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목차
28화
아포칼립스 편의점
제28화

심연의 귀환

쨍그랑, 유리 파편 소리가 공명을 일으키며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이준호는 순간, 지팡이를 든 손을 움켜잡은 채 귓전의 소리에 반응했다. 불길한 예감이 한 발자국 다가온 듯했다.

"여기, 뭔가 잘못된 것 같아." 김하나의 목소리가 제 오른편에서 울렸다. 그녀의 발끝이 좁디좁은 바닥을 밟으면서 서로 부딪혔다. 이들은 이제 상대방의 숨소리에 의지하면서 걸음을 이어갔다.

긴장감이 한기처럼 스며들었다. 그들의 귓속을 파고드는 낮은 울림이 어떤 존재의 각인을 남겼다. 이준호는 얇게 깔린 침묵 속에서 먼 지진의 진동을 감지했다. 그것은 다른 위험의 출현을 예고했다.

서서히 짙어지는 어둠,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공간 한가운데로 이들 모두는 불확실한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박철수는 혼란스러운 진동에 발맞춰 마치 길을 잃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멈춰섰다.

"그래, 이곳이 그 끝인 것 같다." 박철수는 영어의 조화 없이 말하면서, 깊은 피로가 깃든 어깨를 젖혔다. 그의 손은 이준호의 팔을 향해 번지며 다가왔다.

이후, 그들 앞엔 황량한 음영이 가로막고 있었다. 석회질의 압도적인 빛이 적막음에 뒤얽혔고, 고개를 쳐든 누군가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선희는 조심스레 안경을 고쳐 썼다.

"일단 여기 서서 상황 좀 보죠. 분명히 무언가... 숨이 막히네요." 그녀의 작은 목소리가 토성에서 맴도는 바람을 쫓았다.

그러나 당시 지나가는 족적이 발밑에서 흉흉하게 떠올랐다. 이 순간, 발자국 소리는 친구에 못지않은 맥락을 변주하며 또다른 소리를 깐다.

그럼에도 불구, 그 초투명한 소리의 원천이 아지랑이를 이루며 그들을 에워쌌다. 작은 출구가 닫혀져 있었다. 이준호는 그를 바라보며 낯설고 익숙지 않은 감각에 머물렀다.

"뭐가 이상해." 준호가 턱에 대고, 불안한 시선으로 벽 너머를 힐끗거렸다. 그의 직감은 자욱한 소음 속에 묻히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어?" 김하나는 센 불빛을 들이대면서 그곳을 지켜보았다. 이 네 사람은 속삭임 너머의 소리를 끝까지 기다리자 결정하였다.

그러던 중, 눈앞에서 갑자기 불길한 기척이 감돌았다. 무언가에서 힌트가 매달린듯한 감각은 그들의 입을 막았다. 이 순간, 공간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냄새가 그들을 휘감기 시작했다.

그러자, 눈앞의 현실이 돌연 비틀렸다. 줄곧 닿을 듯 놔둔 불안감이 이 초역사적 내연 속에서 무언가 깨워지는 것을 초래했다.

"여기...여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박철수는 다급히 말했다. 그런 그의 목소리가 공허의 중심으로 흘러나왔다.

바로 그 시점, 먼발치에서부터 불기운이 몰아쳤다. 이준호는 본능적으로 팔을 들어올려,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막 힘을 추스르려 했다. 박철수의 모자 끝에서는 기운이 이리저리 흔들렸고, 불길한 현실이 피었으며 또다른 위협의 그림자가 자욱한 곳으로 다가오는 위기가 단단해졌다.

"계속해서 나아가야 해. 그렇지 않으면..." 김하나의 목소리가 이제는 과감히 고개를 치켜들며 실마리로 작용하고 있었다. 놓칠 수 없는 단서가 그들의 미로 속에서 여명처럼 나타났다.

잠시 후, 가시처럼 날카로운 순간들이 연결고리로 엮여져 더 선명해졌다. 진실된 이야기가 이 암흑에서 그들의 의식을 열어젖히고 있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무언가의 존재감이 더욱 뚜렷해졌다. 간헐적인 냉기에 흐르던 고요 속에서 이것이 그들 앞에 펼쳐져 있었고, 마치 운명이 손을 내미는 순간 처럼, 포획되지 못할 불도장으로 실제화되려 했다.

모든 것이 잠깐 멈춘 듯, 숨죽인 공기가 그 공간을 수놓았다. 뒤바뀐 현실 속에서 감춰진 의미들이 터져 나왔고, 이는 그야말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발자국은 그저 그 위에 놓여져 있었을 뿐이고, 눈앞에 무언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기대 속에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아른거리고 있었다.

모든 상황은 이들이 생각지도 못한 변수를 숨겨둔 현실이었고, 이것이 그들의 운명을 가늠할 일들이었지만, 그 속에서 무언가가 갈라져 다가오는 순간, 모든 것이 얽히고 섥힌 채 그들 앞에 새로운 길을 열어 놓았다.

곧, 그들이 마주할 현실의 경계에서는 이 불확실한 상황과 더불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결정적 선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속에서, 그들은 진정한 결말을 피날레처럼 노래 부르기 직전에 서 있었다.

그들 곁을 스치는 그림자는 그야말로 가늠할 수 없는 고요 속 아래 불확실한 비밀을 실어 나르며, 그들이 걸어가는 앞으로의 길에 연출할 예고편이자 긴 종장의 힌트를 남겼다.

📚 아포칼립스 편의점
1화   무너진 도시, 깨어난 본능 2화   집결과 혼돈 3화   폐허 속의 약속 4화   다시 만난 죽음의 그림자 5화   방패와 검의 경계 6화   어둠 속의 배신 7화   악몽의 잔상 8화   일단락된 기억의 파동 9화   어둠 속의 긴장감 10화   죽음의 향연 11화   끝없는 추격 12화   잠들지 않은 긴박함 13화   고통의 땅 14화   사라진 기억의 편린 15화   진실에 닿는 손끝 16화   불시착한 혼란 17화   고요의 그림자 18화   망각의 속삭임 19화   숨겨진 통로 20화   그림자의 비밀 21화   새벽의 진실 22화   잔혹한 진실의 피어오름 23화   그림자 속에 감춰진 기억 24화   문 속의 속삭임 25화   우리를 향한 그림자의 속삭임 26화   화염 속 무도의 막이 오르다 27화   환영의 심연 28화   심연의 귀환 29화   심연의 경계 30화   마지막 중재와 선택의 갈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