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호의 심장이 사냥감 같은 박동을 이어갔다. 골목을 안 비좁히며 걸어가던 중, 깍똑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그를 쫓고 있었다. 순간 모든 시간이 멈춘 듯한 감각이 올 때, 그는 급히 뒤돌아보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골목, 그러나 준호의 손끝은 긴장으로 감각이 둔해지고 있었다. 혹여 미지의 존재가 그를 겨누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 의문이 번뜩였다.
"누구야... 뭐 하는 거야?" 속삭임이 그렸다. 그는 본의 아니게 목소리를 가다듬으려 애썼다. 귀로 들리는 소리보다도 어깨에 스며드는 냉기가 더 무서운 것이리라. 그의 주변은 한편의 신묘한 그림자처럼 다가왔다가 사라졌다.
정적이 다시 찾아왔다. 숨어 있는 무언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그가 하지 못한 질문의 답을 알지 못한 채로 도망치거나 맞서 싸울 길이 몇 걸음 남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물러날 수 없었다.
"이준호." 누군가 거친 숨을 가만히 삼켜낸 채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번에는 그의 앞으로부터, 마치 벽을 긁고 나온 듯한 음성이었다. 준호는 차가운 한기를 떨쳐내며 몸을 일으켰다.
그곳에 민재가 있었다. 그의 몸은 마치 그가 속해 있지 않은 현실처럼 일렁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환상이라도 믿고 싶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를 응시하는 민재의 눈빛은 확고했고, 그의 손끝은 길게 늘어나 그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 눈앞의 순간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려는 것일까.
"준호, 여긴 진실의 출발점이라 생각해라. 너의 결정이 필요한 장소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의 얼음같던 공기가 일렁였다. 어쩌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추격은 여기서도 계속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준호는 아까와는 다른 차가움이 그의 내면을 채우며 결심을 다잡았다.
"난 더 이상 이 시점을 뒤로 하고 싶지 않아." 그가 분명히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런 그를 응시하는 민재의 미소는 어딘가 음습했다. 거친 숨결이 그의 길을 막고 있었고, 어느 새벽처럼 그날의 종지부를 자신보다 잃고 있었다.
"너는 계속해서 이걸 직면할 거야. 그러나 모든 선택의 끝에는 갈림길이 있지." 그의 말은 준호에게 또 다른 의미의 실마리를 주었다. 그리고 자기 주의를 다시 붙잡는 강력한 손잡이처럼 민재는 자신의 손끝을 미적지근하게 뻗었다.
"가는 길에서 조심해야 해. 누구를 마주치게 되는지, 그리고 그들이 왜 거기에 있는지." 서늘한 한마디가 그를 에워쌌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를 쫓아가는 듯 했다.
그렉하고, 어둠을 뚫은 소리와 함께 또 다른 인물이 등장했다.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은 서영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긴장으로 굳어진 채로, 눈에는 깊고도 짙은 무언가가 깃들었다. 그녀가 본 것이 무엇인지 준호는 묻고 싶었지만, 어떤 두려움이 그를 가로막았다.
"준호, 이 상황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네가 어떤 선택을 하던지 간에,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몰라." 그녀의 목소리는 천천히 귓가를 맴돌았다. 그녀가 손을 내밀자, 준호는 반사적으로 그 손을 잡았다.
그들의 시선은 서로를 이해하는 무언가를 읽으며 결국 하나로 묶였다. 이 모든 것의 결말이 무엇인지, 이제는 감히 추측조차 하기가 어려웠다.
그 순간, 민재는 준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의 손은 어디서 왔는지 모를 미지의 에너지를 전해주고 있었다. 이 시간이 그의 결정을 기다리는 순간들이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준호, 결정해. 과거와 지금을 동시에 살아갈 수는 없어."
그림자가 으스러질 듯이 일렁이고 있었다. 이러한 결합의 순간이 불가피한 선택의 순간으로 이어질 것임을 어디서도 설명할 수 없었다. 이 순간이야말로, 그가 진정한 자신을 발견해야 할 시간이었다.
바람이 지나가고, 그의 앞에 열려진 길이 줍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을 거슬러 그를 미지의 여정으로 이끌어 갔다. 여전히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그를 감싸고 있었지만, 그는 어느새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읊조렸다.
"내가 가야할 길은 여기서부터 시작일 거야."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르고, 누구를 마주칠지 예상하지 못하는 끝없는 저항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뒤에서 서영과 민재의 목소리가 뒤섞여 멀어지고 있었다. 그의 등 뒤로 시간은 영겁의 파도처럼 모든 것을 다음 단계로 이어주고 있었다.
어제의 정적은 이제 끝없는 소용돌이로 이어질 무언가였다. 그가 잊혀졌던 세계에서 탈출해서 탈리카인가로 비치는 세계에서 걸음을 떼었다.
준호는 그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모든 것이 엉켜있던 시간의 틈새에서 그려낸 길은 앞으로 펼쳐질 끝없는 운명의 비단길이었다. 그리고 무엇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그 뒤편에서 새로운 형상이 그를 반겼다.
그의 시선이 다가올 충돌을 받아들이며 그를 더욱 깊숙이 끌고 들어갔다. 그 어느 때보다 그의 마음속에 강렬한 욕망이 타오르고 있었다.
마치 그가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시간의 경계가 사랑스러운 속삭임으로 바뀌었다. 이제 선택의 순간이 오롯이 그의 앞에 다가왔다.
모든 결정의 뒷면에는 예측하지 못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고, 생명력이 넘치는 숨겨진 비밀들이 그를 마주하며 고동쳤다. 다가올 결말을 기대하며,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그 다음 걸음을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