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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사라진 기억의 조각들
제16화

기억의 심연

전기 스파크가 튀기듯, 순간적으로 엄습하는 번쩍임이 소희와 민재의 이마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복도를 채운 음산한 기운이 그들의 소름끼치는 공기를 더욱 차디차게 변모시켰다. 소희는 가슴속 깊이 끌려오는 골반의 압박을 느끼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윽고 민재가 숨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

"더 이상 돌아갈 길은 없는 것 같군. 우린 끝까지 파헤쳐야 해." 민재의 목소리는 깊고 낮았다. 그의 말이 복도 벽에 부딪혀 메아리치고, 누군가 그들 뒤를 따르는 듯 착각하게 만들었다.

소희는 그말에 순간 고개를 끄덕이며, 민재를 따라 작은 불빛의 흠씬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맞췄다. 그녀의 손은 근육이 뭉쳐가는 느낌에 가느다란 떨림을 일으켰다. 그들은 곧 거대한 금속 장치와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 그것은 고요한 울림 속에서 시원한 금속의 향기를 품고 있었다.

"여기서 뭔가를 발견할 수 있을 거야." 소희는 조심스럽게 그 문구를 읊조리며 말을 이어갔다.

빈센트는 민재와 나란히 섰다. 그의 눈빛은 가로등이 어둠 속을 가릴 때만큼이나 의미심장했다. 소희의 옆으로 다가오며, 그가 낮고 냉정하게 전했다. "우린 너무 멀리 왔어. 이제는 물러설 수도 없지. 이 기계가 작동한다면 잃은 기억들이 여기 어딘가에 있을 거야."

그러자마자 복도 끝에서 알 수 없는 웃음소리가 퍼져 나왔다. 그것은 무언가를 비웃듯 울려퍼지는 소리였다. 그 정체불명의 소리에 소희는 문득 경계심과 호기심이 교차되었다.

"들었어?" 소희는 재빠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공기는 갑자기 차가워졌고, 그녀의 숨결은 허공에서 소리 없이 흩어졌다.

이내 그들 앞에 등장한 낯선 인물은 낡은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흉터로 얼룩져 있었고, 그 눈엔 오래 전 잃은 꿈 같은 번뜩임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말없이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왜 하필 여기에 있지?" 그가 목소리를 깨웠다. 목소리는 공간을 울렸고, 이질적이며 전율을 일으키는 무언가가 그들 사이로 드리워졌다.

빈센트는 길게 숨을 내쉬며, 그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도 알고 싶어. 당신은 대체 누구지? 여기에 있는 이유가 뭐야?"

입구 너머의 불빛은 잡히지 않는 연기처럼 흐물거렸다. 그러나 그 빛은 그들의 길을 비추며 끝없는 수수께끼의 조각이 되어 갈 길을 가늠했다.

"답을 찾고 싶다면, 그저 나를 따라와." 흉터 있는 남자는 거친 손짓으로 그들을 이끌었다. 그의 발자국은 바닥을 긁어내리며 메아리쳤고, 뭔가 거대한 비밀의 문턱을 지나고 있는 듯했다.

소희는 순간 주저했다. 무언가 경고음이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 경고를 무시하며, 민재의 견고한 신뢰와 함께 앞으로 향했다. 손끝이 저 즈믄길처럼 텁텁한 기류를 느꼈다.

"우리 과거의 조각을 찾는 일이 이렇게 힘들까." 소희는 속삭이며 그 인물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발걸음은 거대한 짐을 끌어안고 항해하는 듯 묵직했다.

그리고 그들은 철문을 통과해, 잃어버린 시간의 심연으로 더욱 깊이 들어갔다. 방 안에는 수없이 많은 선반과 먼지투성이의 책들이 그들의 기억 속 사진처럼 늘어서 있었다. 이곳에 몽환적이고도 이상한 정서가 감돌았다.

"이 모든 게 연결되어 있는 게 분명해." 민재는 그 소음 속에서 결연한 진실을 향해 속삭였다.

공기는 그들 손등에 굴러다니는 먼지와 함께 진동했다. 그리고 모두가 한곳을 바라보던 순간, 벽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눈앞에 나타났다.

"이건... 중요한 단서야." 빈센트가 그 문건을 집으며 어려운 표정으로 다짐했다.

그러나 그들이 그것을 이해하기도 전에 방 안의 불빛이 한꺼번에 꺼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 불쑥 다가온 어둠이 그들의 심장을 움켜쥐었다.

"가까워지고 있어. 뭔가가 다가오고 있다." 소희는 미동 없이 귓가에 짙어진 음성의 내용을 골똘히 들으며 속삭였다. 어떤 이상한 현기증이 그녀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들 사이에 퍼진 서늘함이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지금까지 무시되었던 의문들이 터져 나오는 순간에, 소희는 떠올린 결심을 되새기며 경계를 풀지 않았다. 앞을 가로막고 있는 이 기계적 환경은 그녀의 모든 감각과 맞물려 더욱 강렬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익숙하지만 기괴한 공기로 가득 찬 이 장소에 무엇이 숨겨져 있을지, 그들은 그 끝을 확인하기 전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그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저항하며 그들을 부르고 있다.

한껏 격양된 그 목소리와 함께, 공간은 또 다른 생명력을 얻고 그들의 발밑에서 점차 균열을 드러냈다.

과연 이 지독한 기억의 심연에서 무엇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 사라진 기억의 조각들
1화   어둠 속의 첫 조각 2화   밤의 속삭임 3화   밤의 미로 속으로 4화   어둠 속의 잔흔칩 5화   말 없는 미궁 속의 신호 6화   기억의 파편 7화   사라진 빛의 잔상 8화   어둠의 중심에 다가서며 9화   어둠 속의 속삭임 10화   어둠 속의 만남 11화   공포의 미로 12화   망각의 회귀 13화   속삭임의 유혹 14화   기억의 덫 15화   기억의 덫 속에서 16화   기억의 심연 17화   기억의 나락에서 18화   사라진 기억의 불씨 19화   기억 속의 낯선 연결고리 20화   어둠에 숨겨진 실마리 21화   사라진 기억의 실타래 22화   어둠 속의 이중 연쇄 반응 23화   거짓된 평온 뒤의 그림자 24화   기억을 조작하는 그림자 25화   어둠 속에서 깨어나는 기억 26화   기억의 쇄도 27화   바로잡힌 기억의 굴레 28화   뒤얽힌 기억의 물레 29화   조각난 과거의 언어 30화   어둠 속 불현듯 펼쳐지는 기억의 조각 31화   불가사의 속에 떨어진 진실 32화   혼돈 속의 서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