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회색빛 구름이 이른 저녁 하늘에 드리워졌다. 그 아래를 천천히 걷는 하루와 준호는 굳은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바람이 살을 에는 듯한 날카로운 차가움을 실어 나르며, 후들거리는 나뭇잎이 그들의 맥박에 맞춰 불규칙하게 흔들렸다. 세희는 두 사람보다 한 발짝 뒤이어, 긴장으로 잔뜩 굳은 표정이었다.
"네 눈에는 어떻게 보여?" 준호가 나지막하게 물으며 하루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의지로 가득 차 있었지만, 속에서는 혼란스러워하는 기운이 번져나갔다.
"꼭... 어떤 몰래카메라라도 찍는 것 같아." 하루는 작게 웃었다. 웃음소리는 마치 축축한 공기를 가르려는 노력처럼 애써 밝았다. "널 말려들게 하려는 듯해."
"기분 나쁜 데에 다녀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잖아." 세희가 퉁명스럽게 대꾸하며 발끝으로 구멍이 난 자갈을 메웠다. 흔들리는 그녀의 음성에 깃든 미세한 떨림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때, 멀리 어둡게 드리운 거리 끝에서 기묘한 인물이 그들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며 검은 외투자락이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의 존재감은 마치 길 전체를 차단하는 벽처럼 그들 앞에 섰다.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구나." 넬슨의 목소리가 어둠을 가르며 허공을 메웠다. 그의 목소리는 따뜻한 가을의 저녁 바람처럼 부드럽고, 힐끗 그들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어느 순간 침착함이 번득였다.
"네가 또 뭘 숨기려는 건지 모르겠어." 준호는 그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날카롭게 말했다. 그의 어깨는 넬슨 쪽으로 향해 있었지만, 언제든지 물러날 준비가 된 자세였다.
하루는 주춤하며 멈춰섰다. 준호의 말에 무언가를 보탤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 그녀의 시선은 넬슨 뒤편에 떠있는 하늘에 고정되었다. 가슴 속 깊은 곳, 피어오르는 불길한 예감이 그녀의 흉골을 툭툭 끌어당기고 있었다.
"너희가 찾고자 하는 선율, 그건 단순하지 않아." 넬슨이 말을 이으며, 그 어느 때보다 시선이 엄격했다. "네가 깨어난 순간, 음악은 이미 속삭임을 시작했어."
"왜 항상 돌려 말하는 거야?" 세희가 다급하게 물었다. 감춰진 진실을 향해 손을 뻗는 그 과정이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녀의 목소리가 가볍게 떨렸다.
넬슨은 마치 세희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으려는 듯 질문을 피하며, 그 대신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치 이 도심 한가운데에서 숨어있던 고요를 찾아내기 위해 눈을 좇는 듯했다. 그 순간, 그의 입술에서 천천히 음들이 흘러나왔다. 어떤 것도 아님을 타격하는 듯한 음성이었다.
하루는 그 소리를 듣고 몸이 경직되었다. 피아노 속에서 들려오던 선율이 이제는 더욱 생생한 음색으로 그들 주변을 감싸고 있는 듯했다. 이 소리는 비유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다.
"이건 함정이야, 그렇지?" 준호가 그를 곁눈질하며 속삭였다. 그의 손가락은 무언가를 움켜쥐듯 주먹을 쥐어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그때, 연쇄적으로 들려오는 기묘한 소리들이 긴장을 깨뜨렸다. 가까운 어느 건물에서 발어진 듯한 창문에 여러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며 제각각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놀란 그들 앞에 서 있는 넬슨의 모습도 저 멀리 사라질 듯 희미해졌다.
하루는 급히 주위를 둘러보며 흩어진 군중 속에서 줄어드는 거리감을 인식했다. 그녀의 시야에 어렴풋이 보이는 사람의 걸음걸이, 표정, 천천히 깜빡이는 가로등 불빛까지 모든 것이 불안정하게 각인되었다.
"이쪽으로 가." 세희가 그들 뒤에 자리하며 작은 손으로 제스처를 취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약간 흐려졌지만, 그 긴급함은 명확했다.
하루와 준호, 그리고 세희는 곧장 좁은 골목으로 몸을 숨겼다. 그곳은 마치 안전한 무대로 변하며 일순간 모든 것을 차분하게 감쌌다. 순간, 그들이 발딛는 순간 그곳에 웅장한 음악의 힘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넬슨은 단서를 남기지 않았어." 준호가 두 손을 턱 아래로 고정한 채 고개를 저었다. 그의 눈은 혼란스러움을 담고 있었지만, 내부에서 응축된 결단력이 그 외모를 명확히 조정하고 있었다.
하루는 준호를 바라보며, 그녀가 보호해야 할 것을 발견한 듯 미소지었다. 그런 다음, 피아노가 떠오르며 수백 가지의 선율의 의미가 떠오르는 그 어둠속에서 찾아야 할 해답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바로 그때, 어둠 속에서 별안간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마치 피아노의 건반을 무작위로 두드리는 듯했으며, 그 속에서 하나의 실루엣이 어둠 너머로 우뚝 솟았다.
"제법이군." 낮고 낯선 목소리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속고 있지만 반짝이는 두 눈은 감성적이고 교활한 듯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마치 시간이 멈춘 듯 모든 것이 조절되었다.
그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어떤 존재가 그들이 찾고 있던 진실의 일부분일까요? 그 순간, 불신의 도서관에서 해답이 꼬리를 물었고, 그들의 이야기는 다시 한번 새로운 장면으로 향했다.
앞으로 이어질 여정이 어떤 길로 나아갈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모든 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직감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