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이 번쩍이는 순간, 복도 저편에서 들려온 그 목소리가 이수현의 귓가를 찢었다. "수현, 너… 정말로 날 잊었구나. 하지만 이제, 네가 가진 USB가 내 목숨을 결정할 거야." 민준의 형제가 아니라,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림자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 발소리는 정희의 향수 냄새와 뒤섞여 축축한 콘크리트 바닥을 스치며 미세한 마찰음을 냈다.
수현의 손가락이 USB 가장자리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 차가운 금속이 살을 파고들며 피부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퍼졌다. 김태오가 그녀의 팔을 끌어당기며 몸을 가로막았고, 그의 재킷 소매가 바람에 펄럭이며 땀에 젖은 천의 묵직한 냄새가 방 안을 채웠다.
"지훈? 네가 왜 여기서…" 태오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는 윤지훈을 노려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다시 나타난 거냐. 이번엔 어떤 거짓말로 우리를 속일 생각이야?"
윤지훈은 칼을 내리며 미소 지었다. "거짓말? 태오, 네가 먼저 수현을 이용한 장본인 아니었나. USB 안에 네가 민준을 끌어들인 진짜 기록이 있지. 수현, 네 연인이 죽은 그날, 네가 모르는 부분이 있어."
수현의 발이 뒤로 미끄러지며 벽에 부딪혔다. 차가운 벽돌의 촉감이 등을 찔렀고, 그녀는 태오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태오, 이게… 무슨 소리야? 지훈이 또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들어봐. 그 불꽃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었어. 네 과거와 연결된 세력이 있었지." 윤지훈이 USB를 향해 손을 뻗었다. "정희의 오빠가 아니라, 바로 네 연인의 가족이 진짜 주인이었단 말이다. 태오가 그걸 숨기려고 민준을 불꽃 속으로 밀어넣은 거야."
태오는 윤지훈을 밀치며 수현을 뒷문 쪽으로 끌었다. "지금은 설명할 시간이 없어. 여기서 벗어나자. USB를 지키는 게 먼저야."
그들은 복도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리며 심장 박동처럼 울려퍼졌다. 수현의 발이 웅덩이를 밟으며 차가운 물이 다리를 적셨고, 축축한 공기가 옷을 스치며 습기를 남겼다.
두 번째 장면으로 넘어가며, 그들은 좁은 골목으로 뛰어들었다. 네온 불빛이 빗줄기를 비추며 인파의 웃음소리와 자동차 경적이 공기를 가득 채웠다. 수현은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태오, 왜 지훈이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민준이 살아있다면, 네가 정말 그 불꽃을 준비한 거야?"
김태오는 그녀의 손을 꽉 쥐며 작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문이 삐걱거리며 닫히자 먼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수현, 듣지 마. 지훈이 날 이용한 거야. 민준은 회사의 기술을 지키려 했어. 내가 그를 막으려 했는데, 모든 게 뒤엉켜버렸지."
수현은 벽에 등을 기대며 그의 가슴을 밀쳤다. "뒤엉켜? 내 연인이 죽은 게 네 계획 때문이라면, 어떻게 나와 이런 관계를 이어온 거야? USB 안에 민준의 생존 이유가 있다고 했잖아."
김태오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감쌌다. 따뜻한 체온이 스며들며 피부에 남았다. "미안해. 하지만 윤지훈이 숨긴 게 더 있어. 지훈의 거래 상대가 민준의 가족이 아니야. 네 과거와 직접 연결된 세력이야."
건물 안에서 발소리가 다시 울렸다. 정희의 목소리가 문틈으로 스며들었다. "수현아, 여기 있었구나. USB를 내놓으면, 진짜 진실을 알려줄게. 지훈 오빠가 기다리고 있어."
수현은 몸을 일으키며 정희를 바라보았다. "정희, 너… 또 배신이야? 민준의 형제가 말한 그 세력이 뭐야? 네 오빠가 불꽃을 일으킨 장본인이라고?"
정희는 칼을 숨기며 다가왔다. 그녀의 발소리가 콘크리트를 긁으며 향수 냄새가 퍼졌다. "세력? 지훈 오빠가 아니라, 네가 잃은 연인의 가족이었어. 그들이 불꽃을 이용해 회사를 장악하려 했지. 하지만 태오가 그걸 막으려다 민준을 이용한 거야."
김태오는 정희를 막아섰다. "그만해. 수현, 이건 함정이다. 여기서 나가자. USB를 열어보면 모든 게 드러날 거야."
그들은 다시 거리로 뛰쳐나왔다. 밤공기가 차갑게 스치며 번개가 하늘을 가로질렀다. 수현의 가슴이 조여들며 그녀는 태오에게 속삭였다. "태오, 이제 믿을 사람이 없어. 너마저… 민준이 살아있다면, 왜 나를 속인 거야?"
김태오는 그녀를 오래된 창고 안으로 끌어들였다. 문이 닫히며 습한 공기가 얼굴을 감쌌다. 그는 USB를 꺼내 랩톱에 연결했다. 화면 빛이 얼굴을 비추며 파일들이 떠올랐다. "이걸 봐. 윤지훈이 왜 우리를 쫓는지. 민준의 생존 이유가 여기에 있어."
화면 속 사진에 수현의 연인 민준과 지훈, 그리고 예상치 못한 얼굴이 있었다. 수현의 손이 화면을 가리켰다. "이 사람… 내 연인의 가족이야? 왜 여기 있는 거지? 그 불꽃의 날, 그들이 무슨 거래를 한 거야?"
