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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9화
시간의 비극
제19화

선택의 경계

고요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뚫고, 진우는 걷고 있었다. 발밑의 돌멩이가 작게 후각을 울리며, 그는 시선을 거리의 저편으로 고정했다. 얼음장 같던 사건 현장이 불이 붙은 듯 그의 내면을 달구고 있었다. 이곳에서 진정한 시작점이 있었다는 것을 몰랐던 것처럼 느껴졌다.

"난 왜 이곳에 있는 거지?" 진우의 속내를 드러낸 한 마디는 스스로에게조차 낯설었다. 옆에 있던 미래가 고개를 젖혔다. 그녀의 청록색 눈동자는 약간 흐려져 있었다.

"우리가 진짜 찾고 있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잔잔한 바람결에 섞여 울린다. "너한텐 전부를 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겠지."

진우는 애써 미소를 지어보였으나, 눈동자는 갈 길을 찾지 못한 채로 동요하고 있었다. 그 모든 것은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를 사로잡고 있었다.

"벽화 속의 이야기를 본 적 있나?" 재하가 툭 던진 질문에 진우는 맞물린 눈꺼풀을 힘주어 깜박였다.

"사라져버린 역사가 우리를 호소한다는 그 얘기 말인가?" 진우의 대답에 재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구겨진 종이를 손에 들고 있었다. 종이 위에 그려진 길잡이가 불쑥 눈앞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 진우의 심장이 힘을 잃은 듯 멎어버렸다. 온몸을 파고드는 싸릿처럼, 고통스레 짧은 숨을 내쉬면서도 진우는 발걸음을 겨우 붙잡았다. 손끝은 이미 눈앞에서 또렷해진 형체에 탄력을 얻고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걸 한층 더했다면 이 지점에서 만날 수도 있겠지." 수빈의 목소리가 지치고 조용히 이어졌다. 그의 시선은 진우의 손끝이 닿은 무언가에 집중되었다.

그리고 그 앞에 벽처럼 쌓인 한 인물이 그림자 속에서 등장했다. 그의 얼굴을 감추는 후드의 그림자가 땅에 드리워졌다. 그 눈빛 속에선 익히 보아왔던 감정들이 얽히고 있었다.

"누군가가 데이터에 접근했어," 그 인물은 더이상 듣기 싫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우는 긴장이 흐트러진 채 시선을 돌렸고,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당신이 누군지 알 필요는 없어." 얘기를 가로막은 재하는 빠르게 대응했다. "하지만 우리가 찾아야 할 건 분명히 여기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시선을 압도한 채, 그곳에 서 있는 자의 실체가 도전하듯 검게 질린 시선을 던졌다. 그로 인해 모든 것이 흔들리려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우린 합리적이 돼야 한다고," 그자가 조용히 말했다. "경계를 넘어가는 걸 감당하지 못할 테니까."

어두운 길모퉁이 너머에서 신경을 울리는 전율이 일어났다. 그 길 끝에는 그들이 감당해야 할 또 다른 이야기의 문이 열리려 하고 있었다. 그 문 너머엔 어떤 형체가 복잡하게 숨죽이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하늘이 밝기 전에 결정을 내려야 해." 미래의 목소리가 간절하게 전해졌다. 그 사이 누군가의 발걸음이 빠르게 그들 가까이서 다가오는 소리가 요란하게 치밀어올랐다.

"모든 걸 뒤로 미루기엔 우리의 시간이 너무도 없어." 수빈은 숨을 고르며 덧붙였다. 그의 억양 속에는 가를 수 없는 무엇인가가 깃들어 있었다.

"그럼, 어쩌면 전부 거짓일 수도 있다는 말은 다 무효화되겠군." 진우가 씁쓸히 말했다. 보는 이 없는 그들의 대한 진실에 대한 추적이, 이제야 겨우 서막을 올리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누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그들이 걸어온 모든 길이 갈림길로 인해 사라지기 전에 안정적인 길을 찾아야 할 때였다.

그러나, 그 위치에서 천천히 그들을 감싸며 퍼지는 어둠은 아직도 생각보다 제법 길게 이어져 이상하게 나무라지 못할 시간을 바로 앞에 두고 있었다.

그들 앞에 놓인 그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머뭇거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들 앞에 무엇이 벽을 드리우고 있는지 아려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실루엣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을 향해 뭔가를 속삭였다. 그 속삭임이 그들 가까이서 울려 퍼져 감정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엔 이미 시간이 촉박했다. 어두운 뒷골목에서 벗어나 은밀하게 이어지는 새로운 갈래를 제시할지 모르는 게 누군지 몰라도 그들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진우는 막막한 안갯속에 실체가 보일 때까지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이 향해 가는 끝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그들은 그 자신들의 그림자를 발견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과 그들이 용기 내어 걸어가야 할 미래의 이야기는 여전히 팔을 벌리고 있었으며, 어서 길을 열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다음 순간, 어떤 발걸음이 그들의 완벽함을 무너뜨릴지 모르는 일이었으니.

📚 시간의 비극
1화   첫 번째 선택 2화   어두운 물결 속 속삭임 3화   되돌릴 수 없는 것 4화   보이지 않는 그물 5화   시간의 미궁 속으로 6화   미래의 균열 7화   어두운 과거의 절벽 8화   역설의 고리 9화   불편한 진실의 문턱 10화   망각의 어둠 11화   비밀 속 어긋난 양면 12화   의문의 추적자 13화   빛과 그림자 사이 14화   결정적 선택 15화   역사의 그림자 속에 16화   그림자 속의 진실 17화   그림자의 속삭임 18화   그래삘 무엇이 남긴 흔적 19화   선택의 경계 20화   사라진 선택과의 대화 21화   변화의 서막 22화   균열 속에서 춤추는 그림자 23화   숨겨진 진실의 문턱에서 24화   어둠 속의 기억 25화   운명 속의 숨겨진 선택 26화   진실의 그림자 27화   불안의 메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