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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3화
시간의 조각들
제3화

균열의 대가

질식할 듯한 긴장감이 세상을 위협하듯 내 앞에 서 있었다. 레오의 얼굴에 드러났던 섬뜩한 미소는 여전히 내 정신을 갉아 먹고 있었다. 그의 말이 내 귀를 찌를 때마다 내 코끝이 떨렸다. 모든 게 시작된 바로 이 순간, 나는 이해할 수 없는 갈등 속에서 자신을 찾아야 했다.

"예린, 넌 준비가 됐어?" 미하엘이 내 옆으로 조용히 다가와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늘 차분했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나를 잡아끌고 있었다. 그의 존재가 옆에 있어서 다행이었다는 생각과 동시에, 나는 이 길이 정확한지 확신할 수 없었다.

"준비라고? 다른 선택지가 있는 건가요, 미하엘?" 내가 묻자,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숨을 고르는 듯 했다.

"선택지란 늘 존재하지. 그렇지만 그 선택이 네가 원하는 결과를 가져다주지는 않겠지."

그가 그렇듯 무심한 듯한 말투로 내게 답했을 때, 갑자기 주위의 공기가 무겁게 느껴졌다. 마치 움직여선 안 되는 시계의 톱니바퀴가 억지로 맞물려 돌아가는 것 같은너무도 오싹함이 속에서부터 올라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이 온 몸을 휘감아 나를 짓누르는 듯했다.

우리는 둘 다 동시에 고개를 들었고, 그 순간 파란 하늘에 거대한 균열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 균열의 크기는 점점 자라났고, 그 틈새로써 바람마저 흩어지고 있었다. 그로부터 무엇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상황,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의 세상이 점점 비틀려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시간의 조각이 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군." 미하엘은 균열에서 시선을 돌리지 않은 채 중얼거렸다.

"이렇게 되면 다시 원래대로 돌릴 방법은 없나요?" 나는 초조한 마음에 그에게 재촉하듯 물었다.

미하엘은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건... 지금 너와 내 힘만으로는 어려워."

내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불확실한 미래가 내 앞에서 격렬히 춤을 추고 있었다. 균열의 중심에서는 아득한 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와 찢어지는 공간의 연주를 만들어냈다. 내 발걸음 또한 점점 그 속도를 잃어가게끔 조율 당하는 듯 했다.

"예린, 모든 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미하엘이 말했다. 그의 시선은 여전히 균열을 향하고 있었지만, 목소리에 담긴 확신은 나를 잡아 끌었다. "우린 아직 대처할 방법을 찾을 수 있어."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들이 물소리처럼 쏟아져 내렸고, 나는 간신히 그 중에서 한 가지를 붙잡았다.

"그래, 우리에겐 아직 기회가 있어." 내가 겨우 말을 잇자마자 미하엘은 이해했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무언가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것을 느꼈고, 순식간에 어둠이 우리를 삼켰다. 검은 그림자가 뒤엉켜 마치 벽처럼 우뚝 솟았고, 그 속에서 예상치 못한 얼굴이 드러났다. 시간의 균열 속에서 발디디는 땅마저 잡아먹으려는 기세로 다가오는 존재, 그 안에 극렬한 파동이 반사되듯 기세를 몰아왔다.

"너였군." 아직 보지못한 존재에게 한 마디를 던지며 숨을 고른 순간, 익순한 목소리가 귓가를 후벼팠다.

"과연 이 곳에서 너희를 만날 줄이야. 준비는 되었니, 예린?"

그 얼굴은 미처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인물, 바로 오래전 사망한 줄로만 알았던 자였다.

"네가 여기에 있을 줄이야…" 내가 충격에 말을 잃는 순간, 그는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

"시간은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곧 우리는 제자리로 돌아와야 해." 그의 목소리마다 거친 소리가 묻어나오며 이 음울한 장면을 완성했다.

나는 다시 한 번 이 상황의 기인이 무엇인지 돌아봤으나, 어떤 결론에도 도달하기 어려웠다. 명백히 그는 우리가 몰랐던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또 다른 과거의 비밀, 그리고 그 속에서 똑같이 얽혀 있어야 할 진실에 대한 의문이 폭발했다. 이 모든 것은 이제 막 시작이었고, 가장 큰 물음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불투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내 숨결은 점점 더 빨라졌고, 균열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와 함께 더 크게 들렸다. 그러나 그 소리가 옅어지기 전에, 나는 무엇보다 중요한 결정을 기로에 두어야 했다. 이제 내가 취할 선택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앞으로 더 나아가야 했다.

시침과 분침이 교차하는 찰나, 그날의 사건들이 다시금 머릿속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 무거운 발걸음을 떼며, 검은 그림자가 모두 물리는 순간을 기다렸다. 모든 것이 어그러지고 비틀린 그 찰나의 순간 속에서, 내 손은 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 서고 있었다.

그러나 결심의 순간이 지나갈수록, 모든 진실이 나를 향해 다가오고, 다음 화가 펼쳐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시간의 조각들
1화   시간의 벽돌 2화   시간의 균열 3화   균열의 대가 4화   시간의 도박 5화   시간의 어긋난 페이지 6화   시간의 증오와 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