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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사라진 기억의 조각들
제17화

기억의 나락에서

깜짝 놀랄 만큼 날카로운 소리가 소희의 귀를 찢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몸을 웅크리며 머리를 감쌌다. 마치 다가오는 위협이 시각적 형상으로 변해 그녀를 탈출 불가능한 공간에 묶어놓은 듯했다. 벽에 기대어 숨을 죽이며, 그녀는 매서운 한기가 폐 깊숙이 후벼 파는 감각을 참아냈다.

문득, 민재의 손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고 지나갔다. 그의 움직임은 주저함이 없었고, 그 안에 담긴 신뢰와 결단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민재는 숨을 고르며 소희를 향해 조용히 속삭였다.

"소희, 이런 데서 멈추면 안 돼. 우리가 찾던 게 여기에 있을 거야."

그의 목소리는 어딘가 든든하고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그들 주위를 감싸고 있는 의문의 어둠은 그에게조차 익숙지 않은 천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빈센트가 한걸음 물러서며 그들 사이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손을 내려놓지 말자." 그는 소리 나지 않게 말했지만, 목소리에는 단호함이 배어 있었다.

이내 셋은 벽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불안정한 바닥에 불안하게 미끄러지는 발걸음은 마치 과거를 무작정 뒤져보는 느낌이었다. 그들이 이제 다다른 꿈의 저편, 뭔가 숨죽인 비밀이 이끌어 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불현듯 그들 앞의 벽이 흔들린 듯한 착각이 일어났다. 그 경계를 넘어, 소희는 잃어버린 기억 속 그림자를 떠올리려 애썼다.

"여기는... 어디였더라?" 소희의 말이 얼어붙듯 끊어졌다. 입 안에서 맴돌던 벤질 냄새와 함께 희미하게 퍼지는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감각을 일깨웠다.

연우의 모습을 피하는 것이 그녀의 의식 속에서 대부분을 차지했다. 친구의 맑은 미소가 어렴풋이 보였다. 그 어디엔가 걸린 듯한 그녀의 웃음소리가 뒤돌아 즉시 사라졌다.

"내 기억의 일부가 여기에..." 소희는 틈새로 비친 섬광이 그녀의 기억을 희미하게 드러내려 할 때마다 무언가가 얇게 날카로운 선을 그리는 것을 느꼈다.

민재는 그의 눈으로 벽의 세부를 살피며, 의심스럽게 머리를 흔들었다. "분명히 뭔가 잘못 되어 있어. 이곳에 있어서 더 많은 것이 보일지도 몰라."

그때, 빈센트가 지하층으로 이어지는 문을 발견했다. 그의 얼굴에 미세한 긴장감이 드러났다. "이게 여기 있을 줄은 몰랐군. 혹시 모르니, 한번 확인해 보자."

그들은 문앞에 서서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나치게 삭막한 표정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한 불확실성을 암시하는 듯했다.

문은 마치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것처럼 아무런 소리 없이 열렸다. 그 안으로 들어선 순간, 침묵 속에서 무언가의 기척이 그들 가까이로 밀려왔다.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아이러니하게 익숙하지만 늘 처음이라는 듯한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여기는..." 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역시 아득한 기억 속에 떠돌고 있던 지나간 형상이 불현듯 벌어져나오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편, 그들 앞엔 의외로 작은 방이었다. 가구는 모두 먼지를 뒤집어쓴 채 정물이 되어 있었고, 그 중 하나의 책상 위 한중간에는 벗겨진 일기가 놓여 있었다.

"이게... 뭐지?" 빈센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페이지를 넘겼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숨겨진 비밀의 암호를 푸는 듯한 긴장감을 띠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벽에서 솟구친 불빛이 그들 주위로 상승하며 일그러진 실루엣을 새겨냈다. 누군가의 그림자가 방을 가득 채우고 속삭이듯 귓가에 사무치는 공포감이 그 순간을 파고들었다.

"잘못된 길로 나아가게 되면 모든 게 사라질 거야," 그 목소리는 깊이 파일을 파고드는 지뢰처럼 무겁고 위협적이었다. 동시에 기묘하게 이끌리는 무엇을 암시하고 있었다.

소희는 그 미세한 순간에 손가락이 쭉 펴지는 것을 느꼈다. 잊고 싶지 않았던 수많은 시간의 기억이 그녀 앞에 펼쳐진 지도를 극복하고 있었다.

어쩌면 이 순간에도 그들이 알아야 할 더 큰 이야기가 그곳에 숨어 있는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이끌어가는 이 여정의 끝이 무엇인지 점점 더 암울해졌다.

문득, 어떠한 사실이 소희의 마음속에 섬뜩하게 다가왔다. 아직 알지 못한 비밀의 조각이 그녀 앞에 명확하게 떨어져 내리는 순간이었을까.

갑자기 방의 불빛이 점멸하며 주위는 다시 검은 막을 내렸다. 그들의 심장은 더욱 강하게 고동쳤고, 그들의 발걸음은 마치 칼날 위를 걷는 듯 섬세하게 잡음을 내었다.

그리고, 무언가 강렬한 분위기가 유발된 가운데 소희의 가슴속에서 무엇을 찾을 것인지 더욱 강렬히 속삭였다. 그들은 어둠 저편의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하여, 여전히 해답은 찾지 못한 상태로 그들이 다음 장을 향해 나아가기 전 한 순간의 고요함 속에서, 소희는 새로운 목적지를 결정지으려 하고 있었다.

과연 이 기묘한 노동의 끝에 무엇이 그들을 기다릴지...

📚 사라진 기억의 조각들
1화   어둠 속의 첫 조각 2화   밤의 속삭임 3화   밤의 미로 속으로 4화   어둠 속의 잔흔칩 5화   말 없는 미궁 속의 신호 6화   기억의 파편 7화   사라진 빛의 잔상 8화   어둠의 중심에 다가서며 9화   어둠 속의 속삭임 10화   어둠 속의 만남 11화   공포의 미로 12화   망각의 회귀 13화   속삭임의 유혹 14화   기억의 덫 15화   기억의 덫 속에서 16화   기억의 심연 17화   기억의 나락에서 18화   사라진 기억의 불씨 19화   기억 속의 낯선 연결고리 20화   어둠에 숨겨진 실마리 21화   사라진 기억의 실타래 22화   어둠 속의 이중 연쇄 반응 23화   거짓된 평온 뒤의 그림자 24화   기억을 조작하는 그림자 25화   어둠 속에서 깨어나는 기억 26화   기억의 쇄도 27화   바로잡힌 기억의 굴레 28화   뒤얽힌 기억의 물레 29화   조각난 과거의 언어 30화   어둠 속 불현듯 펼쳐지는 기억의 조각 31화   불가사의 속에 떨어진 진실 32화   혼돈 속의 서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