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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2화
내 인생의 마지막 요리
제12화

잃어버린 조각

유진이 숨을 고르기 위해 잔뜩 웅크리고 있어도 나무 바닥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그녀의 존재를 부정하는 듯한 차가운 기운이 발바닥에서부터 서늘하게 감도는 게 더욱이 그렇다. 그녀가 방금 전까지 듣고 있던 맥박 소리는 텅 빈 방의 어두운 구석에서 점점 더 세차게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그녀의 심장을 뒤흔드는 듯했다.

"유진, 거기 있어?" 마틴이 낮은 목소리로 건넸다.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 시작해야지. 우린 벌써 길을 떠났잖아."

맞아. 길을 떠났지. 이제는 불확실한 여정의 끝이 머지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신경 줄기로 된 미로가 깜빡이며 그 빛을 잃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미로 끝에는 반짝이는 희망의 한 점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그럼 해보자." 유진은 속삭이며 결의에 찬 이목을 들어올렸다. 목소리는 아직도 흔들리고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고정되어 있었다.

그들이 세운 장소는 어두운 숲 속 깊은 곳이었다. 그곳은 그들에게 불안을 자아내게 하는 이상한 영역이었다. 그러나 유진은 오히려 그 어둠을 견뎌낼 용기를 가졌다. 그녀는 머리 위 하늘에서 숲 사이로 스며드는 잿빛 구름과 싸우는 듯한 기운을 느꼈다.

사라는 다소 회색 빛이 감도는 그녀의 눈으로 우리 앞에 놓인 장면을 차분히 응시했다. 그녀의 손끝에서 작은 불빛이 다시 깜빡였다. 그 불빛은 곧 극도로 소중한 무언가로 여겨졌던 그 모든 것을 밝혀줄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단단히 준비되었어?" 사라가 조용히 속삭이며 긴장을 풀어냅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의 갈라짐을 담고 있었다. 눈앞에 드리운 상황 탓인지 자꾸만 온갖 불안들이 생각을 헤집었다.

그때, 대니가 나직한 운율을 띤 목소리로 말했다. "이제까지 내가 보고 썼던 모든 것들은 그저 그릇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메모지를 만지작거렸다. 그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와 그림들이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이야기가 만들어낸 형체들은 여전히 혼돈 속에 갇혀 있었다. 유진도 그 혼돈과 싸우며 그 사이에서 그나마 명확한 답변을 찾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 답은 언제나 그녀의 코앞에서 사라져버렸다.

바로 그 순간, 오랜 시간 그가 가지고 있던 것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마틴의 어깨 너머였다. 그는 고개를 돌려 유진의 눈을 마주쳤다. 서로의 마음은 두드러지는 일말의 공감대에 묶여 있었다.

"이 도시의 음식을 먹고 느낀 그 향기 말이야," 마틴이 말을 뱉었다. "그것만이 다른 기억들과의 다리를 놓을 수 있는 건 아닐까?"

유진은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라진 기억들이 새롭게 떠오르려면, 그것은 잃어버린 맛을 통해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 맛은 미각과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아니, 오히려 그 맛을 떠올리기만 해도 심장이 떨리는 기억과 함께 있었던 풍미였다.

"마치 그 요리가 우리의 인생 방향을 바꾸려는 것 같아." 사라가 뒤이은 대화로 대답하며 유진의 시선을 받았다. 그녀의 말 속에는 어쩌면 곧 바뀌어야 할 방향에 대한 실마리가 있었다.

마치는 누군가가 향수를 뿌려놓은 듯한 그곳의 향기를 다시 한 번 맡으며 말했다. "그 요리가 마지막 퍼즐이라면,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 그 조각을 찾을 수 있어야겠지."

그러나 유진은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저항감을 표했다. "어떻게 그것이 과거의 조각을 찾아줄 수 있겠어?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단순히 기억의 잔재뿐이야."

마틴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숙였다. 그가 내뱉은 숨결은 곧 주변의 차가운 공기 속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그는 부드럽게 중단 없이 말했다. "과거를 찾아가는 길이라면, 그 길이 반드시 매끄러울 필요는 없어. 걸어서 가야 한다면, 그 어떤 길이든 반드시 그럴듯한 길을 찾게 될 거야."

