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태민의 등골을 타고 차디찬 냉기가 스며들었다. 귀에 들려오는 것은 마치 검고 깊은 공간이 숨을 들숨날숨하며 내는 생생한 소리처럼 날카롭게 눈앞을 그려내고 있었다. 동굴 속 어딘가, 고대의 생명이 아직 숨 쉬고 있는 것도 같았다.
“멈추지 마라.”
태민의 귓가를 맴돌던 그 목소리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뼛속 깊이 들어오는 메시지였다. 그는 얼어붙은 손 끝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냈다. 지연이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경계할 필요가 있겠어.” 그녀의 목소리는 사뭇 진지했다. “뭔가가 우리를 시험하려고 기다리고 있을지 몰라.”
현수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살폈다. 결연한 그의 얼굴에선 어떠한 두려움도 감지되지 않았다.
그들이 식어가는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거울 같은 질감의 벽은 그들의 형체를 일그러뜨리며 섬뜩하게 비추고 있었다. 잠시 뒤치락거리는 그 발소리는 고요한 공간을 메아리치고, 먼 곳에 닿은 듯 사라져갔다.
“너희, 이곳에 온 게 처음이야?”
예고 없이 등장한 소리에 모두가 걸음을 멈췄다. 어두운 틈새에서 나타난 낯선 자의 음성은 마치 그림자가 속삭이는 듯한 음침함이 있었다. 세훈이 호흡을 가다듬고 말했다.
“누구냐?”
낯선 자는 살며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동자에서 서려오는 잔혹한 지혜는 그들 각각을 깊숙히 꿰뚫고 있었다. “넌 여기 왜 들어왔는지 알지 못하는구나.”
그 순간 태민의 심장은 한층 더 빠르게 뛰었다. 이 낯선 인물이 마주친 진실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그는 다가가며 낯선 자의 응답을 추궁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을 말하라. 여기 와서 우리가 마주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낯선 자는 짧게 웃으며, 알 수 없는 답을 흘렸다. “너희가 찾는 답... 그건 항상 내 옆에 있었지.”
지연은 태민의 팔을 잡아 빠르게 제지했다. “모르는 자의 말을 믿기엔 위험해. 조심하자.”
그녀의 손이 힘겹게 태민의 의지를 붙들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매력에 끌려가버리기엔 너무나 적막한 순간이었다.
태민은 굳게 눈을 감은 채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나서야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믿고 싶었다. 그러나 마음속 어딘가엔 아직도 떨리는 음률이 남아있었다.
“이것이 네 선택이구나, 하지만 조심해라.” 그 낯선 자의 마지막 말이 거울을 갈라진 틈으로 돌려보냈다. 그것은 마치 그들의 발걸음을 인도하듯 제한적이며 절대적인 방향성을 지시하고 있었다.
현수는 손에 잡힌 물건을 객기로 바라보고는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았다. 그는 낯선 자가 사라진 후 곧장 그 방향의 앞쪽으로 향했다. “이 쪽이겠지. 여기서 더 이상 머물 순 없어.”
그들이 걸음을 옮기면 옮길수록, 마침내 그들에게 드러난 것은 어둠 열어 나오는 깊은 통로였다. 그곳엔 차가운 잿빛 공기가 펄럭이며 여전히 남아있었다. 태민의 발밑에선 낯설고도 불편한 마찰이 느껴졌다. 그것은 계속해서 그를 이곳에 붙잡아두려는 것 같았다.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아야 해.” 태민의 숨소리는 이제 매섭게 변해갔다. “모든 걸 알아내지 않으면 우리는 절대 이길 수 없어.”
지연이 태민의 곁에 붙어 있었다. 그녀의 불안정한 손이 그를 잡으려 할 때마다, 그들 사이의 공기는 고조되었다. 그녀는 준엄한 눈빛으로 말했다. “한 발자국만 물러나면 돼. 하지만 한 발걸음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지는 말자.”
그들 앞에는 웬 길이 열려있었다. 그리고 그것의 고요함 속에서, 새로운 충격을 예감했다. 그들의 발걸음은 흔들리며 마치 모래빨대로 끌어올려지는 듯한 억제된 욕망을 남기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 마치 시간의 흐름이 바뀌는 순간처럼, 빛 줄기는 길 목적지에 다가갈수록 점점 더 주제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너희가 찾으려는 진실은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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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문이 그들에게 드러나고 있었다. 낮은 기침 소리가 마치 그들 가까이에서 울렸다. 그들이 서 있는 문 앞에서, 그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어떤 충돌이 시작된 듯했다.
"조심해, 무엇이든 나올 수 있으니까." 지연은 경계하면서도 절망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갑자기 주위가 갈라지며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들은 뭔가 기다리고 있는 존재처럼 환상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진실은 단순한 한 걸음만이 모든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수는 이제 그들의 얼굴에 새로운 빛이 비치는 것을 느꼈다. 그의 가슴이 감싸주려는 듯 지쳐가면서도 그 속의 적막은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
“우리가 준비한 모든 걸 바로 이 순간에 쏟을 시간이야.” 세훈이 각오를 다지며 말했다.
그들이 오늘 무대라면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결판내기 전, 지연은 다시 말할 수 없는 한숨을 내뱉었다.
마침내 그들은 밤이 활짝 열린 중에 가라앉아, 서서히 그 위대한 실체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까지 모든 것을 걸어야하는 갈림길을 건너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무엇인가가 부러진 연모 불빛처럼 그들 앞에 등장했다. 그들이 마주해야 할 진실은 여전히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었다.
설렘 또는 두려움. 펄럭이는 그 감정의 공간에서 그들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모든 게 예감했던 대로는 아니었다.
그들의 발걸음은 이제 조용히 하지만 단호하게 그 경계선을 넘기로 결심했다. 태민은 그의 눈앞에 드리워진 안개의 한기를 뚫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마지막에 남은 것이 여전히 그곳에 서린 회색의 피어오르는 그림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듯, 그들은 스스로의 길을 엮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은 무엇을 마주하게 될 것이나?
그 묘한 고요함 속에서, 드디어 그들이 깨달아야 할 어떤 현실이 막이 오르리라.
그동안 그 모든 것을 기다려온 그들에게는 아니었을까.
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 그들이 다시 그들의 진실을 향해 나아갈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