김태오는 숨을 삼키며 말했다. "그게… 정희가 숨긴 비밀이야. 그녀의 오빠가 그 거래의 진짜 주인이고, 불꽃을 일으킨 장본인이었어. 민준은 그걸 막으려다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남은 거지. 네 연인의 가족이 지훈과 손잡고 회사를 장악하려 했어."
수현의 몸이 굳었다. 그녀는 USB를 쥐고 태오를 바라보았다. "그럼 정희는 왜 나를 이용한 거야? 그 모든 게… 내 탓이었어? 민준이 살아있다면, 왜 지금 나타난 거지?"
바로 그때, 창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하지 않은 발소리가 울리며 새로운 인물이 들어섰다. 수현의 눈이 커졌다. "너… 내 연인의 동생?"
그 남자는 웃으며 칼을 들어 올렸다. "그래. 수현, 네가 가진 그 USB 안에… 네 연인의 진짜 죽음이 아니라, 내가 살아남은 이유가 있어. 지훈이 날 이용해 불꽃을 키웠지. 하지만 이번엔, 내가 USB를 가져가야겠어."
김태오는 수현을 보호하며 앞으로 나섰다. "네가 왜 나타난 거지? 그 거래의 진짜 주인이 누구야?"
남자는 칼날을 번쩍이며 대답했다. "지훈과 정희가 날 이용했어. 수현, 네가 모르는 진실이 이 불꽃을 다시 피울 테니까. USB를 내놓아. 아니면, 너희의 모든 과거가 이 불꽃과 함께 사라질 거야."
수현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USB를 움켜쥐고 태오에게 속삭였다. "태오, 이게… 우리를 더 깊은 구덩이로 밀어넣는 거야? 민준이 살아있다면, 왜 나를 속인 거야?"
김태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문 밖에서 정희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오빠, 이제 그만해. 그 USB를 내놓고, 우리 모두 끝내자."
민준의 형제가 웃으며 말했다. "정희, 너도 이제 알았겠지. 이 거래의 진짜 주인은… 네가 숨긴 그 세력이야. 수현의 연인 가족이 지훈을 조종한 거지."
정희의 발소리가 멈췄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지훈 오빠가… 배신한 거였어?"
바로 그 순간, 창고 밖에서 또 다른 폭발음이 울렸다. 불꽃이 창문을 비추며 수현의 심장이 요동쳤다. 민준의 형제가 칼을 내리며 속삭였다. "이제 진짜 게임이 시작됐어. 그 불꽃이 너희를 다시 찾아올 거야. 하지만 USB 안에 숨긴 마지막 비밀은… 너희가 상상도 못한 거지."
수현은 USB를 움켜쥐고 태오를 바라보았다. "태오, 이 USB 안에… 네가 숨긴 게 또 뭐야? 민준이 살아있다면, 왜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었지?"
김태오는 대답 대신 그녀를 끌어안았다. 창밖으로 번지는 불빛이 그들의 그림자를 길게 늘렸다. "수현, 이제… 도망칠 곳이 없어. 하지만 진실을 알면, 우리가 선택할 수 있을지도 몰라."
정희와 민준의 형제가 동시에 움직였다. 칼날이 공기를 가르며 수현의 시야가 좁아졌다. 문이 다시 열리며 예상치 못한 그림자가 들어왔다. "태오, 수현. 지훈이 너희를 기다리고 있어. 하지만 이번엔… 내가 직접 끝낼게."
그림자가 들어왔다. 그의 얼굴은 익숙했다. 윤지훈이었다. 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USB를 내놓아. 아니면, 너희의 모든 비밀이 이 불꽃과 함께 사라질 거야. 그런데… 이 USB가 열리면, 수현 네가 잃은 연인이 사실은 살아있다는 걸 알게 될 텐데. 그리고 그 연인의 가족이 너를 다음 불꽃의 증인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도."
수현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태오를 바라보았다. "태오, 이게… 끝이 아니잖아? 민준이 살아있다면, 왜 나를 속인 거야?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해?"
김태오는 대답하지 못했다. 윤지훈의 칼이 번쩍였다. 불꽃의 잔영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진실을 원해? 그럼 따라와. 하지만 다음 선택이, 너희를 완전히 다른 구덩이로 밀어넣을 거야."
복도 저편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익숙하지 않은 그림자가 천천히 다가오며, 수현의 숨이 멈추는 듯했다. "수현, 너… 정말로 날 잊었구나. 하지만 이제, 네가 가진 USB가 내 목숨을 결정할 거야. 그런데 그 USB 안에 네가 모르는 또 다른 배신자가 숨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떻게 할 거지?"
태오는 수현을 뒤로 밀며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손이 테이블 모서리를 쥐어뜯었다. 관자놀이에 핏줄이 섰다. "누구냐. 이번엔 또 어떤 놈이 나타난 거지?"
문이 완전히 열리며, 그림자가 드러났다. 그 얼굴은 박정희의 오빠였다. 그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야. 수현. 네가 믿었던 정희의 오빠. 하지만 진짜 배신은… 태오가 아니라, 바로 네가 숨긴 과거에서 시작됐어."
수현의 손이 USB를 놓치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차가운 금속이 콘크리트에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그럴 수가… 정희 오빠가…"
바로 그 순간, 창고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리며 헤드라이트가 빗줄기를 가르며 다가왔다. 새로운 추격자가 나타난 것이다. 태오는 수현의 손을 잡아끌며 속삭였다. "뛰어. 이제 진짜 끝이 시작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