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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5화
스물다섯, 시간을 넘어
제15화

숨겨진 인연의 전환점

바람이 도시의 거리를 팬 듯 집요하게 작은 돌멩이들을 쳐서 보냈다. 하늘은 더욱 잿빛으로 물들었고, 이준호는 숨을 길게 들이키며 날카로운 찬기가 폐로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 감각은 피부를 얼어붙게 하였으나, 그의 내부는 뜨거운 혼란 속에서 요동쳤다.

“내가 여기 온 이유를 알고 싶어 하겠지.”

멀리서 그를 향해 흘러오는 목소리는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낯설었다. 강민재가 검은 그림자처럼 벽을 타고 다가오고 있었다. 준호는 그를 마주보며 매일같이 튕기던 질문이 입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정말로, 네가 이런 모든 일의 주범인 건가?”

민재는 한순간 멈췄다. 그의 눈을 가리던 어두운 선글라스가 내려가, 준호를 그대로 직시했다. 그의 시선은 날카롭게 번득이며 거칠었다.

“말하지 않았나? 이건 오로지 네 선택에 달렸다고.”

그의 목소리는 확고하면서도 공허했다. 그 공허함 속에, 준호는 미처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을 가졌지만, 더 이상 의문을 제기하기도 전에 민재는 등을 돌렸다. 그의 실루엣은 마치 파도처럼 부풀어 오르다 사라졌다.

준호는 타들어가는 속을 진정시키려 애쓰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숨겨진 진실이 그를 짓누르듯 그의 마음을 억눌렀다.

그때, 어딘가에서 가늘고 떨리는 목소리가 그를 불렀다. 그 목소리는 그리웠고, 동시에 너무도 아팠다. 그가 그리로 발걸음을 돌리자, 좁은 골목 끝에서 한서영이 그를 반기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 눈빛은 마치 어딘가 모르게 사무친 숨막힘이 가득했다.

“준호야, 마침내 너의 여정 끝에 도달했구나.”

그녀의 목소리가 그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두 사람의 마주침은 그가 계속 품었던 질문들에 해답을 주진 않았지만, 무언의 안도감을 주었다. 그 순간, 그녀와의 재회는 그에게 다시 용기를 북돋아주는 듯했다.

“네가 이곳에 있어서 다행이야, 서영아.”

그의 목소리는 조용히 울려 퍼졌지만 그 울림은 묵직했다. 전할 수 없는 정서가 서로의 공간 속에 어지럽게 흩뿌려졌다.

서영은 잠시 동안 그를 바라보다가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손끝이 떨렸다. 그 모습은 무엇인가 결코 쉬운 돌파구를 찾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이번엔 다른 얘길 해줄래. 민재와의 시간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그녀의 물음은 단지 대화를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던 그때, 준호의 시야에 또 다른 그림자가 드리웠다. 민재와 전혀 달랐다. 차가운 거리 위를 서성거리는 또 다른 인물. 그리고 그 순간, 준호는 자신이 놓쳐온 조각들을 채워가듯 숨죽이며 조용히 그 인물을 주시했다.

한서영은 그자를 알아본 듯, 몸을 살짝 떨며 주먹을 꽉 쥐었다. 그녀의 반응은 숨 막히는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저자가 왜 여기 있어?”

준호가 날카로운 눈길로 그를 쏘아보자, 낯선 남자는 천천히 다가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입가에는 의미를 읽기 어려운 미소가 떠올랐고, 그것은 마치 바람과 함께 휘날리는 안갯속 같은 모호한 감정이었다.

“놀랄 필요는 없어. 난 너를 위해 여기에 온 거야.”

낯선 남자의 목소리는 두꺼운 어둠을 뚫고 그의 심장에 꽂혔다. 그는 비밀의 열쇠를 가진 자처럼 느껴졌다. 이 순간, 이들이 어두운 공간에서 비밀을 나누는 것처럼, 진실의 끝자락이 기다리고 있는 것을 직감했다.

한 서영의 의문에 맞서듯, 준호는 다시금 눈을 번뜩이며 그 싸늘한 말을 되받았다.

“넌 누구지? 그리고 왜 여기 있어?”

그의 대답을 기다림과 동시에, 바람은 더욱 거세게 그들을 마구 스쳐 지나갔다. 정적 속에서 한서영의 눈은 불안 속에서 더욱 흔들렸다.

이들은 두 갈래의 길 끝에서 만났고, 그 길에서 풀리지 않은 모든 것들이 서서히 매듭지어져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쉽게 해소될 수 없는 퍼즐이었다. 어떤 새로운 전개가 찾아올지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음에 그의 생각은 무너졌다. 그의 주변을 휘감는 음산하고 묵직한 소리들이 점점 그의 심장을 죄어왔다.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의 전조였다. 이 어둡고 긴 밤은 어떤 충격적인 비밀을 숨기고 있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이제 모든 것이 클리어해 보이지만, 그것은 또한 더욱 복잡하게 얽혀 가고 있었다.

📚 스물다섯, 시간을 넘어
1화   시작의 끝, 선택의 서막 2화   새로운 길목에 선 선택 3화   벼랑 끝의 눈동자 4화   시간의 경계에서 맞받은 순환 5화   시간의 틈새에서 마주한 그림자 6화   슬픈 귀환 7화   추억의 공진 포물선 8화   정체된 순간의 다리 9화   당신을 위한 유령들의 춤 10화   숨겨진 선택의 균열 11화   긴 밤의 경계 12화   불안의 메시지 13화   어두운 자아의 경계 14화   어둠 속에서의 불청객 15화   숨겨진 인연의 전환점 16화   절망 속 불꽃 17화   진실의 어둠 속에서 18화   바람이 전하는 속삭임 19화   심연 속의 메아리 20화   미래를 가리키는 시계 21화   흑막의 그림자 22화   심연의 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