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가 일순간 얼어붙었다. 갑자기 나타난 어둠이 우리를 달래듯 두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강렬한 전율을 느꼈다. 신체의 감각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무슨 희미한 노랫소리가 돌고 있었다. 바로 그때, 신시아가 조용히 속삭였다.
"저 노래, 어디서 들은 것 같아..." 그녀는 입술을 팔소매로 대며 속삭임의 정체를 알아내려 애썼다.
갑작스레 레온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시선은 고정되지 않았다. 그의 푸른 눈은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불씨처럼 좌우를 헤매고 있었다.
"저기, 누군가 있어." 그의 목소리는 낮고 진중했다. 불길한 기운이 스멀거리며 그의 등 뒤를 스치고 지나가듯 했다.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마법의 흔적이 역력한, 기묘하게 꿈틀거리는 형체였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나타나 우리에게 육박하고 있었다.
"누구지?" 카일은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지만, 그의 표정에 드리운 경계심을 숨기기는 어려웠다. "근데 우리가 이런 곳에서 너덜너덜해질 수는 없다고."
그때, 신시아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불꽃같이 현대의 힘이 번쩍이며 퍼져나갔다. 기묘하게 반짝이는 힘은 우리의 시선을 쓸어갈 듯했다.
"앞으로 나가자." 신시아가 결단을 내렸다. 그들 모두가 그녀를 따를 명령을 이해하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도 그녀의 결정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 순간, 노랫소리가 일시에 멈추고 사방이 암흑으로 뒤덮였다. 잠시 모든 것이 무에 흡수된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는 곧 되살아나는, 더욱 숨막히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마치 고유의 무게를 지닌 어둠이 우리 주위를 덮치는 것 같았다.
사방이 암흑에 잠긴 가운데, 우리는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발 밑에서 울렁거리는 불협화음이 이내 진동하며 손끝까지 파고들었다. 긴장감은 끝없이 흐르듯 지속되었다.
"고대의 목소리를 듣곤 했지. 저 너머로 가면 만날지 몰라." 신시아가 머리털을 쥐어짜며 한숨을 내뱉었다. 그녀의 눈은 갈채처럼 흔들렸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실체를 감지하려 애쓰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림자가 육중하게 몸을 드러냈다. 그것은 실체 없는 위협과도 같았고, 상상 속에서만 존재할 법한 존재처럼 보였다. 신비롭고 두렵기만 한 실체였다. 나는 그것을 직접 마주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처럼 어딘가가 불편하게 울렸다.
레온이 손목을 움켜쥐고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길은 그림자의 중심에 박혀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줄로 묶인 느린 속도로 다가갔다.
"자, 얘들아. 정신 차려." 그의 목소리는 결연한 목소리로 들렸다. 그는 손목에 들어온 감각을 더듬으며 그 위협을 직접적으로 정확히 마주보고 있었다.
사방은 여전히 어두웠고, 그 속에서 우리는 더욱 깊이 빠져들기 시작했다. 창백한 빛이 송장처럼 우리를 파먹으려는 듯했고, 끊임없이 우리를 감시하는 듯한 감각이 뒤엉켰다.
"어쩔 수 없지, 이런 정도로!" 카일이 소리치며 스스로 뜯어냈다. 난 갓 잡아낸 물고기를 처음 만지는 듯한 신기한 감각으로 움켜쥔 검을 뒤흔들었다. 어쩌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무언가에 닿을 순간이 임박하고 있었다.
그때 레온이 아리아를 향해 손짓했다. 그녀는 빠르게 그와 나란히 서서 그늘 너머의 낯선 존재에게 접근했다. 공기는 날카로워지고, 모든 불안정한 움직임은 더욱 감각적이 되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그림자가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던 그 실체가 눈앞에서 멈칫했다. 사방에 흐르는 노랫소리는 그리워하면서도 친근한, 불길한 선율이었다. 그것은 우리를 다시 뒤로 물렸지만, 동시에 무언가 새로운 조종의 신호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바로 그때, 눈앞에서 믿어지지 않는 기적 같은 사건이 일어났다. 그림자는 해체され, 살아있는 무언가로 드러났다. 신내림이라도 받은 듯, 그 형체는 갑자기 속삭이듯 말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타났군. 기다림의 끝이 도래했어."
그 목소리는 귀를 찢으며 내려앉았고, 우리는 무작디에 하던 모든 것을 멈췄다. 그때 우리 주위를 휘감았던 모든 상념이 갑작스레 내리덮이는 압박속에서 소용돌이쳤다.
"누구길래 이렇게 평온하게 나서지?" 레온이 눈썹을 치켜떠 한걸음 다가섰다. 그는 이제 직감적으로 이를 해결해야 할 시점임을 깨닫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입구에서 도착한 이 상황은 우리의 예측을 아득히 벗어났다. 그 그림자는 단순한 환영이 아니었다. 이제 그것은 더욱 두터워지는 현실이었고, 그 실체는 그저 가미된 것 이상의 무엇이었으며, 복수심 가득한 장엄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었다.
"기다리고 있었어. 드디어 이곳에 왔구나. 내 운명 속의 너희들."
그것은 새로운 세력의 교묘한 덫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사악한 과거의 한 조각이었다. 우리는 이 대면을 준비하며, 미완성된 이 공간 속의 무언가와 함께 숨을 움켜쥔 채 다가가야 했다.
하지만 그 순간의 맹세는 우리로 하여금 또 다른 비밀을 풀어내는 수수께끼 앞으로 안내했다. 이로써 우리 앞에서는 또 다른 악몽의 문이 느닷없이 열린 것이었다. 눈앞에서 치열한 전쟁터가 성큼 가까워졌다.
난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 순간은 바로 이것이었다. 다가오는 것을 감지하며, 모든 길은 이곳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확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이 모든 혼돈 앞에 닥친 운명적인 선택이 이제야 단단하게 날 붙잡았다. 이제 우리의 다음 선택이,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터였다. 이제 갈 길은 오직 하나였다. 상상의 거리 너머로 마침내 뛰어들어갈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