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엘의 고개가 움찔하며 저편을 향해 틀어졌다. 머리카락이 뒤로 넘겨지면서 보이는 깊은 갈색 눈동자는 마치 불안을 감추려 애쓰는 듯했다. 그곳에는 아득한 허공에서 떨어지는 불규칙한 비트가 퍼지고 있었다. 그는 잡힌 데 없는 이 소리가 그의 내면을 어지럽히는 것 같아 눈살을 찌푸렸다.
"이리 와, 위험해." 리오의 목소리가 귓가에 날카롭게 꽂혔다. 평소에 보이던 유머스러운 부드러움 대신, 그 음성에는 말 못한 걱정이 절박하게 스며 있었다. 카엘은 지체 없이 발걸음을 떼었다.
바람이 산들거렸다. 바닥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길게 늘어나다가 수축하면서 그들 사이에 응축된 긴장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눈을 한참 감은 아리아는 천천히 눈을 떴고, 푸른 눈 속 깊이 알 수 없는 그림자가 일렁였다.
"이건 진정한 음색이 아니에요," 그녀가 덧붙였다. 그녀의 입가에는 불신으로 떨리며, 계속해서 뭔가를 거부하려는 듯한 무언의 목소리가 있었다. "저 신기루 같은 음표들이 우릴 유혹하고 있어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감정들이자, 음악이 만들어내는 매혹인데..."
"그럴 줄 알았어." 리오는 잠시 자신의 생각에 잠기고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느낀, ...어쩌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것이 있을지도 몰라."
리오는 눈으로 땅을 훑었다. 그것은 그 소리들의 근원지처럼 보였다. 길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마치 그림 속의 번개 같은 무늬들이 그곳에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 손에 닿을 수 없는 경계의 지원군처럼 느껴졌다.
"조심해서 돌아봐." 카엘은 상처가 된 듯 두 눈을 깜빡거리며 속으로 읊조렸다. "이건 어떤 이유로 방해받고 있던 것이야. 우리가 정말 또 다른 음표를 찾으려는 걸까?"
고개를 드니 바로 앞에는 암울한 고요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들은 그 안에 잠재된 불안정한 질서를 손으로 쓸어내려 보듯 했다.
리오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면 말했다. "이런 기운을 받는 것도, 전생에 무슨 업을 쌓고 있던 걸까. 우리가 맞는 키는 아닌 것 같아." 그의 목소리에서 잦아드는 유머에도, 금박이 벗겨진 듯한 차분함이 있었다.
아리아는 그 음에 자신도 모르게 이끌리듯 고양된 기분에 사로잡혔다. 들숨과 날숨 사이에서 그녀의 몸은 흐트러지듯 흔들렸다. "어쩌면, 이 모든 게 가르침일지도 모르죠? 무엇인가를 피하고 여부를 따지기 전에는 먼저 그걸 알려고 노력해보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주변이 맴돌며 떠돌던 음파들은 돌연 시끄럽게 요란해지기 시작했다. 불규칙한 비트는 이제 확고한 진동으로 바뀌며 그들의 발밑을 강타했다. 동시에, 그들의 발갛게 물든 그림자들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듯 했다.
"팔을 벌려 보자." 카엘이 한 걸음 나아갔다.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조용하지 않았고, 목에 핏줄이 선한 상태로 세 심같이 뻗어나갔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직접 나서지 않으면 저것들은 우리를 더 자극할 거야."
그는 손끝으로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를 가리켰다. 그것은 마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그의 궤적을 스치는 듯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잠깐, 이건..." 하며 리오가 발목을 감싸오듯 이끌리며 단번에 입을 막았고, 아리아는 더 짙어지고 있는 풍요로움 속으로 둘러싸였다.
"여기 어디에도 평소와는 다른 소리가 있어." 속삭임 속에서 카엘이 말했고, 그런 그의 왼손으로 빛나는 것이 흐르고 있었다. 그 오물이 흐르는 그가 그것을 붙잡자마자, 모든 것이 잠시 멈추며 다시금 고요해졌다.
그런데, 불현듯 어떤 것이 그들 앞으로 다가왔다. 빛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것이 가정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물결처럼 그들 모두를 삼킬 것처럼 보였다. 새벽에 비스듬히 떠오르는 달에 미친 조각이 공기 중으로 새어 나오는 동안, 그들의 곁으로 검붉은 비현실적인 형상이 드리워졌다.
아리아는 물러서며 적잖이 놀란 듯,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손에 묻은 느낌을 뿌리칠 수 없었다. "이건 새로운 것이야. 아마... 이건 진정한 전설의 음표가 아닐지도 몰라요. 하지만, 다른 무엇인가의 조각이라면..."
그럴수록 그들의 희망이 늘어가면서 어둠이 더욱 더 진하게 원을 그려가며 그들을 에워싼다. 그 예기엔 할 수 없는 진상이 명백하게 이미 그들 앞에 드리워져 있었다.
"이제는 우리에게 새로운 길이 열린 것 같아," 카엘은 그 희망이 그의 얼굴 위로 번지는 괴리가 최고조에 달한 순간, 땅을 이탈하려는 달처럼 가슴 속의 주파수가 커졌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일지 모른다.
이때, 눈 앞에 있던 그 모든 불협화음들이 일제히 사라지자, 그들 주위에 드리웠던 수많은 음표들마저 하나도 남지 않았다. 모두 증발해버리며 마치 그곳엔 아무 것도 없었다는 듯이.
"이게 무슨 일이야?" 리오가 혼란스러워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무언가를 얻었는지 아니면 잃은 건지 모르겠어."
순식간에 모든 것이 잠잠해지고, 그들이 여기 온 것이 허구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조차 저 깊숙히 올바르지 못했다. 그 모호한 시점에서 새로운 감각의 눈이 저편으로 조직된 순간, 모든 게 차분히 다시 한꺼풀 걷히는 듯했다.
"계속, 다시 걸어가요..." 아리아는 희미하게 떨리는 한 손으로 이미 든 것을 쥐었다. 그들이 얻고자 했던 것은 아직 긁어내지 못한 진실이었으나, 마치 마침표 없이 시작만 되어 있었던 것처럼.
다시, 아련한 멜로디가 그 자신의 속에 살아있는 것을 감추면서, 그들은 발걸음을 조심스레 옮겼다. 그들의 새로운 음표가 되어주리란 약속도 없이.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문득 우득거렸고, 그 조용한 흐름에 완벽하게 들린 한 큰 소리가 그들 앞에서 울렸다.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듯 찰나의 브릿지가 그들의 귀를 때리며, 이는 끝없이 이어질 여정의 시작이었다.
그럼에도, 긴박한 음조는 뭔가를 예고하고 있었다. 마치 어떤 충격적인 인물이 그 시야의 저 끝에서 기다리는 것처럼.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이제 막 시작됐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불협화음 속에서 감춰진 괴상한 향연에 닿으며, 그들은 그렇지만 아직도 그 끝을 모르고 헤매고 있었다. 그들의 새로이 다가올 형상을 준비하며, 다시 한 번 그들이 선택해야 할 갈림길로 얽힌 그 장소를 향해 걸어나가야 했다. 그리고 그 음표가 그 뒤로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면...
다음번엔 반드시 이보다 더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