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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사라진 기억의 조각들
제26화

기억의 쇄도

문은 서서히 열려가고 있었다. 벽 바깥으로 새어나오는 한기의 날카로움이 소희의 발목을 쥐어 끌었다. 그녀의 손은 떨리며 손잡이를 잡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문은 숨을 들이쉬듯 열렸다.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의 숨결은 점차 빠르게 뛰기 시작하며 공기가 만들어내는 음압 속으로 사라졌다.

연우가 불안한 마음을 다잡고 보이지 않는 어둠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여기서 우리가 무엇을 찾아내는 걸까?" 그녀의 목소리는 지모르게 떨렸다. 방금 발생한 예기치 못한 추위 때문인지 조금은 거친 톤이었다. 그녀의 손끝이 이미 고여 있는 한기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민재는 조용히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청바지는 벽에 살짝 닿았을 뿐인데도 찬 감촉은 그의 무릎에까지 퍼지고 있었다. "모두 조심해야 해. 여긴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장소일 거야."

그들의 시선이 복도에서 꺾여지며 좁은 방이 의도하듯 펼쳐졌다.

"한 번에 여기까지 오니까 진짜 묘하긴 하다." 소희는 속삭였다. 그 속삭임은 곁에 서 있는 민재의 팔을 스치며 지나갔다.

그녀의 시선은 방 한가운데 놓인 무언가에 닿았다. 고요에 묻힌 순간, 작게 숨쉬는 소리가 그녀의 고막을 침범했다. 상자였다. 닫힌 뚜껑에서 작은 금속 음이 간헐적으로 울렸다.

그 순간, 소희의 몸은 스스로를 속박했다. 다시 화려하게 꿈틀대던 기억들이 경계를 허무는 듯했다. 상자를 바라봄으로써 그녀의 존재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소용돌이치듯 일어났다. 가슴이 터질 듯이 뛰던 심장은 고요 사이에서 명확하고도 날카롭게 울렸다.

"그 안에... 내 기억이 있어." 그녀의 목소리가 작은 방안을 적시는 동안 민재와 연우는 서로의 시선을 교환했다. 그들에게 있어 그녀의 간절함과 두려움은 집요하게 퍼지는 전염과 같았다.

민재가 소희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내딛었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가 할 일이 더 많아지겠군."

그들이 상자에 다가설수록 공기는 짙어졌고, 상자 안에서 무언가가 웅웅하며 꾸물댔다. 그것은 마치 살아있는 존재마냥 그들과의 접합을 요구하는 것 같았다. 연우는 손을 들어올려 논리적으로 다가가기보다는 감각적 본능에 따라 상자에 닿았다. 그 순간, 상자 위의 모든 것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갑자기, 방의 다른 쪽에서 또 다른 소리.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히고, 전화기 너머에서 오는 듯한 끊임없는 버튼 소리. 그들은 조용한 방 안에서 현실이라는 이름 아래 온 몸이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그들을 밀어내려는 듯 압박이 있었다.

"여긴 무언가가 왔다 간 게 분명해." 소희가 말했다. 그녀의 손끝은 마치 감각을 되찾은 듯 되도록 바닥을 짚었다.

공기 속에서 스며드는 차가운 의도가 그들에게 임박했다. 특정하지 않은 두려움이 몸살처럼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예고도 없던 그 순간 뒤편에서 느껴지던 시선이 대며 섬뜩하게 날카로워졌다.

"잠깐, 저기..." 민재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듯 조용히 말했다. "저쪽에서도 무언가가 움직였어."

그들이 시선을 돌리자, 구석에서 약간의 그림자가 눈에 띄었다. 한 번 잡았던 긴장을 풀지 못한 채, 그들은 그림자의 위치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비밀이 풀리기 시작했다.

벽 한켠에서 열리듯 문이 나타났다. 그것은 숨겨진 경로는 아니었지만, 분명히 일종의 출구처럼 보였다. 찰칵거리는 금속음이 그들의 주의를 모든 방향으로 집중시켰다.

소희는 끝내 참을 수 없었지만, 그녀는 그 열기로 다가갔다. "우리가 찾던 길이야." 그녀의 마음속 주문처럼 퍼지는 감정이 그렇게 속삭였다.

그 순간 공기가 정지한 듯했지만, 그들이 문을 향해 다가간 순간, 문 너머에서 아직 보지 못한 무언가가 누군가의 손을 계승한 것처럼 나타났다.

그들은 더 이상 엇갈린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다.

발걸음은 꼼짝 못할 정도로 그들이 다가오는 길을 확인시키고 있었다. 잃어버린 기억들의 파편이 그들 앞에 놓여졌다.

이제는 그들이 그 순간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아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하지만 그들이 무엇을 발견할지 알 수 없었다.

기억의 조각들이 그대로 그들 앞에 다가가는 걸 막지 못했지만, 그리 가까운 장거리를 뛰고 있었던 것이 교차되지 않는 것이었다.

서로를 교차하며, 밝고 어두운 그림자로 무언가를 다가섰다. 무엇이 그들의 앞에 그 모든 갈등의 씨앗을 남겨두고 있는지는 알지 못했다.

그리하여 모든 이의 마음이 멈춘 순간, 그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한 새로운 여정을 떠나기에 충분했다.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승부의 도전을 떠안아야만 했다.

그 끝이 상상조차 못 할 중요한 교차로일지 모른다. 여러 가지 경로가 그들 앞에 펼쳐질 것이다. 그리고 심연 속에서 밝은 미래가 드에 쏟아질지도 몰랐다.

심장박동이 긴박하게 떠다니기 시작했다. 소희는 감정의 끝자락이 스스로를 침묵 속으로 인도하는 것을 느끼며, 그 다음의 순간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퍼졌다.

다시 찾은 기억의 고리가 그들이 마주한 이 새로운 출구로 향하게끔 하였다.

"그게 뭐지..." 소희는 알아차리기도 전에 격정이 일렁이며 주위에 찬기를 내뱉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그들의 탐정 드라마 속 이야기 속으로 뛰어들었다.

다음 순간에는 무엇을 알아내게 될까? 그리고 어디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놀라움이 잠들어 있을까? 모든 것이 이번 장의 후반부에서 새로운 형태로 드러날 것이다. 결국 그들이 마주하는 그림자 같은 이 순간의 내뒤에서 끊임없이 희미하게 빛나는 가능성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사라진 기억의 조각들
1화   어둠 속의 첫 조각 2화   밤의 속삭임 3화   밤의 미로 속으로 4화   어둠 속의 잔흔칩 5화   말 없는 미궁 속의 신호 6화   기억의 파편 7화   사라진 빛의 잔상 8화   어둠의 중심에 다가서며 9화   어둠 속의 속삭임 10화   어둠 속의 만남 11화   공포의 미로 12화   망각의 회귀 13화   속삭임의 유혹 14화   기억의 덫 15화   기억의 덫 속에서 16화   기억의 심연 17화   기억의 나락에서 18화   사라진 기억의 불씨 19화   기억 속의 낯선 연결고리 20화   어둠에 숨겨진 실마리 21화   사라진 기억의 실타래 22화   어둠 속의 이중 연쇄 반응 23화   거짓된 평온 뒤의 그림자 24화   기억을 조작하는 그림자 25화   어둠 속에서 깨어나는 기억 26화   기억의 쇄도 27화   바로잡힌 기억의 굴레 28화   뒤얽힌 기억의 물레 29화   조각난 과거의 언어 30화   어둠 속 불현듯 펼쳐지는 기억의 조각 31화   불가사의 속에 떨어진 진실 32화   혼돈 속의 서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