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린 빛이 어둠 속에서 피어오르던 순간, 카엘은 자신도 모르게 발을 멈추었다. 그의 심장은 다시 한 번 맹렬히 뛰고 있었지만, 이 기묘한 평온 속에 자리한 망설임이 그를 붙잡고 있었다. 그 빛은, 모든 질문과 두려움을 뒤덮고 나서 그들 앞에서 도약하듯 펼쳐진 새로운 세계의 표면과도 같은 것이었다.
"카엘, 이 빛..." 리오는 입을 열었다. 그의 금빛 머리카락이 희미한 빛에 반짝이며 무언가를 의도하는 듯했다.
"지금껏 우리가 찾아왔던 것과는 다르다." 카엘의 목소리는 떨림 없이 이어졌다. 눈을 가늘게 뜨며 그 빛의 발원지를 노려보았다. 마치 그의 심연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댔고,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순간, 아리아는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끝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떨림은 카엘의 마음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자 마치 두 사람 사이의 공기가 순간적으로 달라진 듯했다.
"카엘, 여기가 뭐라고 생각해요?" 그녀는 속삭였다. 그 음환의 숲 속에서 작은 메아리처럼 그녀의 목소리가 돌았다. 그녀는 그의 시선을 놓지 않고 있었지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또 다른 영향이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의 목표였던 전설의 음표가 이곳에 있는지도 몰라."카엘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는 이뤄질지 모를 꿈을 눈앞에 두고 현실과 이상의 간극 속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흔들리는 빛 속에서 그들을 기다리던 무엇인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시공을 뛰어넘은 고풍스러운 홀로, 공중에 사뿐히 부유하며 여러 레이어의 음파로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어쩐지 익숙한 모습이 드러났다.
"에바?" 카엘은 당혹스러움에 입을 벌렸다. 그녀가 전설의 음표를 수호하던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가 그들 앞에 나타날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에바는 카엘을 향해 희미하게 웃었지만, 그 미소에는 감춰진 무언가가 오롯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네가 여기까지 올 줄 알았어, 카엘."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마치 매혹적인 선율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 도달한 이유는 너희가 직접 찾아봐야 할 것이야.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니까."
그녀의 말에 리오와 아리아도 긴장한 듯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그녀를 주시했다. 그 순간, 공간이 일그러지며 공중에 떠오른 노트들이 마법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형체를 이루지 않은 상태로 서서히 흩어지고 있었다.
"이건 우리의 길이야." 에바가 손짓하며 그들에게 한층 더 깊은 무언의 목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걸 지나야만 새로운 비밀이 드러날 거야."
그제서야 카엘은 뭔가 깨달은 듯 에바에게 강하게 외치며 다가갔다. "나에게 이걸 왜 보여주는 거지? 나를 여기까지 끌고 온 이유는?"
그의 목소리에는 그동안 속으로 삼켜왔던 모든 질문과 의문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에바는 그 질문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위로 향하던 고운 손을 대신해 다른 손으로 무언가를 전했다.
"굳이 답을 기다려야 할 필요는 없을 거야. 너는 이미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만큼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녀의 손끝에서 떨어진 한 조각이 흩어지며 땅에 닿았을 때, 거대한 어둠의 물결이 그들을 둘러싸며 다가왔다.
"이거 놓치면 안 돼..."리오는 손을 뻗어 그의 시선을 붙잡았다. 그의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안전한 현실을 붙잡듯, 세상을 가득 채운 불확실한 어둠을 지나 그들의 친구를 부르고 있었다.
"카엘, 언제까지 미루고만 있을 거야?" 아리아의 목소리에는 더 이상 가감이 없었다. 그녀는 카엘을 바라보며 이야기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것을 직감한 듯, 말끝을 다소 엄습하는 고요로 채웠다.
그제야 마음속에 고여 있던 불안이 조금씩 풀려나갔다. 카엘은 아리아와 리오를 번갈아 가며 눈에 담고, 마침내 결심을 굳혔다. 그들의 앞에 있는 메아리에 대한 대답을 자유롭게 내릴 시간이었다.
그때, 갑자기 전까지는 느낄 수 없었던 무언가가 그들의 주변을 조용히 두드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들은 그 소리에 몸을 떨었다. 카엘은 그에 집중하던 시선을 놓지 않았다.
"가보자." 그의 목소리가 다시금 선율을 타고 멜로디로 뒤바뀌며 그들에게 힘을 실었다. 그들의 내면에 그토록 간절하게 고동치는 감정이 그 자체로 불타올랐다.
에바는 다시금 입을 열어 그들에게 속삭였다. "이 여정의 진정한 시작은 지금부터야." 그녀의 말이 희미한 알림처럼 흩어지며 어둠 속으로 빠져나갔다.
카엘과 그의 친구들은 그녀의 말을 따라 아직 이르기엔 부족한 비밀의 세계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여정은 단지 단서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그 이상의 것들이 숨겨져 있었다.
그 어둠 속으로 그들이 발을 딛는 그 순간, 애틋하면서도 낯선 멜로디가 그들을 포위했다. 그 순간의 주파수에 매료된 그들은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었다.
이제는 그걸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 선율은 이들의 가장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온 이야기들을 마침내 울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결속과 희생 속에서, 그리고 그 외의 모든 선택들 가운데 진정한 시험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끝은 어디로 향하게 될까요?
어둠 속에서 그들을 맞이할 새로운 진실이, 이제 막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