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굉음이 발 아래를 쓸어내렸다. 고호재는 눈을 모으고, 깜박이며 시야를 확장시키려 애썼다. 섬의 지평선 저편, 검게 피어오르는 구름 아래로 뭔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어둠이 그려내려는 불안한 초상화였다.
"설마, 저건 진짜일리가 없지." 윤채린이 순간 스쳐지나가는 전율에 몸을 움츠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목을 감싸며, 턱을 들썩였다.
이재훈은 검지를 입술 주위에 맴돌리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걱정과 경계가 교묘하게 얽혀들어 그의 눈에 스며 있었다. 마치 급류에 빠져든 듯한 초점이었다. "우리가 예견할 수 있었을까. 말도 안 돼."
"문제는 그게 진짜인지, 아니면 단지 착각인지를 확인하는 거야." 김미영은 적막에 찬 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징그러운 구름 덩어리를 향해 눈을 좁혔다.
고호재는 무겁게 발길을 옮기며 상자 쪽으로 다가갔다. 복잡한 숨소리에 맞춰 그의 가슴은 요동쳤다.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주머니를 더듬었다. "우리에게 시간이 없었어. 우린 무모하게 달려들었지."
그 순간, 바람이 한기처럼 펄럭이며 스쳐가자, 상자 안에서 금속의 짜릿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고호재의 심장이 비틀어질 만큼 빠르게 뛰었다. 손이 상자의 덮개 위에 올려졌다.
"뭔가가 움직이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하지?" 채린의 눈은 급속도로 번쩍였고, 예상치 못한 위험을 마주한 심장은 사정없이 속도를 냈다.
"당장 후퇴해! 접근하지 마." 이재훈은 급히 고개를 돌리며 경고했다. 그의 목소리는 내부의 경종을 치며 울렸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고호재의 손바닥은 섭씨 마이너스의 온도에 맨발로 올라선 듯 떨렸다. 순간적의 그 감각이 흘러내렸다. 그는 고개를 들어 상자를 굳건히 응시했다.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어떤 것을 고르겠어?" 그때 갑자기 김미영이 그들의 뒤에서 속삭였다. 말이 느림 속에서 흘러가면 그 조각이 어깨를 때렸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의 핀처럼.
그의 시선을 더듬어, 선명히 드러난 낯선 실루엣 속으로 바뀌었다. 앞쪽에서 새하얗게 빛나는 이물질이 무수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윤채린은 무언의 얼음처럼 얼어붙었다. 그녀의 표정 속에는 경계할 줄 몰랐던 무언가가 자욱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대체 그게 뭐야...?"
고호재는 물속으로 손을 담그듯, 상자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넣었다. 그의 손은 젖었고, 메마른 감촉이 손목을 타고 흘렀다. 그는 고개를 휘둘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들이 꽉 조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는 모든 것에 무기를 삼은 현실에 더욱 집중했다.
"뭐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건 꽤나 중요한 듯싶어." 이재훈의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조급함을 감추지 못했다.
상자를 덮고 있는 암흑이 다시금 움직였고, 빛은 더 강렬하게 방출되었다. 갑작스런 불협화음 속에서 고호재는 손끝에 물기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실체에 따라 다른 차원의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이때, 마치 여행의 출발을 알리려는 듯 또 다른 그림자가 그들을 향해 착지했다. 그리고 그것은 예상밖의 인물이었다.
"당신이었군." 고호재는 힘겹게 탄식을 내쉬었다. 아이러니는 순간의 긴장감을 무력화시키지 못했다. 미세한 흐름이 그에게 그 새 인물의 존재를 알려주고 있었다. "이렇게 돌아오게 되는군."
머릿속은 후끈거리고 가시 같은 긴장감이 밀려온다. 그는 느린 눈동자 움직임으로 상황에 적응하려 했다. 그 모든 재앙들은 때마침 호흡케 되는 것처럼 다시 조화롭게 얽혔다.
"오늘이야말로 밝혀질 시간이 온 듯 하군." 새로운 인물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그의 말은 마치 비밀스런 바다 결실물의 존재처럼 긴장감 있게 전해졌다.
이제 그들의 눈은 무언가가 숨겨져 있고, 밝혀야할 진실의 끝에서 걸어 나온 이 새로운 인물과의 만남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긴장은 무기이며, 그들의 몸은 쉴 틈 없이 긴장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 순간 그들이 마땅히 기대했다고 여겼던 무언가가 숨어있는 이곳을 향해 마침내 돌아오는 길을 내비쳤다. 구름 덮혀진 표면을 가르는 쏟아지는 빛과 함께 계속되는 서슬 퍼런 긴장감은 멈추지 않았다.
그런 침묵 속에서, 누군가는 결단을 내리고 마침내 그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손에 잡게 될 것이 무엇인지를 감지할 때까지는 남겨진 경계는 쉽게 흐리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은 이제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감정부는 이내 뒤바뀌어 본능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더할 나위 없이 깊은 적막 속에서 눈을 깜박이며 자신 앞에 놓인 선택의 중요성에 흔들리고 있었다. 이제 이 클리프행어가 불러오는 진짜 이야기에 대한 답을 찾아가야 할 차례였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들은 새로운 운명의 반전에 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