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섬 너머로 새로운 위험이 드리우고 있었다. 갑작스런 대기의 흐름이 고호재의 뺨을 스쳐갔다. 그 순간, 양팔은 두려움에 근육이 팽팽해졌고, 발은 모래에 묶인듯 초조하게 땅에 박혀 있었다. 마치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 자체로 경고인양, 그의 피부를 날카롭게 베었다.
"보물은 잡힐 듯 말 듯 도망치는 법이지." 이재훈이 고개를 돌려 낮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의 눈길은 상자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머릿속은 무거운 의문들로 뒤엉켜 있었다. 상자는 오리무중의 비밀을 폭로하는 것인지, 아니면 더큰 혼란으로 몰아넣을지 알 수가 없었다.
고호재는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주변의 기묘한 침묵이 마치 그들을 둘러싼 원처럼 느껴졌다. 윤채린은 조용히 팔짱을 끼고, 어두운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안간힘을 쓰며 팔 안쪽을 꽉 쥐었다. "여길 떠나려면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거야."
김미영은 눈치 빠르게 이를 캐치했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웃곤 있으나 결코 편안하지 않았다. "놈이 닿기 전에 해야지. 생각해봐, 이건 마치 잭팟이 눈앞에 있는데 동전 하나 더 넣느냐의 문제 아닌가."
그러나 고호재는 상자 뒤에 서 있는 낯선 인물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의 존재는 마치 섬이 던진 위협처럼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왜 여기 왔지? 넌 뭐야?"
낯선 이는 고작 그림자만으로 존재를 증명했다. 그가 나란히 서 있을 때, 고호재는 차가운 긴장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의 말 한 마디 없이 그들의 시선을 뚫어냈다.
"너희가 무엇을 원하던 간에, 여기서 답을 찾을 수 없을지도 몰라." 그가 중얼거리듯 나지막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바람에 휩싸인 것처럼 공명했다. "섬은 너희를 달갑게 맞이하지 않았거든."
이상한 분위기에 고호재는 무언가가 머리 속에서 하얗게 번져가는 것을 느꼈다. 마치 각자의 질문들이 함성처럼 뒤덮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상자는 또다시 기묘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건 그거잖아, 저 라디오 주파수 잡기 전의 잡음 같은 것." 윤채린이 놀라며 상자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고개의 방향을 바꾸고 상자의 내부를 휘둘러보았다.
김미영은 달관한 듯 그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회라는 것이 있지. 난 이 섬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걸 처음부터 알았어." 미소가 사라진 그녀는 돌연 진지해졌다. 매섭게 번뜩이는 눈빛은 강렬한 힘을 담고 있었다.
다시금 상자 속에서 피어오르는 소음. 그것은 짧은 순간 찡그린 듯 멈췄다가, 쿵쿵대며 다시 터져 나왔다. 모두의 시선은 상자로 쏠렸다. 그 상자에 의미가 도대체 무엇인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었다.
멀리서 울려 퍼지는 파도의 굉음에 고호재는 문득 자신을 반성하기 시작했다. 이 원대한 여정이 그저 그의 욕심일 뿐이었는지가 머리를 스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로 물러서기엔 현실은 너무 막연하고 차갑게 느껴졌다.
"고호재." 이재훈의 목소리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의 손은 상자 손잡이를 부여잡았다. "확실한 기회는 지금뿐이야." 그의 눈빛은 단호했다. 그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말에 고호재는 결탁처럼 다시 상자 위에 손을 올렸다. 뒤에서 김미영이 곧이어 덧붙였다. "이렇게 절묘한 순간을 이렇게 버릴 순 없지!" 그녀의 고유한 어조로 심장을 뒤흔드는 활기가 감돌았다.
곧이어 상자 속에서 터지는 새빛의 빛줄기, 그것은 마치 호수가 반사하는 차가운 빛처럼 사위를 비추었다. 윤채린은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바닥으로 떨구며 물었다, "과연 이 상자엔 뭐가 들었을까게?"
그 순간상자 안에서 무언가 부스스 일어섰다. 푸른빛을 발하는 광채는 더욱더 선명해졌다. 그 속에는 단서가 아닌 단 아마도 그토록 찾아 헤매던 해답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들에게 이제 더 이상 이를까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눈은 여전히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답은, 바로 그 순간 또다른 파문을 불러일으킬 준비가 되어 있었다. 떨어지는 무거운 침묵 속에서 모든 것이 다시 엮이던 찰나였다.
뒤에서 이재훈은 갑자기 소리 내어 외쳤다. "어, 안돼!" 그의 손은 상자를 밀어냈다. 그리고 그 손가락 끝에 닿은 이상한 감각은 그들을 미지의 안으로 또다른 길로 끌고 왔다. 땅이 흔들리며 일그러졌다.
그들 모두가 무거운 의문 속에 잠시 머무를 동안 그 순간을 지나치고 있었다. 모든 것이 멈춘 그 순간, 그들은 숨겨진 진실을 향해 파묻혀 있었다. 그 상자 속에서 그들을 이끄는 새로운 무엇인가가 자리잡고 있었다.
그들은 비명을 삼키며 서로를 바라보다가 비로소 깨달았다. 그들의 여정은 이제 막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위기가 그들을 삼킨다면, 그 감정은 극대화되어 그들 속에 휘몰아쳐 올 것임을!
그 충격적인 순간이 흐르고, 그들이 쥐고 있는 모든 비밀들이 막 판가름 날 찰나에 이르렀다. 시간이 신속하게 다가오고 있었고, 그 회오리 속에서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다시 실감하게 되었다.
여전히 미지의 한가운데에 발을 들인 채, 그들의 눈에는 또 다른 질문들의 무게가 귀속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과연, 여기서 모든 것이 나아질 것인가? 그들은 그저 그 대답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