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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6화
스물다섯, 시간을 넘어
제6화

슬픈 귀환

소리의 향연이었다. 차가운 어둠 속에서 파도치는 고동과 함께, 준호는 어깨를 움켜쥔 채 일어섰다. 길거리의 노을지는 하늘은 마치 불길처럼 그 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그의 심장 박동은 뇌리를 때리는 불협화음처럼 거칠고 강렬했다. 짐짓 무거운 공기가 길거리 전체에 깔렸다.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을 때, 그의 주변에 흩날리는 바람은 소름끼칠 정도로 차가웠다. 으스스한 온도 차가 그의 피부를 자극했고, 그 순간에 마치 영혼이 뒤집히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준호!" 저 멀리서 서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공에 울려 퍼지는 그 목소리는 잠시동안 그의 귓가를 맴돌다 사라졌다. 그러나 명확히 그의 감정선을 뒤흔들었다.

그는 자신의 심장이 무언가 갈망하고 있음을 느꼈다. 확실하지 않은 미래와 그에 대한 확고한 신념 사이에서 흔들리며, 그의 발길은 무의식적으로 더욱 빨라졌다.

또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발밑에서 이파리가 바스락거리며 사라졌다. 그는 숨을 고르며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맞닥뜨린 것은 오랫동안 닫혀있던 질서의 틈이었다.

서영은 마치 역사의 일부인양, 낡고 퀴퀴한 골목 끝에 서 있었다. 타이트하게 묶은 머리와 하얀 얼굴, 눈빛 속에는 무언의 호소가 가득하였다. 그녀의 손에는 낡아 보이는 책 한 권이 들려 있었고, 그것은 바람의 길에서 그녀에게 소박한 심판관처럼 지워졌다.

"서영아, 이게 뭐야?" 준호가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불안감과 함께 떨리고 있었다.

서영은 그녀의 발끝을 바라보며 무언가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말은 모든 자모음 사이에서 사라져갔다. 그때서야 준호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그 손을 피하려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내가 찾던 답이야, 준호." 그녀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눈빛은 반짝이며 그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여기 숨겨진 진실이 있어."

그녀는 책의 표지를 조심스레 펼쳤다. 낡은 종이의 냄새 속에서 번진 염원의 잔향은 묘한 설레임을 안겨주었다. 그때, 책 속에 깃든 글자들과 그림자들이 준호의 눈앞에서 균형감을 잃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어느새 어둠은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민재도, 서영도 없었다. 홀로 남은 준호는 갑작스레 아버지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연결의 의미를 알아."

그 말이 무언인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의 주변을 둘러싼 장면이 급격히 바뀌며 그의 심장을 다시금 맹렬히 뛰게 했다. 지금 그의 앞에 놓인 광경은 낯선 듯 친숙해졌다. 어딘가 익숙한 도시의 거리, 그 사이사이로 퍼진 빛들이 산란하게 그의 시야로 들어왔다.

그의 손이 으스스한 공중의 어느 순간을 잡아챘다. 그의 정체성을 흔들어 깨웠다. 그래도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피어나고 있는 불꽃은 희미해질 질색이 아니었다.

"내가, 지금..." 그는 무너져가는 자신을 끌어올려 숨을 삼켰다. 그러나 영원의 순간으로 감도는 시간이 흐른 채, 그는 새벽속으로 사라져갔다.

이 미지의 길에서, 그는 다시금 무엇을 찾아야할지 깨달아야 했다. 그의 선택이, 그 끝에 놓일 것을 매 순간 맞이하고 있었다.

어느새 보이지 않는 손이 날카로운 시곡을 그리며, 천공의 끝을 향해 날아올랐고, 그 자신은 그 순간 이미 그 위를 넘어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떠올린 것은 고요한 여명 속에서 되살아난 강렬한 감각이었다. 방황하면서도 그 다음 순간의 충동에 기대어. 아무도 없음이 막연히 그를 시래였다.

"준호야!"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그의 결속은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가 되돌아갔을 땐, 더이상 그 뒤로 물러설 수 있는 길이 없게 되었다.

이제 시작될 새로운 갈등의 시작에서, 그의 선택은 비로소 중대한 시간의 궤도를 설정하고 있었다. 단 하나의 강렬한 깨달음이 남아 있었을 뿐이다.

시간은 그의 숨죽인 열망을 점점 강하게 감쌌고, 그 맥박의 고동은 어디에서 난 것인지를 명채하게 그리면서 옛 길을 걷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가 다다를 시간의 종잡은 감추어 짜낸 강렬한 시린 손을 잡기 위해 꺼내든 것이었다.

이제 그에게 숨겨진 마지막 진실이 남아 있었다. 그만이 마침내 찾을 수 있었을지 모르는 한 순간이 움츠린 채 영겁의 공간을 넘어오고 있었다.

그곳, 또 다른 소래와 함게 그와 같이 나타난다. 그곳에서 빛바랜 낙엽 속에 번지는 진실의 파편 속으로 머리카락이 뒤흔들리고 있었다.

📚 스물다섯, 시간을 넘어
1화   시작의 끝, 선택의 서막 2화   새로운 길목에 선 선택 3화   벼랑 끝의 눈동자 4화   시간의 경계에서 맞받은 순환 5화   시간의 틈새에서 마주한 그림자 6화   슬픈 귀환 7화   추억의 공진 포물선 8화   정체된 순간의 다리 9화   당신을 위한 유령들의 춤 10화   숨겨진 선택의 균열 11화   긴 밤의 경계 12화   불안의 메시지 13화   어두운 자아의 경계 14화   어둠 속에서의 불청객 15화   숨겨진 인연의 전환점 16화   절망 속 불꽃 17화   진실의 어둠 속에서 18화   바람이 전하는 속삭임 19화   심연 속의 메아리 20화   미래를 가리키는 시계 21화   흑막의 그림자 22화   심연의 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