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심장을 파고드는 긴장감이 다시 가게를 휘감았다. 할아버지 박의 낯설지만 익숙한 목소리와 손끝의 따스함이 미나에게 다시금 용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그의 말을 끝내기 전에, 주방 쪽에서 무언의 신호처럼 들리는 쟁반의 부딪힘 소리가 찰나에 귓가를 때렸다.
"잠시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할아버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방의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다. 그의 말에는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을 진리가 있었고, 그것은 어릴 적부터 미나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린 이야기와 다를 바 없었다.
조용히 그 벽을 넘어 들어오는 공기의 냄새, 문득 피어오르는 카레의 정겨운 향이 그들 사이에 깔린 침묵을 채웠다. 식당 공간은 오롯이 시간의 흐름 안에 멈춰 서 있으나, 그들의 마음은 미래로 이어질 수십 개의 실마리를 가늠하고 있었다.
그때 낯선 손님 중 한 명이 자칫 발췌된 듯한 시선으로 말을 꺼냈다. "이 고요함, 마치 아득히 들려오는 옛 이야기 같네요. 전 여기 무언가 숨겨진 비밀이 있다고 믿습니다."
미나는 그의 말에 순간적으로 호흡을 멈추었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뇌의 신호등이 그녀를 얼어붙게 했지만, 동시에 눈앞에 닥친 불안한 긴장감의 망토도 스스로 벗어던져야 한다는 이성의 소리도 들렸다.
문득 주방에서 대화를 놓치지 않고 지켜보던 수지가 다가왔다. 그녀의 손은 마치 날카롭게 도려낸 듯한 심장의 국경 지대를 넘나들었다. "미나, 이곳에 저녁 바람이 스며들 듯 불길한 기운이 찾아드는 것 같아."
미나는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응답했다. "알아. 그런데 이게 어떤 길로 이어질지 나도 알 수 없어."
수지가 고요하게 할아버지 박을 바라보았다. 미나의 손을 감싸고 있는 할아버지의 손길은 주저함 없이 다시금 이야기를 열었다. "얘들아, 이곳의 역사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을 뛰어넘는 고리들이 엮여 있단다. 그건 다 쉽게 풀릴 수 있는 게 아니지."
그러면서 방 안의 온기에 더욱 덥혀지는 분위기로 미나를 향한 모든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지쳐 보였으나, 그 와중에도 그들 사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각별한 기운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어찌 됐든, 카레가 감히 던져놓은 이야기가 있다면, 그건 내게 중요한 시점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기꺼이 추억할 수 있는 창문이 되는 것이야." 할아버지 박이 그 운율을 따라 말한 채, 깊어지는 미나의 눈빛을 끌어당겼다.
그들의 시선을 맞추던 순간에 준호가 재빠르게 미나 쪽으로 다가와 간단히 읊조렸다. "미나, 이런 때는 우리 강점을 최대한 이용해 보자고."
그러나 이상한 기류는 그 순간 강하게 밀려왔다. 피곤한 미나의 몸 속에 환상처럼 나타난 미래의 파편들이 희뿌연 해무 속으로 그녀를 인도해 나갔다. 멀리서 불어오는 긴장의 바람은 어느덧 그들 사이에 거대한 틈을 열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낯선 손님들이 훔쳐보는 듯한 시선으로 다시금 방 안을 두리번거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초조함이 그녀의 몸을 관통하며 피부 아래로 스며드는 순간, 그녀는 기어코 그 날카로움의 원인을 밝혀내야만 한다는 결심을 다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끈질긴 감각, 어떻게든 손대며 지나친 간결한 울림이 그녀 안에서부터 터져 나왔다.
"여기 모든 이야기를 할 때가 됐군." 미나는 자신이 이 순간까지 어찌 왔는지 모르겠다는 듯, 그 방의 모든 빛을 채집한 듯 빛나는 말로 마침내 입을 떼었다.
모든 것은 허공에 매달린 찰나에 다시금 모든 것이 이어진다는 신호를 내버려두고 있었다. 미나와 그들이 머물렀던 공간이 따뜻한 빛으로 감싸이며, 아직 풀리지 않은 진실과 함께 마무리될 수 없는 그들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이제, 그녀의 가슴 속에 남아 있었던 그 무엇도 피할 수 없는 무거운 질문과 대면해야 했다. 미래의 촉수처럼 긴 연속된 어둠 속으로 손을 뻗으며, 또 다른 거대한 비밀이 숨 쉬고 있음을 감지하는 것은 그리 멀지 않은 때였다.
그 순간 모든 것은 심장이 울릴 만큼의 큰 파동으로 변화하기 시작했고, 가슴 속 깊이 감춰져 있던 것들이 불화를 자아내며 깨어나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른 수국 잎들이 지나는 눈 앞에서 펄럭이며, 그녀에게 더 깊은 곳으로 더 나아가야 할 것을 암시했다.
그리고 그 순간, 문이 느닷없이 열렸다. 이때까지 볼 수 없었던 누군가가 나타났고, 그의 등장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다음을 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빛 속에 숨겨진 의도는 처음으로 그들 모두를 감싸안았다.
그렇게, 미ö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