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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용병 황녀의 귀환
제25화

제25화: 황혼의 사냥개

황혼의 교단.

그 네 글자가 썩은 양조장의 공기 중에 납처럼 무겁게 내려앉았다. 마르셀의 입에서 튀어나온 그 이름은 단순한 조직명이 아니었다. 그것은 제국 아이들이 울음을 그치지 않을 때 부모들이 속삭이는 공포의 주문이었고, 마법사들이 악몽 속에서조차 마주치길 꺼리는 죽음의 다른 이름이었다.

“지금… 뭐라고 했나?”

이안의 목소리는 으스러진 유리 조각처럼 거칠었다. 그는 검을 쥔 손등에 핏줄이 터져 나올 듯 솟아난 채, 마르셀의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곁에 있던 엘리안이 그의 팔을 붙잡지 않았다면, 마르셀의 경박한 얼굴은 이미 양조장 바닥에 처박혔을 터였다.

“진정하게, 이안.”

내 목소리는 나 자신도 놀랄 만큼 차분했다. 하지만 내 안에서는 이미 얼음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황혼의 교단. 어머니가 그토록 경계하고 증오했던 광신도의 집단. 제국의 어둠 속에서 황실의 더러운 일을 처리하며, 마법을 신의 섭리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모든 마법사를 잠재적 이단으로 간주하는 자들.

“황태자가 미쳤군. 제 앞마당에 사냥개를 끌어들이다니.”

침묵을 깬 것은 카엘이었다. 그의 얼굴에서는 언제나처럼 유유자적한 미소가 지워져 있었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차가운 경멸과, 어둠보다 깊은 증오였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오래전 죽은 누이의 망령이 일렁이는 것을 본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단심문관이라니, 그게 대체 뭔데! 그냥 교단의 기사들 아닌가?”

이안이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그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엘리안이었다.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것이 보였다.

“기사들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안. 그들은… ‘마법 사냥꾼’입니다. 그들은 마력의 흐름을 읽고, 마법을 무력화시키며, 마법사의 정신을 파괴하는 훈련을 받은 자들입니다. 검과 갑옷이 아니라, 대마법용 결계와 영혼을 옭아매는 저주가 그들의 무기죠. 그들에게 붙잡힌 마법사는 산 채로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엘리안의 설명이 끝나자, 양조장 안에는 숨 막히는 침묵이 흘렀다. 이안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우리 일행 중 마법을 다루는 것은 나 하나뿐이었다. 그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황태자는 저를 산 채로 잡으려던 계획을 변경한 모양이군요.”

마르셀이 너스레를 떨며 상황을 정리했다.

“별의 요람이 무너진 이상, 그림자를 온전히 회수하는 건 불가능해졌으니 말입니다. 이제 그는 ‘밤의 가시’ 저주를 완성할 다른 방법을 찾을 테고, 그 과정에 가장 큰 방해물이 될 공주님을 아예 ‘제거’하기로 마음먹은 거죠. 이단심문관의 손에 넘겨진 마법사 중, 온전한 시신으로 발견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으니, 아주 깔끔한 처리 방법이 아니겠습니까?”

그의 말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없다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수도의 경비 병력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우리에게 완벽한 상성이 되는 천적이 풀려난 것이다.

“수도를 빠져나가야 합니다. 당장.”

엘리안이 결론을 내렸다. 그의 목소리는 다급함으로 떨리고 있었다.

“어디로?”

이안이 물었다. 그 질문에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제국 전체가 우리의 적이었다.

나는 촛불 위에서 아른거리는 양피지, 태양의 영면실이 그려진 지도를 내려다보았다. 모두가 도망칠 곳을 찾고 있을 때, 나는 역으로 가장 위험한 심장부를 향해 걸어 들어가야만 했다.

“아니.”

내가 입을 열었다. 모두의 시선이 내게로 쏠렸다.

“우리는 수도에 남는다. 그리고 지금 당장, 태양의 영면실로 간다.”

***

“미쳤어, 릴리아! 그건 자살행위야!”

이안이 내 어깨를 붙잡고 외쳤다. 그의 눈에는 나를 향한 걱정과 불신이 뒤섞여 있었다.

