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 새벽이 거리 위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던 순간, 민수는 휠체어 핸들을 꽉 움켜쥐었다. 휠의 윤곽이 손바닥에 새겨질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차가운 공기가 그의 폐를 찌르는 듯 했지만, 그는 결심한 듯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그가 어두운 복잡한 농도의 불안과 맞서기라도 하듯, 눈썹 사이에 깊은 주름이 패였다.
"너 오늘 대회인거 잊지 않았지? 여태까지 보여주지 않은 성과를 확실히 남겨, 알았지?", 태호가 그늘진 퍼런 얼굴로 희미한 미소를 지우며 말을 건넸다. 그의 목소리는 비장하게 떨어졌지만, 민수에게 분명히 전해졌다. 그는 민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경주를 앞둔 그의 텐션을 조금이나마 풀기 위해 유머를 던졌다. "아니, 이번에 이기면 휠체어에 네 발로 명품 타이어를 달아줘야겠는데?"
민수는 미소를 보이는 대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폴리곤같은 진지함으로 태호의 장난을 받아넘기면서, 뇌리 속에는 경주만이 가득 차 있었다. 태양이 구름 위로 잔뜩 탔고, 그 경주가 그의 인생에서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비로소 깨달았다. 그때, 그의 마음속으로 또 다른 목소리가 지나갔다.
"나는 너의 경주에 결코 참석할 수 없는 유령이지만, 네가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지연이 시원한 공기 속에 다가왔다. 그녀의 미소가 민수에게 따스한 햇빛처럼 스며들었다. 그녀의 말을 듣는 순간, 민수의 어깨에 걸친 무거운 짐이 잠시나마 내려앉히는 듯 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익숙하고 인간적인 발걸음 소리가 다가왔다. 거리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규리였다. 그녀의 눈은 날카로운 기운이 띄고 있어, 규리가 그를 어떻게 다시 양성할지를 상세히 찾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규리의 눈은 언제나 민수에게 가장 따뜻한 선생님과 같은 빛을 품고 있었다.
"또 다른 도전이 있어. 하지만 이것을 넘기지 못하면, 더 이상 갈 길은 없어." 규리는 그의 시야에 서서히 드러난 인물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한재현이 팔짱을 낀 채, 미소 짓고 있었다.
민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소리를 느꼈다. 각혈할듯한 무거운 감정이 몰려오며 그의 눈에 불타오르는 듯한 결의가 가득차올랐다. 한재현은 비웃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하며 말했다. "넌 결국 모두의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나 보지. 그래서 이곳까지 올라온 건가?"
민수는 그의 말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잠시 피하며 그저 눈을 감고, 자신을 추스르려고 했다. 그것은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자, 경주가 시작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새벽의 잿빛 공기는 이제 그에게 미지의 약속을 전해주고 있었다.
경주는 시작되자마자 불꽃같은 속도로 시작되었다. 핸들이 민수의 손 아래 들썩거렸고, 승부에 대한 갈망이 그의 귓속을 맴돌았다. 악력이 핸들을 꽉 잡고, 지평선 너머로 길게 펼쳐진 경주가 그의 앞에서 최후의 도전을 던지 듯 휘몰아치고 있었다.
주변으로 도시의 밤이 패널로 편집된 영화 장면처럼 달렸다. 마치 그에게만 넓게 열린 길이라는 듯, 시야가 확장되어갔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여전히 한재현이라는 이름이 계속 떠올랐다. 흔들리는 바퀴 아래에서 그의 결의가 타버리길 기다리는 듯, 한재현은 그의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규리의 경고가 머릿 속을 울릴 때, 갑작스러운 사고의 소리가 그의 귀를 갈랐다. 민수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그 충격이 그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것을 차마 막지 못했다. 삶과 같은 경주가 그를 내려놓게 만들 줄은...
그 한순간, 그의 앞에는 거대한 그림자가 엉뚤어 머물렀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마치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무엇이라도 파괴하려는 듯, 그를 위한 담대한 파장임을 알렸다. 하지만 철저히 그가 꿈꿔왔던 결과가 아니다.
또 다른 그림자가 불어오는 순간, 민수의 휠체어는 휘청거리는 운동 속에서 겨우 멈춰서야 했다.
마지막 순간, 민수는 단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불확실한 흔적을 그렸으며, 이를 통해 생기는 새로운 변화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
바람이 일시적으로 사라진 것처럼 깊은 잠속으로 들어간 듯 끝난 그때, 그의 눈은 어딘가 건조해져 있었다. 그리고 이어서, 시간이 왼쪽 시야에 역동적으로 스쳐 지나가고 있다는 감각을 남겼다. 어떤 결말도 확립되지 않은 채, 미래는 아직 열려있다고...
그리고, 그의 삶의 거대한 전환점은 이내 다가오고 있었다.
읽는 모든 자들에게 경고한다. 인생의 경주는 그 무엇도 보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불완전한 패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그가 알든 모르든, 그는 가장 중요한 무엇이든 배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