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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쓰레기 섬의 보물
제17화

소리 없이 스며드는 그림자

마치 모든 것이 정지한 것 같은 순간, 고호재의 심장이 몸속에서 무섭게 맥박쳤다. 그의 눈은 의문으로 가득 찼고, 주변의 찬 바람이 칼날처럼 피부를 스쳐 지나갔다. 땅 아래에서 서려오는 긴장감이 등줄기를 따라 요동쳤다. 그의 앞에 서 있는 낯선 인물은 바로 그 찰나의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얼굴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김미영이 비틀대듯 다가가 말문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한 층 더 나즈막한 경계심이 숨어 있었다.

"지금 뭐라고 한 거지?" 그녀의 물음은 공기 속에서 뜨겁게 와류를 일으켰다. 그 답변이 어떠한 여운을 남길지 다들 긴장하며 어깨에 힘을 주었다.

낯선 인물은 느리게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쓰레기 섬이 포함된 전 세계를 꿰뚫어보겠다는 듯 엮여 있었다. 그의 입꼬리에 경멸 섞인 미소가 엉겨 붙었다.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군. 하지만 이 모든 게 너희가 바라는 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 그가 밑에서부터 길어오른 어둠을 잔뜩 뒤집어썼으며 덤덤하게 말했다. 이재훈조차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그들의 머리 위에서 불결한 시계를 높이 감돌았다. 고호재의 눈은 그의 손놀림 위로 옮겨갔다. 상대의 손목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빛이 작게 떨리는 것을 보자 고호재는 평정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스릴이 그의 시야를 가로막았다.

"우리가 찾으러 온 건 확실히 여기 있었구나," 윤채린이 뚜렷한 확신 속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녀의 음성은, 강하게 박차는 심장의 굵직한 맥박처럼 박다.

"이것 말이야," 고호재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거라면 여기에서 나가야겠지." 그의 몸이 단단히 준비됐다. 모든 세포가 팽팽해지는 기분이었다.

낯선 인물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들을 지켜봤다. "너희는 결코 알 수 없어. 이 섬이 진짜로 감추고 있는 것을." 그의 목소리는 무게를 덜어낸 채, 그 자체로 무당벌레처럼 가벼워 보였다.

그 순간, 주위의 공기는 갑자기 무겁게 변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의문의 소리, 무언가 발걸음을 좁히며 다가오는 기세였다. 그들은 필사적으로 그 자리에 머물렀고, 점점 더 커져 가는 긴장의 기운 속에 눈을 두었으며 대치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쏟아져 나오는 뭔가가 있었다. 구름 속을 헤매는 듯한 날카로운 초점들 사이로, 우르르 굴러나오는 커다란 물체가 힘찬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지금껏 숨겨진 것들, 그리고 이제 막 드러난 진실들까지. 그들의 귓가에서, 동시에 펼쳐지는 다름 아닌 귓속말 같은 소음에 의해 귀가 진동하고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진실이 그들 앞으로 펼쳐지려 하고 있었다.

김미영은 숨을 쉰다. "이게 전부 아닐 테야. 뭔가 더... 더 수상쩍은 게 있을 거야." 그녀의 두려움이 깊이 떠오른 메아리 속에서 일렁였다.

그리고, 특히나 얼어 있던 이재훈의 시선이 점차 확고해졌다. "죄책감이 잠겨든 것도. 우리가 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어." 그의 목소리에는 새로 일깨워진 믿음이 담겨 있었다.

고호재는 여전히 눈길을 떼지 않고 그 상황을 지켜보았다. 그의 등골에서부터 섬뜩한 한기가 내려왔고, 그가 지켜보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는 순간 머리를 통과하며 스치는 전율 같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러나 여기서 쉽게 포기할 이들만은 아니었다. 모든 것은 무수한 변수와 함께 그들의 손에 쥐여 있는 듯이 보였다.

고요히 숨을 들이마시고, 그 위로 물결치며 피어오르는 소릴 바라본다. 신경질적으로 튀어오른 하나하나의 감각이 그들 사이를 헤집고 지나갔다. 이제 그들은 그저 새로운 대답으로 향해가며 기대에 찬 주문을 던질 때다.

그제야 고호재는 자신이 옳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 작은 순간 하나가 확실한 건, 그들을 감싸고 있었던 무릎 꿇린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떠오르는 새로운 의문은 훨씬 더 복잡했다. 쓰레기섬의 숨겨진 배경, 또다른 진실들이 어둠 속에서 뻗어 나오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이 드러나려고 하는 듯 고이를 타고 밀려왔다.

마지막으로 울려 퍼진 바람이 그들 안에 묻혀 있었다. 오롯이 부서지지 않든 단단히 잠긴 채로. 이 새로운 역사는 그저 막 시작되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다음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새로운 목소리가 그들 뒤에서 들려왔다. 그 자리에 있는 그 누구에게도 낯설지만 친숙했던 그 목소리.

"그만 둬."

고호재는 그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언가 이상한 것이 그를 덮쳤다. 새로운 인물의 등장과 함께, 모든 상상의 경계를 허물으며 더욱 깊이 끌어당기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또다른 미지의 무대에 서게 되었다.

📚 쓰레기 섬의 보물
1화   쓰레기 소용돌이 속으로 2화   섬의 규칙 3화   협상 4화   위험한 흔적 5화   위기 속의 동맹 6화   암중의 속삭임 7화   고요 속의 불길한 전조 8화   파도의 귓속말 9화   상자의 속삭임 10화   발광하는 섬의 속삭임 11화   떠오르는 암흑의 서막 12화   의문들의 향연 13화   펼쳐지는 의문과 불안 14화   쓰레기 섬의 진실 15화   그림자의 균열 16화   뒤엉킨 그림자 속 절정 17화   소리 없이 스며드는 그림자 18화   어둠 속의 울림 19화   섬의 비밀, 그리고 그림자 속 울림 20화   섬의 심장, 진실의 문턱 21화   환상의 문턱 앞에서 22화   빛이 없는 세계 23화   섬의 심연에서 깨어난 것 24화   심연의 대면 25화   심연 속의 외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