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불꽃이 제단을 삼키며 터져 나올 때, 이소민의 시야가 일그러졌다.
공기가 뜨겁게 일렁이며 피부에 불꽃의 혓바닥이 스쳤다. 그녀의 손가락이 목걸이를 쥐고 있던 힘을 놓지 못했다. 그림자의 형상이 제단 위에서 일어나, 그 검은 눈동자가 두 사람을 꿰뚫었다. 윤재의 단검이 공기를 가르며 앞으로 나섰지만, 그림자의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이소민의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렸다 – 꿈속의 비명 소리가, 이제는 그녀의 귀를 직접 파고들었다.
그림자가 한 걸음 다가오자, 신전의 벽이 진동했다. 먼지가 떨어지며 바닥에 흩어졌고, 이소민의 발밑에서 균열이 생겼다. 그녀는 후퇴하며 등을 벽에 기댔다. 가슴이 쿵쾅댔지만, 그 리듬은 두려움이라기보단 무언가 깨우치는 듯했다. 윤재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건 시작이야. 물러서."
그림자의 손이 허공을 스치자, 푸른 불꽃이 벽을 타고 번졌다. 이소민은 그 열기를 피하려고 몸을 틀었지만, 냄새가 그녀를 붙잡았다 – 썩은 나뭇잎과 오래된 금속의 비릿함이 코를 찔렀다. 그녀의 입에서 저절로 말이 흘러나왔다. "너... 나를 아나?" 목소리가 공허하게 메아리쳤다.
윤재가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며 속삭였다. "닥쳐. 이건 장난이 아니야." 그의 손아귀가 세게 조였지만, 눈빛은 그림자를 향해 집중되어 있었다. 그림자는 대답 대신, 이소민의 머릿속에 또다시 목소리를 새겼다. '네 안의 어둠을 보아라. 그것이 네 운명이다.' 그 말에 이소민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꿈의 조각들이 스치듯, 어린 시절의 그림자가 떠올랐다 – 어머니가 사라지던 밤, 달빛이 창문을 붉게 물들일 때의 공포.
그들은 후퇴했다. 신전의 복도가 좁아지며 벽이 더 가까워졌다. 윤재가 그녀를 끌고 가는 동안, 이소민의 다리가 떨렸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공기가 차가워지자, 그녀의 호흡이 하얗게 피어올랐다. "이길 수 있어?" 그녀가 물었다.
"모르겠어. 하지만 여기서 죽을 순 없지." 윤재의 대답은 짧았고, 그의 걸음은 여전히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그의 어깨가 살짝 올라왔다 내려가는 걸 보니, 긴장이 그를 흔들고 있었다.
신전의 입구가 가까워지자, 그림자의 그림자가 그들을 쫓아왔다. 이소민은 마지막으로 돌아봤다. 푸른 불꽃이 홀을 채우며, 제단 위의 문양이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그 순간, 그녀의 손에서 목걸이가 빛났다. 따스한 온기가 손바닥을 타고 올라왔고, 시야가 번쩍였다. 꿈속의 비명이 또렷해졌다 – 누군가의 절박한 외침이, 이제는 그녀의 이름처럼 들렸다.
"멈춰!" 윤재의 외침이 복도를 울렸다. 그는 단검을 던지며 그림자를 향해 돌진했다. 금속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메아리쳤고, 이소민은 그 틈을 타서 입구로 나갔다.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때렸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그 안의 열기에 사로잡여 있었다.
밖으로 나오자 숲의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렸다. 이소민은 무릎을 꿇고 숨을 골랐다. 흙의 축축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달빛이 그녀의 등을 비추며 차가운 촉감을 더했다. 윤재가 뒤따라 나와 문을 쾅 닫았다. "도망쳤어. 최소한 당장은." 그의 목소리가 거칠게 흘러나왔다.
이소민은 고개를 들었다. "그게 뭐였지? 왜 나한테만 말하는 거야?"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졌고, 손이 다시 목걸이를 더듬었다. 그 목걸이는 이제 따뜻하게 데워져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듯.
윤재는 한숨을 쉬며 등을 나무에 기댔다. "너도 알잖아. 이 신전은 단순한 곳이 아니야. 선택받은 자라니... 그게 네가 아니면 누가겠어?" 그의 말투는 여유로웠지만, 손이 단검을 쥔 채 놓지 않는 게 그의 불안을 드러냈다.
