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터질 듯한 두근거림과 함께, 이준호는 조용히 숨을 죽였다. 폐장된 편의점 건물 안,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금속과 금속이 부딪히며 울리는 소리가 귓가에 선명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은밀히 움직이고 있었다.
``"저리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속삭이듯 들려왔다. 그 짧은 외침은 공포와 경고가 뒤섞인 채 귀청을 찔렀다. 김하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섬뜩함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았다.
주변의 공기마저도 무거워지는 듯한 착각 속, 박철수는 발을 옮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눈은 경계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마치 무언가를 감지하려는 듯 쉼 없는 시선으로 주변을 스캔했다.
``"여기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이준호는 숨가쁘게 내쉬며 다급히 결론을 내렸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더 빠르게, 불안의 경계를 넘나들며,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가 이들의 후방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김하나는 기운을 내듯 그를 따라 작게 외쳤다. ``"함께 하자. 나가서 뭔가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녀의 목소리는 불안감과 그 이상의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반복되던 공포도 그날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들을 인도하고 있었다.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바닥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냉기가 그들의 움직임을 더디게 했다.
승무원이 그들을 감싸고 지나가며, 밤공기는 한층 더 차가워졌다. 이선희는 신중함을 잃지 않기 위하여 내디딘 발걸음을 신중히 멈췄다. 이번에도 변화를 주목해야 할 시간이 필요했다.
``"우리가 무언가를 지나친 거야?"``
이선희의 말에 박철수가 고개를 젓는 동안, 숨죽여 기다리던 이들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위협과의 만남을 준비하는 듯했다. 그들이 만들어 낸 균형 잡힌 공기의 울림이 손끝에서 떨림으로 번져 나갔다.
``"아직은 몰라. 누군가가..."`` 준호의 속삭이는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졌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때, 머리 위에서 발걸음이 거칠게 날아들었다. 소름 끼치는 소리는 마치 모두가 울부짖는 것처럼 그들의 심장을 덮쳤다. 준호는 잠시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감았다. 무엇이 그들 가까이에 있더라도, 한 번의 멈춤 같은 순간이 지나간 뒤의 결정을 뒤집을 순 없었다.
``"여기서 빠져나가야 해."``
김하나는 움켜쥔 손에서 소리가 들릴 듯했다. 그녀의 눈은 불안감과 두려움 속에서, 여전히 말할 수 없는 의문을 품고 있었다.
``"우리가 진짜 피해야 할 건 여기에 있지 않아. 여기서 뭔가를 발견해야 해."`` 이선희의 목소리가 다시 주위를 감쌌다.
그러나 그 순간, 등 뒤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웃음소리에 모두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 소리는 명백한 불길함의 전조였다. 그림자 속 깔리고 넘어진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장난이 아니야."``
철수가 목소리를 낮췄다. 그의 눈은 고요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감히 헤아릴 수 없는 의지가 남아 있었다. 조용한 어둠 속에서는 수많은 피부마저 떨리는 듯, 냉정함을 잃어버린 도취된 감정에 시달리던 중이었다.
``"그러면..."``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어둠 속에서 허공을 가르듯, 정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굴에 묻어나는 그래도 잔잔한 미소가 공기를 가르고 그들 앞에 서 있었다.
``"우리가 마주해야 할 것을... 난 알고 있어."``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넘쳤다.
그전에, 방심한 사이 그들 주변의 무언가가 그들을 향해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그 검은 실루엣이 이 모든 걸 뒤흔들어 놓으려 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바로 그때, 피할 수 없는 충돌이 다가왔다. 그림자는, 이 준호의 눈앞에서 들이닥칠 변화를 암시하며, 그들을 덮치고 있었다.
분명, 이것은 끝이 아니었다.
모든 것의 시작이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