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열고 싶다면, 조건이 필요할 거야.”
갑자기 모든 것이 일렁였고, 강렬한 생기의 속삭임이 공기 중을 찢었다. 그 목소리는 허공에서 울리며 우리 귓가에 맴돌았다. 눈앞의 고대 문은 여전히 거대하게 버티고 있었다.
“뭐든지 잔뜩 감춰져 있겠지. 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 신시아가 조심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손끝을 따라는 듯 입맞춤을 인도했다.
나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그녀를 바라보았다. 주위는 어둠 속에 깃든 것은 불안정한 숨결로 바뀌었다. 벽면은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꿈틀거렸다.
“언제나 같다니까! 변화는 두렵지 않지만, 사실 그 확실치 않은 것들이 진짜 무서운 거라니까.” 카일이 투덜거리며 몸을 뒤로 휘감았다. 그가 포기하려는 기색을 보이자, 내가 그를 붙잡았다.
"멈추지 마. 이 문을 열어야 해. 아니면 끝없이 여기 갇힐지도 몰라."
레온의 목소리는 한계를 마주한 용사처럼 비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눈은 흔들림 없이 고대 문을 향했다.
“맞아, 찾아야 해. 어쩌면 이곳엔 우리가 몰랐던 비밀이 잠들어 있을지도.” 아리아는 눈에 반짝이는 결의를 담고 앞장섰다. 그녀는 시선을 고대 문에 고정한 채 걸음을 내딛었다.
그 순간, 문의 잔뼈 뒤편에서 굵고 날카로운 소리가 들려왔다. 벽이 갈라지는 파열음이었지만, 마치 시간을 갈라놓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한 줄기 빛이 틈을 따라 흘러내리며 균열 사이를 밝혀 나갔다.
“이건 다른 것. 그냥 마법진이 아냐.” 신시아는 이마를 찌부러뜨리며 주의를 가랐다. “모두 준비해! 뭔가 움직이고 있어.”
손게일의 얼음 조각이 기척 속의 공기에 스멀거렸다. 차가운 기운 속에서 나는 잠시 흔들리던 주위를 견고하게 고정해야 했다. 시간은 순간적으로 흔들렸고, 눈앞의 상황들이 이내 오그라들었다.
“뒤로!” 레온이 소리쳤다. 그가 자세를 낮추며 우리에게 경고하기도 전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대처했다. 어두워진 하늘이 희미하게 안정을 찾고 있었다.
“오는 거야!” 카일이 몸을 뒤틀며 질려하는 말이었다. 그의 손은 불확실하게 무언가를 잡으려 했고, 곧 차가운 빛나는 실체가 소음을 내며 공간을 뚫었다.
그리고 엄청난 바람이 휘몰아쳤다. 마치 모든 것을 쓸어가려는 듯한 강제력이었다. 우리의 발걸음은 멈췄고, 부풀어오르는 에너지가 뒤엉켜 숨을 턱끝까지 몰아붙였다.
“글쎄, 이미 아까운 걸지도 몰라.” 신시아는 팔짱을 껴고 머리를 밀쳐내며 혼란스러움을 견뎠다. 차가운 손끝이 아슬아슬하게 불을 따라 불꽃처럼 번져나갔다.
“빨리 결정해야 한다.” 나는 나지막이 터져 나오는 말에 이를 악물었다. “어딜 가든 선택할 시간 없어.”
그 순간, 문의 틈이 벌어지면서 앞으로 흐른 빛이 우리를 손짓했다. 그 속에서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를 미지의 장면이 펼쳐지고 있었다. 우리의 결심은 다른 대안을 찾을 여지마저도 빼앗긴 처지에서 이루어져야 했다.
레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었다. 그의 푸른 눈동자는 흐릿한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았다.
“가자, 새로운 시작이 예정돼 있을 거야.” 그의 목소리는 다가오는 불확실한 경로를 밝혀주는 등대처럼, 우리를 흔들림 없이 이끌고 있었다.
우리는 그와 같은 마음으로 고대 문 앞으로 걸음을 내딛으며 기다림의 순간을 떨쳐 나갔다. 그 순간 우리의 손이 허공을 가르는 찰나에, 문 너머에서 더욱 날카로운 속삭임이 다가오며 등을 찔렀다.
피리의 마지막 소리가 우리와 동행하듯 어둠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안갯속에서 선명한 기운이 돋아나는 찰나,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우리를 전혀 다른 미래로 초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이 정해졌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있을까? 이 예상치 못한 문의 저편에서 우리의 판단이 무엇을 가져다줄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제는 단 하나도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 문을 넘어서자마자, 이해할 수 없을 새로운 세계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