인 기운이 방 전체를 휘감았다.
태호가 복도에 나타났다. "기다려요. 그 사람이 다시 온 것 같아요." 그의 경고가 공기를 뚫었다. 이슬아는 문을 향해 달려가려 했지만, 민아가 그녀를 붙잡았다. "이슬아, 조심해!"
바로 그때, 복도 끝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존재가 방 안의 모든 것을 얼려버렸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 "이슬아, 네 비밀이 드러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