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소리는 무겁게 울렸다. 빛 한 점 스며들지 않는 복도를 응시하며 소희의 심장은 불규칙하게 뛰었다. 신비로운 기운이 스산한 바람처럼 다가왔다. 문득 그녀의 귀를 간지럽히는 낯선 속삭임이 멀리서 들려왔다.
"어서 와. 오래 기다렸다."
그 목소리가 울림을 갖고 그들 앞에 서려 있었다. 낯선 청년은 어둠 속에 녹아 있어 마치 한 공간에 경험담을 축적한 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그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서늘한 무언가가 서로의 틈 사이를 맴돌며 긴장감을 키웠다.
"누구세요?" 소희가 묻는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 어깨에 잔설이 내려앉는다고 그녀는 상상했다.
"여기 오기로 한 건 네 선택이었잖아," 그 청년은 반문하며 부드럽지만 강한 시선을 소희에게 던졌다. "내가 누군지 좀 더 알게 될 걸세."
소희는 자신도 모르게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내 민재가 그녀의 곁에서 차가운 바람을 가로막듯 나섰다.
"네가 찾는 답이 이 안에 있는 게 확실하다고 생각해?" 민재의 단호한 시선은 떨리는 소희를 고정시켰다. 소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 단단한 결단이 바닥을 울렸다.
"우리는 몇 가지 단서를 찾았어," 소희가 답하며 청중의 주위를 사로잡았다. "그 모두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그 앞에 서 있던 청년은 이미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럼 다가와 봐," 청년이 다시 한 번 소리쳤다. 그 목소리는 어딘가 닿을 수 없는 위치에서 둥둥 떠다니며 반향소리를 만들었다.
그 순간, 소희는 숨을 내뱉으며 속박을 끊고 답답한 가슴 위에 긴장을 실어 놓았다. 그녀와 민재, 그리고 길을 동행하며 그들 모두의 발걸음은 조심스레 그 도착지로 향했다.
그들이 있는 곳은 낡은 공간이었다. 먼지가 쌓인 가구들 사이로 사라져버린 시간이 면막처럼 널려 있었다. 휘어진 처마 밑으로 그들 모두가 정렬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순간이었다.
청년은 그곳에서 그들 앞에서 몸을 돌리며 물끄러미 그들의 시선을 무시했다. 그의 옅은 미소에는 알 수 없는 중력이 담겨 있었다.
"너는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민재의 질문에 답 대신 청년의 시선이 바뀌었다. 마치 사슬이 풀린 듯, 그들은 손에 가득 찬 공갈과 함께 서로를 마주했다.
그리고 그 순간, 방 안에 기묘한 소리가 은은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시공의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것만 같았고, 사방에서 물음표를 던지며 그들을 자극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진실들이 그들 눈 앞에 불현듯 나타났다.
“들어!” 갑자기 빈센트가 경고를 뱉었다. 모두가 숨소리 하나 없이 주위에 집중하며 빈센트의 지시에 따라 몸을 숙였다. 그녀의 호흡은 예리해지고, 숨을 멈춘 긴장감이 지워졌다.
순간 그 녹이 스러진 벽지 속에서 뭔가 번뜩이는 듯 하더니, 공기가 흔들렸다. 거친 바람이 잠잠하게 방을 가로질러 지나가고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그때 청년은 돌연 한 발 낮추고 다가가 웃었다.
"네가 그 기억 조각들을 찾아낸다면, 모든 게 밝혀지게 될 것들," 그의 목소리가 장난스럽게 튀자, 그 순간 그의 손끝에서 이상한 연조가 펼쳐졌다.
소희의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떠올랐다. 그들이 알지 못했던 단서들이 어둠 속에 퍼지려는 순간이었다. 순간 그녀의 눈 앞에 비친 것은 익숙하지만 낯선 변화였다.
"조각들이 모이는 건 시간 문제야," 청년은 긴 뇌리 속에 남아있던 환영들로부터 읊조렸다. "하지만 그 진실은 과연 원하는 걸까?"
짧은 순간, 눈빛 속에 얼음 조각이 찌릿하듯 깨졌다. 또다시 대면한 그의 미소는 의미심장하였고, 모든 연계에 혹시 여지를 남겼다. 그렇게 어둠 속에 놓인 수수께끼는 지금 막,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방이 아직 빛을 발하지 않는 상태에서, 어둠은 다시 맞아들 수 있는 자극을 하나 둘 쌓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오르내리는 긴장 속에서 더 커다란 이야기가 앞으로의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다가가야 할 진실이야." 소희는 마음속 결단을 맹세하며 허리를 곧추세웠다.
바로 그때, 뒤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전해졌다. 낙엽을 밟는 소리가 메아리로 그들과 함께 교차하며 서서히 발걸음을 이어갔다.
"어렵게 여기까지 와주었네. 굳은 담력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인물이 다가오며 커다란 그림자가 그들을 감쌌다. "이게 마지막이길 바라지만, 그렇지 않겠지."
에코처럼 울리는 소리는 다가오며 장면을 가르며, 한편 그들의 전율은 짙은 전율을 끌어올렸다. 무장한 손가락이 빛을 감춘채 그들 사이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 순간, 민재는 입을 꾹 다문 채 작게 그 단서들을 천천히 입을 열어 두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 더 큰 비극, 더 큰 싸움의 시작은 이제 막 다 중첩되어지고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적막한 공기를 깨우던 순간, 봉쇄된 공간 속에서 그들의 결정이 차갑게 다시 한 번 흔들리기 시작했다.
누구도 그 답을 아직 찾지 못했지만 이제 그들은 어둠 속의 숨막히는 선택의 자리로 나아갔다. 모든 것에 걸릴 계기는 그 자리에서 마주한 혼란의 돌직구와 같았다.
여전히 가슴 속에 묻혀 있는 모든 비밀들 중, 무엇이 그들을 물들이게 되리라. 새로운 것은 다가오고 있었고, 그것은 더욱 무거워질 이들의 마지막 훈장과 함께하려는 듯 했다.
빙점의 끝에서 성큼성큼 다가오는 기운, 그리고 그 뒤에 드리운 또 다른 선택의 여정. 그 속에 가려진 수수께끼는 이제 막 빛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