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라는 이름의 마법은 언제나 감추고 있던 비밀과 함께 등장한다. 불현듯,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그런 마법의 서막처럼 다가왔다. 어둠 속을 물들이는 장막이 마치 고대의 악보를 펼쳐놓기 위한 무대처럼 자리잡은 가운데, 하루의 손가락은 천천히 건반 위를 더듬고 있었다. 낡고 부서진 피아노 위에서 가늘게 떨리는 손은 그렇게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선율을 만들어 나갔다.
"준호, 내게 무언가 보여. 이 어둠 속에서 말야." 그녀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층 더 낮고 불안하게 들렸다. 예민한 촉각이 훑어내리는 감정은 숙련된 연주자가 아닌 방금 악기를 처음 맞이한 연주자의 것이었다.
준호는 하루의 말을 듣고 살짝 머리를 기울였다. 방 안의 공기는 무거웠고, 그의 심장은 떨렸다. "어떤 걸 봤다는 거야? 여긴 우리가 알던 곳이 아니야."
그가 마저 말끝을 맺을 수 없는 순간, 이제껏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 그들의 존재를 더욱 심각하게 흔들고 있었다.
세희가 소리치며 귀를 막았다. "미칠 것 같아... 이 소리! 더욱 크게 들려!" 그녀의 목소리는 겁에 질린 것처럼 떨렸다. 무언가 꽉 찬 방 속을 메우는, 설명할 수 없는 노랫가락이 어디선가 흩날리며 세 사람의 청각을 사로잡았다.
멈춘 듯한 공간 속, 넬슨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여기까지가 시작일 뿐이라고 해야겠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찾게 될 거야." 그는 너무 차분해서 오히려 날카로울 정도의 위압감을 주었다. 넬슨은 긴장감을 애써 누르는 듯 고개를 젓곤 했다.
"어떻게 알지?" 하루는 꼿꼿하게 물었다. 마음 한 구석에 여전히 불신이라는 조각이 남아 있었다.
답답함이 응축된 순간, 그의 목소리가 반향처럼 앳되게 들려왔다. "이 음악의 난해함 속에 우리가 원하는 모든 대답이 숨어 있어. 그 비밀을 푸는 것은 너희에게 달려 있어." 넬슨의 웃음은 감출 수 없는 조롱처럼 시선을 한 곳에 모았다.
하루는 더 이상 그를 주시하길 그만두고 피아노 건반 위에 시선을 던졌다. 그곳에서 흐르는 어지러운 음조가 그녀의 내면 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감추어졌던 음색이 공기의 진동 속에서 그녀를 덮쳤고, 버틸 수 없었다.
남몰래 숨기는 것이 없는 듯해도, 그녀는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피아노의 뚱뚱한 소리에 몸을 맡겼다. 갑작스러운 판단이 몰려들 때마다 어떤 명백한 결단으로 변화될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순간, 무언가 날카로운 솜씨로 다가왔다. 그들은 한마음으로 고개를 돌아 인물의 윤곽을 주의했다. 절대적으로 침묵이 일어선 공간에, 노예상자를 닮은 큰 피아노 속에서 튀어나온 불청객이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그의 발걸음이 제자리를 돌며 그 선율을 따라 움직였다.
제복을 입은 낯선 남자의 등장과 함께는, 기대치 않았던 언어가 그 유령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이제 너희들이 알게 되어야 할 차례야, 그리고 마주하게 될 모든 게 진실이거든."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남자는 방 안에 파문을 일으키며 강하게 다가왔다.
"또 다른 적인가?" 준호는 험악하게 속삭이며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침묵을 깨려 했다.
세희는 조금 있었던 용기를 짜내며 그의 곁에 붙어 물었다, "누군지 말해줘. 우린 그저 여기서 안전하기만을 바라고 있어."
그러나 그 낯선 인물은 대답 대신, 이제껏 감춰진 수수께끼 도서관을 열 듯 피아노 홀로우에 담겨진 모든 노래의 서사시를 그들에게 드러냈다. 그리고 그 선율의 시작과 끝이 하루와 준호의 심장을 그들 것으로 만들어갔다.
심장의 고동과 함께 삶의 의미를 찾는 게 실, 그 중심에서 노래를 부르려는 모든 요소들이 서로의 정신을 사로잡고 있었다. 하루는 마지막으로 피아노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손가락과 하나가 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이게 마지막일 수 있다며 모든 것을 걸고 그 소리를 거대하게 퍼트리려 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차마 울리지 않았다. 순간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 강제된 듯, 방 안이 어둠에 휩싸였다. 방 안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고, 허공에 피어오른 검은 징조가 자리잡은 듯 보였다.
그와 더불어, 마침내 문 밖에서 울려퍼지는 또 다른 선율이 그들의 귀를 스쳤다. "시작이야." 그 무정한 소리를 남기고, 사라지지도 않은 귀신처럼 제자리는 그대로였다.
이제 모두가 바스트하게 마지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올려다보던 점막 너머로 연출되는 무대가 그들 앞에 펼쳐져 있었다.
나쁜 예감과 기이한 상황이 겹쳐진 그 순간. 어쩌면 그들은 결국, 더 많은 난관을 기다리는 길을 이미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모든 갈등이 끝나기 전까지 그들은 각자의 길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그들만의 심포니는 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다음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각각의 결정 속에서, 그들은 미래를 이끌어갈 선율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눈앞의 고요함 속으로 사라져 버리를 그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운명은 여전히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