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목차
1화
금지된 불꽃
제1화

운명의 불꽃, 첫 번째 불씨

어둠이 물든 거리를 가로지르는 붉은 화염이, 밤하늘을 찢어발기듯 치솟았다. 그 불길 속에서 비명이 메아리쳤고, 연기와 함께 잃어버린 영혼들의 그림자가 춤을 추었다.

그날 밤, 유진은 그 불꽃을 지켜보는 대신 그 안에 갇혀 있었다. 창문 너머로 밀려드는 뜨거운 열기가 피부를 태우듯 스쳤고, 코를 찌르는 타들어가는 나무 냄새가 폐를 메웠다. 그녀의 손가락이 창틀을 움켜쥐는 순간, 그 안에서 누군가의 비명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유진! 도망쳐!" 그 목소리는 익숙했지만, 이미 늦었다. 불꽃이 그녀의 세계를 삼키고, 그 자리에는 잿더미만 남겼다.

몇 년 후, 유진은 여전히 그 밤의 유령을 쫓아다녔다. 바의 어두운 구석에 앉아, 손에 든 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거리의 불빛이 번쩍이는 소리가 그녀의 귀를 자극했다. 차가운 유리가 손바닥에 스며들어, 살갗을 얼렸다. 그녀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건 추위 때문이 아니었다. 옆 테이블에서 웃음소리가 터지자, 유진의 시선이 날카롭게 그쪽으로 향했다. 그 웃음소리 속에, 잃어버린 그의 목소리가 스며들어 있었다.

바텐더가 다가와 물었다. "또 그 잔인가요? 매번 같은 걸 시키시네요."

유진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게 제일 잘 녹아." 그녀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직설적이었고, 말 끝마다 뾰족한 가시가 서려 있었다.

바텐더는 어색하게 웃으며 물러났고, 유진은 혼자 남아 그 잔을 홀짝였다. 그때, 문이 열리며 차가운 바람이 안으로 스며들었다. 발소리가 다가오고, 그와 함께 묵직한 남자의 향기가 공기를 채웠다. 나무와 가죽이 섞인 냄새, 그건 그녀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은 냄새였다.

"이 자리가 비어 있나?"

목소리가 그녀의 등 뒤에서 울렸다. 유진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서 있는 남자는, 세한이었다. 그의 검은 코트가 어깨를 감싸고, 손에는 장갑을 낀 채였다. 세한의 눈빛은 차갑고 깊었으며, 마치 바다의 저편을 응시하는 듯했다. 유진의 가슴이 한 방울씩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 남자가 바로, 그녀의 연인을 빼앗아간 자의 친구였다.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유진의 말이 쏘아지듯 나왔다. 그녀의 어깨가 살짝 올라가며, 손가락이 잔을 더 세게 쥐었다.

세한은 미소 짓지 않았다. 대신, 의자를 끌어당기며 앉았다. "우연이야. 이 바가 제일 조용하거든." 그의 말투는 신중하고 우아했으며, 각 단어가 정확하게 떨어지듯 나왔다. 마치 계산된 듯한 느긋함이 있었다.

유진은 그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우연? 당신 같은 사람은 우연이란 단어를 모를 텐데." 그녀의 숨결이 뜨거워지며, 가슴이 빠르게 고동쳤다.

세한은 그녀의 눈을 마주치며 대답했다. "모르는 게 아니야. 피하고 있을 뿐이지."

그 대화가 시작되자, 바의 음악 소리가 더 멀게 느껴졌다. 유진은 그의 얼굴을 더 자세히 살폈다. 그의 턱선이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고, 목덜미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열기가 그녀의 코를 자극했다. 세한은 그녀의 연인, 민호가 그 불꽃 속에서 죽어간 그날의 유일한 증인이었다. 동시에, 세한의 친구, 지훈은 유진의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자였다. 그 연결고리가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당신이 그날 그 자리에 있었다고 들었어." 유진이 속삭이듯 말했다. "왜 구해 주지 않았어? 지훈을."

세한의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 소리가 쿵쿵 울리며, 유진의 가슴을 울렸다. "구할 수 없었어. 불꽃이 모든 걸 삼켰으니까." 그의 목소리가 낮아지며, 숨결에 섞인 후회의 향기가 피어올랐다.

유진은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며 외쳤다. "그럴 리 없어! 당신은 그 불을 피운 장본인이야!"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바 안에서 메아리치기 전에, 세한의 손이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 손길이 뜨겁고 강렬했으며, 피부가 서로 마찰하는 감각이 전율을 일으켰다.

바의 음악이 바뀌었고, 사람들이 시선을 돌렸다. 유진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앉았다. "놓으세요."

"미안해." 세한이 속삭였다. "하지만 도망치지 마. 아직 말할 게 남았어."

그 순간, 유진의 마음속에 이상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증오와 끌림이 뒤섞인, 금지된 감정이었다.

바에서 나와 거리로 나서자, 차가운 바람이 유진의 뺨을 스쳤다. 세한이 그녀를 따라 나왔다. "함께 걸을까?"

유진은 고개를 저었다. "왜 나랑 같이 있어? 당신은 나를 증오해야 할 텐데."

세한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증오? 그건 너무 쉬운 감정이야. 하지만 난... 복잡해." 그의 말투가 여전히 우아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떨림이 느껴졌다.

그들은 공원의 벤치에 앉았다.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밤공기를 채웠고, 먼 곳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렸다. 유진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세한의 눈동자가 달빛을 받아 반짝였고, 그 안에 그녀의 그림자가 비쳤다.

"그 불꽃이 왜 일어났는지 알아?" 세한이 물었다. "누군가 고의로 지폈어.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 난 아직 모르겠어."

유진의 가슴이 조여들었다. 그녀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무릎을 쥐었다. "거짓말. 당신이 그걸 알면서도 숨기고 있잖아."

세한은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의 체온이 피부에 전해지며, 숨결이 그녀의 뺨을 스쳤다. "아니, 진실을 원해. 너만큼이나."

대화가 깊어질수록, 유진의 마음은 혼란스러워졌다. 세한의 손이 그녀의 어깨에 닿는 순간, 그녀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 손길이 부드럽지만, 동시에 위험했다.

"이제 그만해. 나한테서 떨어져." 유진이 말했다.

하지만 세한은 물러나지 않았다. "유진, 너를 만난 건 우연이 아니야. 그 불꽃이 우리를 연결했어."

그 말에 유진의 시선이 흔들렸다. 그녀는 일어나 도망치고 싶었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공원 저편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림자 하나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세한의 얼굴이 굳었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조심해."

유진은 그 그림자를 보았다. 그 형체가 점점 선명해지며, 손에 든 물건이 번쩍였다. 칼? 아니, 총기? 그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당신... 이게 다 당신 탓이야!" 그림자가 소리쳤다. 그 목소리는 익숙했다. 지훈의 형제, 민준의 목소리였다.

세한이 유진을 보호하듯 앞으로 나섰다. "이건 시작일 뿐이야."

그리고 그 순간, 총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 금지된 불꽃
1화   운명의 불꽃, 첫 번째 불씨 2화   불꽃의 그림자, 은폐된 속삭임 3화   베일에 가린 불꽃 4화   불꽃의 속삭임 5화   불꽃의 속삭임: 그림자의 속임수 6화   배신의 불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