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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1화
사라진 기억의 해안
제11화

검은 바다가 감춘 비밀

퇴색된 하늘, 열어젖힌 구름 사이로 염수 같은 냄새가 맺힌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머리칼이 흩날렸고, 파도가 괴성을 지르듯 해안선을 두드렸다. 소연의 눈은 굳어 있었지만, 그 안에는 불안과 결의가 잔뜩 뒤섞여 있었다. 민재는 그 곁에서 침묵을 지키며 바람의 방향을 살피고 있었다.

"도망쳐야 하는 일은 없겠죠?" 소연은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에 실린 떨림이 민재의 귀를 타고 흘러갔다. 그는 소연을 한 번 바라보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잠시라도 눈을 돌리는 게 어리석지 않을 수도 있어." 그의 말은 초조하게 흘러나왔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바람소리가 두 사람을 감싸올렸다.

그 그림자 순간, 안내자가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등장에는 희미한 미소가 몰아높였다. "가로막힌 길에는 다른 경로가 있지요." 음성의 흐릿한 미소 속에서 진실이 진동을 일으키는 듯했다.

소연은 안내자의 시선을 잡고 있는 말 없는 화살을 맞받아쳤다. "그렇담 우리에겐 그 길이 존재하나요? 갈 수 있을까요?"

안내자는 잠시 말없이 있었다. 그 묘한 침묵이 답보다도 묵직하게 다가왔다. "모든 사람이 모든 길을 갈 수는 없지요." 그는 희미한 빛이 나는 손가락 끝을 바다 방향으로 가리키며 속삭였다.

민재는 그 지시를 따르듯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그 순간, 해안선 너머로 불길한 그림자가 어른 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바다물결을 가르며 그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건...?" 소연이 바짝 쓴 목소리로 불렀다. 그녀의 눈빛에 번잡한 궁금증이 일어났다. 짧은 시간 동안, 그녀의 심장은 마치 보이지 않는 방망이에 맞은 듯 심하게 요동쳤다.

"숨겨진 자의 발소리가 나팔처럼 울려오는군요." 안내자가 말을 연결했다. 그의 눈빛에는 무언가를 간직한 듯한 더 깊은 무언가가 있었다. 그 순간,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감이 사라졌고, 함께 그 그림자를 직시했다.

그리고 이어진 소리는 그들이 새로운 경로를 앞으로 나아가도록 하고 있었다. 소연은 민재의 손을 붙잡아 답을 찾아보려던 것을 잊지 않았다. "우리에게 선택권이 남아있나요?" 그녀의 물음은 활처럼 날렵하게 쏘아졌다.

안내자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여전히 그들 너머에 있는 무언가를 주시하고 있었다.

"여기서 끝은 시작이 될 수도 있지요." 그의 마지막 말은 배웅하는 듯 허공 속에 뿜어나갔고, 두 사람은 다시 발걸음을 더 빠르게 옮겼다. 해변 끝너머로 몰아치는 물결 앞에서 그들의 시선은 무언가에 끌렸다. 민재는 무언가를 발견하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 앞에 그 내용이 봉인된 듯한 두꺼운 기류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마치 흘려보내지 않은 채 퍼져 나가는 비밀과 같이 느껴졌다. 소연은 그 속에서 숨결을 멈추고 있는 기괴한 감정이 스며드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 방향으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여긴... 진정한 미스테리로 가득하군요," 민재가 숨죽이며 속삭였다. 그의 음성은 자신의 두려움이 되어 그의 귀에 들릴 수도 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도 풀려지지 않고 남아있는 채, 그들 앞에 얼어붙고 있었다. 자신감을 잃지 않으려는 두 사람은, 함께라면 이 모든 걸 돌파할 수 있다고 믿으려 애썼지만, 바닷바람은 그들이 헤매는 고요함을 늘 따라다녔다.

마침내, 드러난 그 진실의 끝자락이 환하게 모습 드러냈지만, 그들에겐 보이지 않은 고난의 단추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다. 물결치는 비밀의 파편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이제 모든 시작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갑작스레 그들 앞에서, 어둠 속에서 사라졌던 인물이 이전보다 더욱 선명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의 눈동자 속에 불쏘시개처럼 이글거리는 선주자로서의 목소리가 소리 없이 내려앉았다.

그것은 소연과 민재에게 이전보다도 더 크고 강렬한 존재감으로 다가왔다. 그들은 마치 앞으로 나아가길 망설이는 듯했지만, 곧 손을 맞잡고 경계를 향해 걸음을 뗐다.

"우리가 가야 할 길, 모두 다 내게서 시작된 건가?" 민재가 소연에게 조용히 물었다. 그의 음성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한번 더 삼키고 있었다.

소연은 침묵하는 동안 잠시 하늘을 바라봤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그럼, 이제야 우리가 진짜 흘러가는 이유를 찾아야겠죠."

모든 것이 세밀하게 엉켜 있는 그때, 그들은 그 불빛을 향해 하염없이 나아갔다. 두 사람의 뒤를 따르는 또 다른 존재는 그들의 길을 지켜보며 그들의 앞길을 예측하지 못하게 감춰 두었다.

거대한 파도가 무거운 돌을 앝아낼 때, 그들은 한 걸음씩, 생명의 길을 다시야 찾으려 했다. 그 안에서 어떤 운명이 이미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음을 모르고서도.

그것이 무엇이었든, 두 사람은 그들의 여정 속에서 새로운 진실을 찾아야만 했다.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 할 길을 찾겠다는 결의로.

그래서 그럴 땐, 그들 앞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그들이 찾아 헤매는 답은 바다 속 어딘가에 꿈틀거릴 뿐이었다.

그 가운데, 민재와 소연은 새롭게 드러난 시련과 길고 길었던 모험의 끝을 향해 서 있었다. 그들이 마주한 것은 어둠이 떠오른 끝자락, 과거보다도 새로운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 무언가였다.

모든 것이 열릴 대지는 그들 앞에 무심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벼랑의 끝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움직였다.

저 멀리에서 파도가 또다시 칼날을 내리쳐 그들에게 소리를 가지고 올 때,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세상이 벌써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여전히 내 남겨두는 이야기의 줄기, 이 모든 것이 다시 한 번 시작을 향하고 있었다.

다시금 그들을 지켜보는 것은 오랜 시간이 아님을 알려주며, 파도가 물결을 도리고자 힘차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들과 예측하지 못한 미로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고 있었다. 나아가려는 손길은 그들 속에서 또 다음 순간으로 울부짖고 있었으니까.

📚 사라진 기억의 해안
1화   모래 속에 묻힌 비밀 2화   그림자의 정체 3화   해변의 심연 4화   모래 위의 불안 5화   그림자의 속삭임 6화   어둠의 바다를 가로지르는 조각들 7화   안내자의 초대 8화   비밀의 파편 9화   비바람 속의 유언 10화   기억의 망령 속으로 11화   검은 바다가 감춘 비밀 12화   바닷속의 유령 13화   파도 속의 속삭임 14화   파도에 잠긴 비밀 15화   흑막의 등장 16화   파도의 그림자 17화   검은 수면의 균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