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켜고 날숨을 내보낼 때, 공기가 제멋대로 머물다 나가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어두웠던 교실 한쪽 벽이 갑자기 팽팽히 긴장되었다. 얇지만 예리하게, 그림자 너머에서 뚜렷한 기척이 느껴졌다. 나와 민지, 그리고 도준의 시선이 동시에 그 방향으로 몰렸다.
윤지호였다. 그러나 그와 함께 나타난 것은 미처 짐작하지 못한 광기의 형체들이었다. 벽 속 어둠 깊숙이 억눌린 것들이 하나둘씩 기어나오며, 그들의 손가락이 교실 바닥을 찌르듯 치켜들었다.
"이제... 끝낼 수 있을 것인가?"
윤지호는 나른한 손길로 자신의 턱을 어루만졌다. 그의 눈은 우스웠다는 듯이 빛났다. 그러나 그 광기 속에는 날카로운 경고가 짙게 배여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한층 낮게 울리며, 마치 우리가 실수라도 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린 이미 다 알고 있어," 도준이 침착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의 어깨는 단단했다. "당신과 이 학교가 품고 있는 모든 것을."
그의 말에 윤지호는 얕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손끝으로 어둠을 가리켰다. "그래? 그럼 이걸로 모든 것을 결론 내리자고."
그의 손짓에 따라 교실이 유리 같은 가느다란 균열을 내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멀리서부터 시작된 선들은 도미노조각처럼 빠르게 서로를 궤뚫고 지나며, 금세 교실을 미로처럼 변형시켰다. 한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것처럼 찰나에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다.
내가 무릎을 꿇고 손을 더듬어 땅을 짚었을 때, 촉감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차갑고 촉촉한 금속 표면, 마치 오래된 문지방처럼 반질거렸다. 내가 고개를 들어 다시 바라보았을 때, 복도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끝없이 뻗어있었다.
"소윤아, 이건 마치..."
민지가 말을 이었다가 그대로 멈췄다. 우리는 혼돈 속에서 서로를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녀의 손이 내 팔을 잡고 힘들게 헐떡였다.
"우린 이 미로에서 헤어날 수 있을까?" 나는 절망이 더 늦기 전에 고갯짓으로 대답했다. 우리의 의지는 아직 꺾이지 않았다.
"모든 근원이 여기에 있어. 오직 이 방이 최종 목적지야." 도준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결의에 차 있었다. 우리는 그를 앞서며 마치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는 듯 운명에 맡겼다.
조심스레 서로에게 의지하며 발을 내딛었을 때, 미로는 우리 주변을 스크린처럼 회전하였다. 어딜 가도 끝을 알 수 없는 복도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방금까지만 해도 존재하리라 믿지 않았던 덫과도 같은 진실들이 곳곳에서 반짝였다.
"여기야."
어느새 앞서가던 도준이 속삭였다. 그의 가르침에 따라 마침내 발을 멈췄다. 그리고, 그곳엔 보라색 빛이 조금씩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아침의 첫 햇살처럼 긴장된 공기를 타고 몸을 휘감았다.
문은 무겁고 낡았다. 흔들리는 실오라기 속에 가려진 비밀이 들리지 않았다. 숨을 들이쉬며 나는 도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엔 아직 감춰진 비밀의 그림자들이 너울거렸다.
"이제 문을 열어야 할 시간이야."
그의 목소리에 따라 무게를 실은 문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을 열자 나타난 것은 칠흑의 방이었다. 그것은 윤지호의 과거와 우리의 현재를 동시에 품고 있었다. 그 안엔 누군가의 노래 소리가 아득히 깔려 있었다. 압도적인 오디세이가 우리를 삼킬 듯 다가왔다.
이 모든 것이 교실의 감춰진 심연, 결론을 향한 입장이라고 했다. 그러나 마침내 밝혀질 진실이 아니라, 또 다른 비밀이 그 너머에 있었다. 그제야 새어 나올 둥그런 빛 속에서 나는 윤지호의 형체가 여전히 멀지 않음을 깨달았다.
또한 그의 눈길만큼이나 예상하지 못한 무엇인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지막 관문을 마주했을 때, 우리에게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알렸다.
"이제, 모든 것의 해답을 찾을 차례야."
내 말이 울릴 때, 교실 각 구석마다 윤지호의 미소가 다시 퍼지고 있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진지하게 풀어나갈 만큼 강하지 않았다. 이번엔 그가 우릴 허락한 것처럼, 기꺼이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막이 내리기 전까지, 난 너희를 끝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
그의 차가운 말에 잠시 멈춰서서 민지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그녀의 떨림이 나의 심장에도 전해졌다. 그녀의 존재와 도준의 경고, 윤지호가 남길지도 모르는 흔적까지, 우리는 모두 함께였다.
바로 그 시점에, 어느새 내 안의 모든 것이 깊은 어둠 속으로 섞여드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거짓말처럼 모든 순간이 단절되었다. 그리고 그 끝에 우리는 결국 다음 시간의 시작을 기다렸다.
마지막 숨조차 막혀오기 직전, 진실의 문 앞에서 도전을 마주한 우리를 적막 속에서 늘 지켜보고 있던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완벽한 경이로움만큼이나 섬뜩한 무엇인가였다.
그들의 손에 계획된 대로, 그 날의 사건들이 이번에도 향하는 그 곳에서 우리의 답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 모든 것이 끝나고 난 후에야, 그 답을 쥘 수 있을 것이다.
증폭되는 두근거림 속에서 대답 없는 공간이 폭발하기를 기다리는 찰나,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과 동시에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