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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4화
영혼의 여정
제4화

기억의 틈새에서

한없는 어둠 속에서하윤은 서서히 의식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차가운 습기가 그의 팔을 타고 흘렀고, 손끝은 비명을 지르는 듯 얼얼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의 몸을 덮고 있던 어둠은 이내 물러가고, 그가 선 곳은 망자의 땅 유토피아의 한가운데였다. 그러나 이전의 풍경과는 전혀 다른, 낯선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빛이 닿지 않는 광활한 공간에는 이곳저곳 불길한 장식들이 놓여 있었다. 모든 것이 어두운 회색의 성전과 같이 어울려 있었다. 밝은 유토피아와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이 풍경에, 하윤은 생경한 불안을 덮어쓰게 되었다.

"여긴 또 어디지?" 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온 질문은 마치 바람에 맞부딪혀 흩어지는 메아리처럼 망망히 퍼져나갔다.

지난 화에서 깊은 암흑 속으로 빨려 들어갔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이질적인 장소뿐이었다.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 그리고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를 찾아야 함을 깨달았다. 그때 문득 머릿속에 친근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기억해, 우리가 여기 온 이유…" 무언가 분명히 알 수 없는 그 속삭임이 그의 뇌리에 끊임없이 울렸다.

하윤은 자신의 머릿속에 퍼져가는 혼란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눈을 감고 집중하자, 어둠 속에 누군가의 등장으로 인해 방해받았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 자신을 둘러싸던 안개를 뚫고 강렬하게 빛났던 한 여자의 형상이 다시금 보였다.

미소였다. 그녀가 다시금 나타나 하윤의 곁에서 방황하는 그의 길을 인도하고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여전히 온화했지만, 이번엔 더욱 결연해 보였다.

"미소…" 하윤은 자신의 속마음이 담긴 그 이름을 속삭이듯 외쳤다.

미소는 그에게 다가와 긴 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기회를 놓쳐선 안 돼. 기억의 틈새에서 무엇이든 찾아내야 해." 그녀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하윤을 감싸며 진정시켰다.

곁에서는 션이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미소와 함께 출현했다. "그래, 인마. 모든 게 다 네 손에 달려 있잖아. 우리야 언제나 여기 있을 테고."

도처에서 번지는 오래된 나무들 사이로 그 둘은 하윤에게 손을 내밀었다. 션의 말투는 여전했지만 그 눈빛은 진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리안의 눈빛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예견이라도 하는 듯, 그 지침을 전달하는 담담함이 담겨 있었다.

"여길 지나치면, 넌 다시 돌아오기 힘들어." 리안의 경고가 끝나자 대지의 경련이 그들의 발 아래로 느껴졌다.

하윤은 그 경고를 잊지 않고 깊숙이 잊혀진 기억의 땅으로 걸어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진실을 찾으려는 결심을 했다.

길게 뻗은 길 한가운데, 어린 시절의 기억이 희미한 윤곽을 드러냈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던 방 안에 혼자였던 그때, 바깥에서 들려오던 소음과 우레 같은 소리까지, 모든 것이 생생하게 머리 속에 울려 퍼졌다.

그때 갑자기, 하윤의 발밑에는 큰 모닥불이 나타났다. 그것은 그의 과거를 밝히듯 타올랐고, 거기서 놀랍도록 명확한 장면들이 펼쳐졌다. 그러나 그 순간, 새로운 인물이 등장했다.

환영 속 인물은 하얀 옷을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그가 마냥 의미심장한 미소를 띠며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면서 왼손에 들린 무언가를 그에게 내밀었다.

"하윤, 이걸…"

그러나 그가 한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매우 낯익으면서도 불쾌한 이 상황에 귓가에는 짜릿한 전율이 일어났다. 그 미소는 어떤 숨은 의도가 담겨 있었고, 그가 나에게 내밀던 물건은 번쩍이는 빛으로 변하며 눈부심을 남겼다.

하윤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가득한 그는 그 사건의 중심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 끝에서 그는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또다른 진실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흔들렸다.

그의 앞에 펼쳐지는 수수께끼 속의 기억과 그들이 엮는 실타래를 풀어내기 위해선, 더욱더 강한 의지를요구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그 발걸음의 여정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하윤의 가슴 속을 찌렸다.

그러나, 무엇이 옳은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그의 여정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그의 눈앞에 서 있는 과거의 그림자가 새로운 위험을 불러일으킬 예감이 들며 그를 다시 한 번 다가가게 했다.

하지만 그 것을 마주한 순간, 그의 귓가에 전혀 예측하지 못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잊어선 안 돼..."

그 목소리와 함께 새로운 갈림길을 마주하게 되며 허무 속으로 잠입하려는 순간, 또 다른 그림자가 그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그 길은 아직도 많은 위험을 예견하며 그의 발 아래 펼쳐지고 있었다.

📚 영혼의 여정
1화   유토피아의 그림자 2화   거짓의 회랑 3화   거짓과 진실의 이중주 4화   기억의 틈새에서 5화   기억의 조각을 넘어서 6화   고통과 진실의 무게 7화   기억 저편의 그림자 8화   탐험 속의 위기와 직면 9화   희망과 혼돈의 경계 10화   시간의 너머에서 11화   고대의 망령 12화   뒤집힌 운명의 서막 13화   빛의 교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