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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화
희망의 스무 고개
제1화

챔피언의 불길한 그림자

휘파람 소리가 귀청이 터질 듯 이어졌다. 휠체어 뒤에 걸린 작은 깃발이 바람 속에서 일탈의 춤을 췄다. 준호는 어느새 흥분으로 눈이 번뜩였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넓은 도로 위, 오늘은 그의 첫 번째 ‘비공식’ 경주였다.

그와 함께 출발선에 선 아이들은 모두 같은 중학교를 다녔다. 모두 비슷한 꿈을 꾸는 친구들이었다. 그 꿈은 어느덧 그들 각자의 작은 희망이 되었다.

"준비됐지, 준호야?"

지원이가 물었다. 전형적인 서울 사투리가 섞인 말투였다. 항상 자신감이 넘치는 친구였다. 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심장을 고동쳤다. 그는 오늘 자신이 얼마나 준비되었는지 보여줄 작정이었다.

자, 준비... 출발!

실업 시간이 끝나자마자 그들은 질주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거칠게 얼굴을 때렸고, 시시각각 장애물들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하지만 준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손잡이를 조이다 낚아채듯 휠체어를 몰아붙였고, 그가 지나갈 때마다 도시의 소음이 뒷걸음쳤다.

"너무 빨라!"

지원이의 외침이 들렸다. 준호는 뒤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며 페달을 밟았다. 경주의 끝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그는 벌써 피말림의 끝에 다다라 있었다. 어느덧 친구들은 점점 뒤로 멀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막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인파가 몰려들어 길을 막았다.

"멈춰!"

누군가 뒤에서 소리치는 것이 어렴풋이 들렸다. 그러나 그 목소리를 무시한 채, 그는 곧바로 다리를 건너야 했고, 눈앞에는 이제 완벽한 결승선이 구름속의 실루엣처럼 불확실하게 보였다.

그 순간, 그의 손이 잠시 미끄러졌다. 휠체어가 휘청거렸고 방향을 잡으려던 노력은 찰나에 그쳤다. 그리고 잠깐의 균형 감각을 잊고 뻗은 그의 손이 부딪히면서, 휠체어는 놋쇠로 된 난간에 세게 부딪혔다.

준호는 순간적으로 하늘로 솟구쳤고, 단단한 충격이 다리를 떨렸다. 그는 지면 위로 내려앉았다. 주변이 아득해지고, 사람들의 얼굴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코와 입가로 숯냄새 같은 미세한 냄새가 닿았다.

"괜찮아, 준호야?"

그때서야 지원이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준호는 흐릿하게 보이는 옅은 미소로 대답했다. 의식과 체력의 경계에서 흔들리던 그는 이제야 스스로를 다독일 시간이었다.

그들 앞에 선 또 다른 인물은 길잡이처럼 다가왔다. 이상한 긴장감이 그를 둘러쌌다. 그는 이미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이제 혼랑 훈련은 그만두는 게 좋을 텐데."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온 사람이 너털없이 말했다. 그의 냉정한 눈빛에 대고 준호가 결타적으로 눈을 맞췄다. 이보다 더 뜻밖일 수 없는 얼굴로, 그가 늘 대했던 가장 두려운 경쟁자, 바로 한재현이었다.

"맞다, 너. 네가 그럼 내 경쟁자?"

준호는 한재현에게 피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던졌다. 한재현은 이동 수단인 자신의 묵직한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신경 끄라는 듯 머리를 젓는다.

"나는 이런 무의미한 경주에 관심 없어. 나중에 다시 보자고."

말을 마친 한재현은 차가운 편향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마치 사람이 아닌 자동 길잡이처럼 휠체어를 뒤로 해서 돌리며 거만하게 광장을 떠났다.

그의 감정이 뒤엉킨 상태에서, 지원은 준호의 옆에 자리잡고 다정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괜찮아, 네 능력을 모두가 알게 될 거야. 이렇게 단 한 번의 추락으로 끝날 네가 아니잖아."

"'단 한 번' 말이야."

준호는 피곤한 듯 눈을 감아 순간의 아쉬움을 떨쳐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더 큰 결단을 앞두고 있었다. 준비하느라 놓친 대학 입학 원서를 겨우 완성하고도, 경주에 도전하느라 시험을 앞둔 순간까지 달렸다. 모든 시름은 여전히 그를 물고 나서올 고비였다.

준호는 자신을 스스로 다독이며 속삭였다.

"이제 시작이지. 더 큰 싸움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그의 생각에 응답이라도 하듯 멀리서 탁월의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이윽고 이어지는 자동차 브레이크 마찰음이 높은 음을 내자, 휘몰아치는 꼬리의 폭풍처럼 시작된 경주가 머지않아 더 큰 그림자를 드리울 것을 암시했다.

그리고 살짝 떨리는 손은 이미 그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길 없지만, 그저 앞으로의 여정 또한 물불 가리지 않으리라.

📚 희망의 스무 고개
1화   챔피언의 불길한 그림자 2화   희망의 길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