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선율이 흐르던 공기는 순간 멈칫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듯 짙은 어둠 속에서 탕! 하고 튕기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피아노에서 흘러나와 방 안을 울려 퍼지는 건 반향이 아닌 새로운 음률이었다. 하루는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한 손으로는 악보를 움켜쥐고, 다른 손으로는 건반을 누르며 떨리는 시선을 준호에게 던졌다.
"이 소리는..." 그녀의 목소리엔 담담한 의도가 없었다. 준호 역시 긴장감에 목소리를 삼키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문득 온 방을 휘감는 엄청난 존재감이 느껴졌다.
"그건 내 일이다." 그 낯익은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벽 너머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듯한, 그러나 분명 주변에 있는 그것. 넬슨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도 그 네온빛 야광 지뢰처럼 은밀히 그들 주위에 스며들어 있었다.
"넬슨!" 세희가 소리를 높여 그 이름을 부르며 날카롭게 반응했다. 그녀는 손끝에서 번쩍이며 퍼지는 기운을 뚫고 그에게 걸음을 거의 급습하듯 가까이 다가갔다.
넬슨은 그저 미소 지으며 서 있을 뿐이었다. 그의 눈빛은 사방을 훑으며 미스터리한 부드러움과 피곤함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다들 궁금해할 줄 알았어. 이렇게 쉽게 말을 들어버릴 리가 없잖아?" 아직 남아 있는 비밀들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얼굴에 엿보였다.
일순간 방 안의 공기가 움츠러들었다. 마치 숨겨둔 거울이 부비를 찬란히 드러내는 것처럼 피아노 건반에서 울려 퍼진 마지막 소리는 불길한 진동을 내었다. 그 울림이 멈추지 않고 벽 바깥 공명하는 순간까지도, 그들은 함부로 불안해 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는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고 불현듯 더위를 느꼈다. 겁에 질린 눈빛이 담긴 그녀의 손끝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그것은 피아노의 일부였으나, 특별한 무엇이 숨겨져 있었다. 피아노 전체가 마치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그들 사이에서 서서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야?" 준호는 날카로운 어조로 물었다. 그의 손끝에서 흐르는 파동이 벽을 뚫고 퍼져 나갔다. 마치 그 파동이 이 공간의 모든 불확실성을 헤칠 수 있다는 듯이.
넬슨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반응했다. 그의 뒷모습에 드리운 그림자가 얇은 실루엣처럼 일렁였다. 그러나 그가 입을 열기 전에 다시 한 번, 이번엔 가차없이 문이 열렸다. 그들과 마주한 새로운 인물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설마... 너까지 여기서 볼 줄이야." 하루는 목이 메인 듯 중얼거렸다. 그 순간 그녀의 눈은 처음 보는 듯한 벅찬 감정에 사로잡혔다. 들러붙는 감정에 의해, 심장은 서늘하게 뛰으며 마치 무언가 맹렬히 반응하는 것만 같았다.
그 인물은 어떤 호기심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들 사이에 빠르게 끼어들었다. 논리적이고도 냉철한 태도로, 시선을 마주했던 하루의 가슴 밑바닥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네가 숨기고 싶은 비밀 속에서 대체 뭐냐고." 준호가 매섭게 날카롭게 물었다. 그는 쉬이 물러서지 않을 태도였다. 모든 의심과 두려움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단단한 결단력이 마루에 철저히 박히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그 침묵 속에서 턱 하고 걸음이 멈추었다. 낯선 그들은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 깨질 듯 날카로운 음률이 솟구치는 가운데, 문득 그들 내면 깊숙한 곳에서 울리는 적막한 소리가 방 안을 묵직하게 뒤흔들었다.
"틀렸어." 그 낯선 남자가 마침내 일그러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순간순간 변해가는 표정에서, 그들의 이야기에 숨겨진 커다란 틀이 드러나고 있었다.
세희는 턱을 움켜쥐기도 전에 두려움과 놀라움을 감싸안았다. "이건 단순한 음악 이상의 문제였어." 그녀의 목소리에서 드러나는 절실함이 더욱 그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 그것이 음악의 세계에서 몰입해버린 의지 너머, 그 깊은 심연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루는 그 말을 듣고 빠르게 숨을 고르며 눈을 천천히 감았다. 손에 쥐어져 있던 악보를 조금 느슨하게 풀어 놓고, 깊숙히 숨겨진 풀이의 일부라도 꺼내 보려 했다. 마지막 숨결과 기도의 완전한 반주였다.
"답은 그 안에 있다." 그녀는 중얼거리며, 모두가 한 발짝 가까이 오는 것을 그저 기다리고 있었다. 벽 너머, 가까웠던 실체들이 그들의 실수를 간과하지 않고 차곡차곡 다가왔다.
그리고 그 성장된 긴장감 속에서, 그들의 발걸음은 마침내 끝나지 않는 심포니의 새로운 장으로 이어질 운명이었다.
이제 과연 그들이 어떤 새로운 미지의 비밀을 마주할지, 어떤 선택에 따라 그들이 걸어가게 될 운명의 길을 트게 될지. 오직 그 결정들이 다음 순간 그들에게서 노래처럼 울려 퍼질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걸어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고, 해답은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 가운데, 결말을 밝혀줄 결정적인 순간은 과연 다가올 것인가? 숨겨져 있던 파문은 마침내 머리를 들어 그들의 선택을 주저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