그 순간, 좁은 공간을 가득 메운 짙은 향기 속으로 무언가가 침투해들어왔다. 숨소리마저 멈출 정도로 깊은 순간, 그들은 피할 수 없는 진실로부터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었다.

단 한 순간이라도 감각을 잘못만둬 여정이 끝날까봐 두려운 마음으로 웃음 짓는 척해보던 그때, 성난 파도처럼 끝없는 괴리 속에서 그들의 몸은 얼어붙고 있었다.

새롭게 떠오른 그 향이 그들의 후각을 사로잡았고, 또 다른 깊은 불확실성 속에서 설레던 마음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유진은 가슴 속에서 어떤 감정이 솟아났다. 그녀는 갈볼 수 없는 운명에 더이상 뒤집어지지 않을 각오를 다졌다.

어디선가 숲을 가로질러 익숙하지만 충격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진과 마틴, 사라는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대비했다.

그 순간, 그들은 경계를 넘어설 준비를 했다. 그들의 발 아래는 여전히 브루스케토 색의 잔디가 깔려 있었다. 그리고 그 위를 향해 달려오는 것은 그들이 지금까지 헤쳐오던 질긴 인간사의 잔재였다.

눈앞의 길을 가로막았던 짙은 이슬 속에서 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바로 유진의 부모였다. 그 냉랭한 눈동자 안에 어떤 감정이 흐르고 있는지를 고지전처럼 각인할 줄 알았지만 유진의 가슴 속엔 폭탄처럼 터져나갈 무언가가 있었다.

"이제..." 유진은 목이 잠긴 듯한 말투로 외쳤다. 그녀의 인생에서 가장 세차게 뛰던 심장이 손에 잡힐 듯 숨 둘 틈 없었다.

그녀의 앞에 넘실거리는 밤의 그림자 속에 권태로웠던 과거의 조각이 더불어 움직이고 있음을 깨달았다.

마침내 그들 셋은 하나가 된 듯 연합하며 정체 모를 향이 올라오던 방향으로 돌아섰다. 각자의 마음 속에 묻혀 있던 비밀들을 벗어버리고 서서히 걸음을 내디뎌갔다.

이제야 모든 조각이 하나로 모이려는 것인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잃어버린 조각 속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이 모든 것은 결코 누군가의 기대를 벗어나지 않을 겨를도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발걸음이 멈출 수 있었던 것은 잠시였지만, 다음 장면이 깊게 박히는 그 순간, 이 모든 모양새는 감춰진 진실의 빛을 그들 가슴 속으로 덮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기 직전이었다.

예측할 수 없는 충격이 다가오는 모습이긴 했지만, 이미 그들의 가슴 한 편에서는 그 순간부터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며 잊어지지 않을 기억들로 오래도록 남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네. 그리하여 그들은 이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며, 자신들이 한 때 한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는 사실을 내내 붉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여정이 새롭게 변화될 순간을 맞이하기 바로 직전에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알 수 없는 다른 누군가가 그들 앞에 주위를 맴돌며 숨어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 내 인생의 마지막 요리
1화   맛의 미궁 2화   정적의 속삭임 3화   어둠 속의 향연 4화   밤의 미식 5화   비밀의 조합 6화   뚜렷한 그림자 7화   마지막 메뉴 8화   기억을 부르는 향 9화   마지막 손길 10화   세 가지 맛의 조화 11화   붉게 물든 경계 12화   잃어버린 조각 13화   어둠 속의 불청객 14화   무엇이 더 있을까 15화   마지막 조각을 위한 손 16화   슬픔의 미각 17화   불현듯 드리운 진실의 그림자 18화   잠식된 기억의 향연 19화   감춰진 유령의 만찬 20화   어둠 속의 만찬 21화   숲에서 마주한 진실의 조각 22화   감춰진 기억의 적막 23화   어둠 속의 기억 조각 24화   정적의 중심에서 25화   기억의 잔해 위에서 26화   잊혀진 향기의 미로 27화   잃어버린 시간의 서막 28화   마지막 한 입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