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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화
시간의 조각들
제1화

시간의 벽돌

"멋지게 들어갔군, 제이크."

아슬아슬한 절벽 아래, 요란한 물소리가 사라진 세계의 고요를 품고 있었다. 고작 몇 초 전, 나는 여기서 떨어졌었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걸어 나왔다. 시간의 틈을 제대로 지나갔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나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또 당신이야?" 나는 뒤에 선 사람을 돌아보았다. 그 눈은 조롱하는듯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나를 시험할 건가요, 마스터?"

그는 킬킬거리며 코트를 흔들었다. "내가 널 시험하는 게 아니라, 제이크, 너 스스로를 시험하는 거지."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엔 초조함이 선명했다. 시간을 다루는 그의 능력조차 나의 실수 하나로 무너질 수 있었으니까.

내가 다시 말하는 순간, 가슴속 무언가가 쏟아질 것 같았다. 그는 내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지켜보다가 손을 널리 벌렸다. "자, 이 구문을 한 번 더 연습해보자. 우리는 충분한 시간이 없어."

나는 눈을 감고 머릿속에 그 구문을 떠올렸다. 시간이란 질서 그 자체였고 우리는 그 질서를 조율하는 관리자였다. 시간이 우리를 놓치는 순간, 세계도 황폐해질 테니까.

첫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땅이 흔들릴 것 같았고, 냉랭한 바람이 나의 피부 속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다. 내 손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흐릿하게 떨리는 걸 느끼며 구문을 속삭였다.

그러나 내가 시도한 그 순간, 내 주변의 공기가 돌연 팽창하며 나를 주위로 내던졌다. 가까운 나무에 머리를 부딪힘과 동시에 내 몸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맙소사, 이번엔 실패임이 틀림없군." 마스터의 음성이 멀리서 들려왔다. 그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나를 끌어올렸다.

"변명을 할 필요는 없다." 여전히 비꼬는 듯한 미소를 띠며 말을 이어갔다. "너와 나에게 허락된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것뿐이지."

피곤이 무겁게 내려앉은 눈꺼풀이 다시 열렸다. "그러면 어떤 옵션이 있을까요? 계속 이렇게 힘겹게... " 나는 말을 놓았지만, 마스터는 내 생각을 알아챘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것들은 너무 많다. 그리고 이번 경우는 좀 더 특별하니까."

그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며 덧붙였다. "지켜봐. 시간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건 다른 식으로 이해될 테니까."

마스터는 나를 다시 훈련장의 중앙으로 이끌었다. 그는 미지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고, 그곳에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남아 있었다. 그가 늘 하던 말처럼 이곳은 시간의 조각들이 흩어져 있는 장소였고, 내가 완성해야만 하는 퍼즐 조각이었다.

그 순간, 땅 밑에서 솟아오른 듯한 진동이 일어났다. 시간을 조정하던 장치가 유난히 소리를 내며 멈췄고, 준비되지 않은 날 위한 비밀의 문이 열렸다는 걸 직감했다.

"시간의 흐름을 맞추지 못하면, 이 세계는 혼란에 빠진다." 마스터는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누구보다 너 스스로를 잃어버리게 될 테니까."

내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세상의 조각들이 퍼즐을 맞추어가는 듯, 갑자기 모든 것이 어긋나버리는 순간이었다.

마스터는 잠시 침묵하고,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이젠 정말 시작인가 보다." 그가 묘한 웃음을 지었고,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갑자기 나에게로 다가온 그의 시선, 그의 반짝이는 눈빛 속에 나 자신을 비췄다. 그리고 그의 뒷모습이 점차 사라져가며, 세계가 급작스럽게 변해갔다.

마스터의 목소리 대신, 귀가 번쩍 뜨일 만큼의 날카로운 소리가 귓속까지 파고들며,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고 말았다.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 내가 이 미지의 세계에서 다른 선택지를 찾는 방법을 생생하게 느꼈다.

"남은 건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내 맘속에 이는 자기 비하의 목소리. 하지만 나는 버티기로 결심했다.

나는 다시 눈을 크게 뜨고, 어깨의 흔적을 털어냈다. 내 앞에 놓인 어두운 길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걸, 나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 시간의 조각들
1화   시간의 벽돌 2화   시간의 균열 3화   균열의 대가 4화   시간의 도박 5화   시간의 어긋난 페이지 6화   시간의 증오와 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