“수도 전체가 우리를 찾고 있어. 그런데 제국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곳으로 제 발로 걸어 들어가자고? 그 사냥개들이 가장 먼저 덫을 치고 기다릴 곳이 바로 거기야!”

“그래서 가는 거야.”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지 않은 채, 차분하게 대답했다.

“가장 위험한 곳이, 때로는 가장 안전한 법이지. 황태자와 이단심문관들은 우리가 겁을 먹고 수도 밖으로 도망칠 거라고 예상할 거야. 그들의 포위망이 수도 외곽으로 집중되는 지금이야말로, 역으로 황궁의 심장부를 찌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야.”

“하지만 어떻게 접근할 거지? 설령 접근한다 해도, ‘달의 심장’이라는 열쇠가 없지 않나.”

엘리안이 이성적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내 손안에 이미 그 해답이 있다는 사실을, 아직은 모두에게 말할 수 없었다. 카엘. 그 남자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하기 전까지는.

그때,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카엘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는 어느새 평소의 능글맞은 미소를 되찾은 채, 벽에 비스듬히 기대서 있었다.

“열쇠는 우리 공주님께서 어떻게든 찾아내실 테니 걱정 말고. 문제는 접근 경로지.”

그는 품에서 작은 지도를 하나 더 꺼내 바닥에 펼쳤다. 그것은 황궁의 지하를 거미줄처럼 얽고 있는 비밀 수로와 통로들이 그려진, 훨씬 더 정밀한 지도였다.

“이단심문관들이 마력을 추적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더 이상 그림자 속에 숨을 수 없어. 그들이 예상하지 못할 길로, 그들의 눈과 귀를 완벽하게 속이고 움직여야 해. 황궁의 지하에는 초대 황제 시절에 만들어졌다가 지금은 잊힌 ‘유령의 길’이 존재하지.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길이야.”

“네놈을 어떻게 믿고 그 길을 따라가지?”

이안이 여전히 날을 세웠다.

“믿지 마. 이용하라고 했잖아.”

카엘은 이안을 향해 씩 웃어 보이고는, 시선을 내게로 돌렸다.

“선택은 네 몫이야, 릴리아. 늑대 나리의 말처럼 쥐새끼처럼 쫓기다 사냥개의 이빨에 목덜미를 물리며 죽을지, 아니면 나라는 독이 든 성배를 마시고 호랑이의 굴로 직접 들어갈지.”

그것은 선택을 가장한 협박이었다. 나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그의 자수정 빛 눈동자 속에는, 나를 시험하는 교활함과 함께 기묘한 기대감이 뒤섞여 일렁이고 있었다. 그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내게 건네진 사과를 한입 베어 물었다. 아삭, 하는 소리가 긴장된 공기를 갈랐다.

“안내해.”

짧은 내 한마디에, 길고 긴 논쟁은 끝이 났다. 카엘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걸렸다. 이안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벽을 주먹으로 쳤지만, 더 이상 반대하지는 않았다. 그는 내 결정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그럼, 슬슬 움직여 볼까. 황혼의 사냥개들이 저녁 식사를 시작하기 전에 말이야.”

카엘의 유쾌한 목소리를 신호로, 우리는 지옥을 향한 마지막 준비를 시작했다.

***

수도의 지하 수로는 거대한 괴물의 내장처럼 어둡고 축축했다. 시궁창의 악취와 이끼 낀 돌의 비릿한 냄새가 뒤섞여 숨을 쉴 때마다 역겨움이 치밀어 올랐다. 우리는 카엘의 안내에 따라,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좁은 통로를 따라 허리를 숙인 채 나아갔다. 발밑에서는 시커먼 물이 찰박이는 소리를 냈고, 벽에서는 정체 모를 벌레들이 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젠장, 여기가 정말 길은 맞는 건가?”

맨 뒤에서 경계를 서던 이안이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렸다.

“조용히 해. 소리가 울려.”

내가 낮게 경고했다. 위쪽의 철제 격자창 사이로, 순찰하는 병사들의 부츠 소리와 대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우리는 지금, 적들의 발밑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한참을 더 나아갔을까, 카엘이 낡은 벽돌 벽 앞에서 멈춰 섰다. 그는 벽의 특정 부분을 일정한 순서로 누르자, 기분 나쁜 마찰음과 함께 벽의 일부가 안쪽으로 밀려나며 새로운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 안쪽의 공기는 바깥보다 훨씬 더 건조하고, 오래된 먼지 냄새가 났다.

