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사슬 걸리듯 매달리는 기운이 방 안에 휘몰아쳤다. 서랍 안에서 방출된 빛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마치 그들이 깊은 바닷속의 진주를 발견한 듯한 순간이었다. 소희는 황급히 숨을 몰아쉬며 빛의 출처를 파악하려 애썼다. 그녀의 가슴은 쉴 새 없이 뛰었고, 이 상황을 이해하려고 할수록 혼란스러웠다.
"이게...정말 필요한 열쇠일까?" 민재의 목소리는 사색이 깃든 무거운 조용함 속에서도 울렸다. 그의 눈은 그들 앞에 펼쳐진 미지의 세계를 꿰뚫는 듯했다. 그동안 쌓아온 모든 근심이 그의 이마에 희미한 주름을 남기고 있었다.
연우는 천천히 다가와 빛의 중심을 탐색했다. 그녀는 상자 안에 담겨 있는 유리 조각을 조심스레 손에 쥐었다. 그 조각은 마치 과거의 잃어버린 기억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차가운 감각으로 그녀의 손끝을 스쳤다. "어쩌면 이 조각이 우리를 여태껏 몰랐던 진실로 이끌어줄지도 몰라,"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 순간, 문 너머에서 고동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서서히 그들의 신경을 긁어내며 다가왔다. 모두의 시선은 다시금 문 쪽으로 향했다. 소희는 팔뚝에 돋아나는 소름을 억누르며 필요 이상의 긴장을 느꼈다. 방 안을 지배하던 차가운 공명이 서서히 강도를 더하며 그들의 본능을 자극했다.
"조심해야 해." 민재의 손길이 무릎 위에서 잠시 멈췄다. 그의 손끝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기다란 심장박동을 따라갔다. 상황은 끝나지 않았고, 이 안에 던져진 그들의 운명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었다.
연우는 문턱 앞에 서서 무언가 결단을 내린 듯한 눈빛으로 소희를 응시했다. 그녀는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서며 바닥 밑으로 스며드는 이상한 진동을 느꼈다. "우린 이 빛이 가르키는 곳을 찾아야 해. 그래서 반드시 밝혀야 해," 그녀는 결기가 넘쳐 흘렀다.
그때, 문이 느린 속도로 열리며 얼어붙은 공기를 끌어냈다. 그림자 하나가 그 틈새로 내밀 듯 걸어 나오면서 더욱 무거운 진실의 단면을 그들 앞에 드러냈다. 그 형체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이, 그들은 발밑에 떨어진 그림자의 주인을 이윽고 발견하게 만들었다.
"새로운 갈림길이 우리 앞에 놓여 있군." 덤덤한 목소리가 자리잡고 있던 침묵을 기분 나쁘게 깨부수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그들 사이에 성큼 걸어들어왔고, 그 존재는 마치 집에 돌아온 듯 그들을 음험한 시선으로 내려다보았다.
소희는 의문의 형체와 눈을 맞추는 순간, 가슴이 한껏 쥐어짜였다. 갑자기 흐릿해지는 시야에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 낯선 인물은 숨겨두었던 진실을 풀어놓을 준비를 한 채, 그들의 상처 입은 마음에 새로운 상처를 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말 한 마디조차 허투로 할 수 없는 팽팽한 긴장이 방 안을 감쌌다. 그 속에서 그들은 또 다른 비밀이 기다리고 있음을 직감했다. 민재와 연우는 소희를 지켜보며, 지금 이 순간이 결코 쉽게 풀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전개라니..." 소희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앞에 있는 모든 것이 진실일 수 없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그림자는 그들을 방치하고 나와 진실에 직면하게 할 기회를 던졌다. "다음 단계에선 네가 더 많은 것을 잃게 될지도 몰라." 무표정한 얼굴의 주인은 미소 하나 없이 그들을 응시했다.
방의 어두운 공기가 그들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모든 것이 그들 앞에 새로이 그려지고 있었다. 수수께끼와도 같은 상황에서 소희는 갑작스럽게 다가올 진실이 그들의 모든 것을 뒤흔들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리하여 그들은 그 모든 것을 담담히 받아들일 준비를 하며, 숨을 들이마셨다. 그들의 선택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새로운 장이 시작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제 무엇을 밝혀내야 할지 모르는 불안만이 그들에게 남아있고, 모든 상황이 곧 앞으로의 길을 보여줄 이정표가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