그녀는 일어나 그의 눈을 마주쳤다. "선택받은 자? 웃기지 마. 난 그냥... 꿈을 꾸는 여자일 뿐이야."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갈라지는 걸 느끼며, 그녀는 알았다. 그 꿈들이 단순하지 않음을.
"꿈? 그게 다야?" 윤재가 비웃듯 웃었다. "내가 본 건 그 이상이었어. 네 손에서 빛이 났잖아. 그 목걸이, 그게 뭐지?"
이소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가슴이 다시 쿵쾅댔고, 손가락이 목걸이를 문지르자 그 표면의 미세한 문양이 따끔거렸다. "너도 숨기는 게 있잖아. 왜 이 신전을 지키는 거지? 단순한 수호자치곤 너무 잘 알고 있군."
윤재의 턱선이 굳어졌다. "질문은 나중에. 지금은 나가야 해. 이 숲은 더 위험해질 테니까." 그는 그녀의 팔을 잡아끌며 앞으로 나섰다. 나뭇잎이 밟히는 소리가 고요한 밤을 깨며, 그들은 숲속 길을 따라 걸었다.
도착한 곳은 작은 오두막이었다. 나무로 지은 외양간처럼 허름한 건물,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자 따뜻한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이소민은 문을 닫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 안의 공기가 낯설었다 – 오래된 책과 약초의 냄새가 섞여, 그녀의 코를 자극했다.
"여기서 쉬자." 윤재가 불 옆에 앉으며 말했다. "하지만 조심해. 그 그림자가 다시 올 수 있어."
이소민은 벽에 기대며 주위를 살폈다. 선반 위에 놓인 오래된 책들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한 권을 뽑아 펼쳤다. 낡은 페이지에 그려진 문양이, 신전의 제단과 비슷했다. "이게... 신전의 기록인가?" 그녀의 손가락이 종이를 스치자, 먼지가 피어올랐다.
"아마도." 윤재가 대답했다. "내 가족이 대대로 지키던 거야. 하지만 네가 나타난 건 예상치 못했어."
그녀는 책을 더 들여다봤다. 문양 아래에 적힌 글귀가 그녀를 사로잡았다. '달의 선택자, 어둠을 깨우는 자.' 그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자, 갑작스러운 현상이 일어났다. 그녀의 시야가 흐려지며, 꿈의 장면이 스쳤다 – 붉은 달 아래, 누군가의 그림자가 그녀를 부르는 소리.
"이게 무슨...?" 이소민이 중얼거렸다. 그녀의 몸이 떨렸고, 손이 책을 꽉 쥐었다.
윤재가 다가와 책을 빼앗았다. "그만 봐. 그건 아직 준비되지 않은 자가 보는 게 아냐." 그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고, 눈빛이 그녀를 경고했다.
"준비되지 않은 자? 그럼 나는 뭐지?" 이소민이 반발했다. 그녀의 어깨가 세게 올라갔다 내려오며, 분노가 치밀었다.
"아마도... 그 선택자일 테지.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인지, 너도 나만큼 모를걸." 윤재의 말은 의미심장했다. 그는 책을 선반에 올려놓으며 등을 돌렸다.
그 순간, 오두막의 문이 삐걱였다. 이소민은 숨을 죽였다. 바람 소리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발소리가, 아주 가벼운 소리가 들려왔다. 윤재가 단검을 다시 쥐었다. "누구야?"
문이 열리며,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키가 크고, 얼굴을 가린 망토를 두른 인물. 그의 눈은 차갑게 빛났다, 마치 얼음처럼. 마르크였다.
"너희들은 왜 여기 있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감정을 숨긴 듯했다.
이소민은 후퇴하며 그를 바라봤다. 그의 존재가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고, 그녀의 가슴이 다시 요동쳤다. "너... 신전의 수호자?"
마르크가 미소 지었다. "수호자? 그럴 수도. 하지만 너희가 그곳을 건드린 건 실수야." 그의 손이 망토 안으로 사라졌다.
윤재가 앞으로 나섰다. "늦었어. 이미 시작됐으니까."
그리고 그 순간, 마르크의 눈이 이소민을 향했다. "네가 그 아이인가? 그럼 더 재미있겠군." 그의 말에, 이소민의 머릿속에서 또 하나의 목소리가 울렸다 – 이번엔 더 가까운, 더 위협적인 속삭임.
그 속삭임이 무슨 의미인지 알기 전에, 문 밖에서 빛이 번쩍였다. 신전의 푸른 불꽃이, 다시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