“여기가 ‘유령의 길’ 입구다. 이제부터는 발소리 하나까지 죽여야 할 거야. 이 길은 황궁의 주요 시설 바로 아래를 지나가거든.”

카엘의 경고에, 우리는 마른침을 삼키며 어둠 속으로 발을 들였다.

유령의 길은 지하 수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고요했다. 우리의 숨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살아있는 모든 것이 거부당한, 죽은 자들의 영역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앞서가던 카엘이 갑자기 손을 들어 우리를 멈춰 세웠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위쪽을 가리켰다. 천장의 돌 틈 사이로, 희미한 빛과 함께 웅성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여긴… 대성전 지하로군.”

엘리안이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가득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벽을 짚고 올라서, 틈새로 위를 엿보았다. 거대한 기둥과 스테인드글라스, 황금으로 장식된 제단. 황궁 대성전의 내부가 분명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수도 경비대와는 이질적인 복장을 한 자들이 서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황혼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진 검붉은 로브. 그들은 얼굴을 가리는 깊은 후드를 쓰고 있었지만,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음습하고 차가운 기운은 돌벽을 뚫고 내 피부에 소름을 돋게 할 정도였다.

이단심문관들이었다.

그들 중 하나가 후드를 벗었다. 깡마른 얼굴, 광신적인 빛으로 번뜩이는 눈, 그리고 입가에 걸린 비틀린 미소. 그는 제단 앞에 무릎 꿇린 한 기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말해라. 그림자의 흔적을 마지막으로 본 곳이 어디지?”

“모… 모릅니다! 저는 정말… 크악!”

이단심문관이 손을 뻗자, 그의 손끝에서 검은 연기 같은 기운이 피어올라 기사의 머리를 휘감았다. 기사는 눈이 뒤집힌 채, 온몸을 경련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단순한 고문이 아니었다. 영혼을 직접 헤집는, 금지된 정신 마법이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들 손에 잡히면 어떻게 될지, 더 이상 상상할 필요도 없었다.

“쯧쯧, 약해 빠졌군. 황궁 기사들이라고 해봤자, 이 정도 수준인가.”

이단심문관은 흥미를 잃었다는 듯 손을 거두었다. 정신이 파괴된 기사는 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졌다.

“대심문관님, 놈들의 마력 흔적이 수도 외곽에서 여러 개 발견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흩어져서 도망치려는 듯합니다.”

다른 심문관이 보고했다.

대심문관이라 불린 자는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쥐새끼들이 흩어지면, 사냥이 더 재미있어지는 법이지. 전원, 수도 성문으로 집결시켜라. 오늘 밤, 황혼의 이름 아래 부정한 것들을 모두 정화할 것이다.”

그들의 대화를 엿들은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내 예상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들의 주력은 모두 성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태양의 영면실을 향할 절호의 기회였다.

우리는 조용히 그곳을 벗어나, 다시 어둠 속을 나아갔다. 내 심장은 방금 목격한 끔찍한 광경으로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내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냉철하게 계산을 시작했다.

그리고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뇌리를 스쳤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앞서가는 카엘의 등을 향해 나지막이 물었다.

“어떻게 이 길을 알지?”

내 질문에, 일행 모두의 시선이 카엘에게로 향했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준 지식은 단순한 정보상의 수준을 뛰어넘고 있었다. 마치 제집 안방처럼, 황궁의 가장 깊숙한 비밀까지 꿰뚫고 있는 듯했다.

카엘은 걸음을 멈췄지만, 뒤돌아보지는 않았다.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어둠 속에서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 어머니가… 황궁의 시녀장이었거든.”

그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지만, 모든 퍼즐 조각을 맞춰주었다. 그가 황실에 품은 증오의 깊이를, 그의 복수가 얼마나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되었는지를.

나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품 안에 숨겨두었던 차가운 금속의 감촉을 확인했다. 어머니가 내게 남긴, 눈물방울 모양의 은제 로켓. 카엘이 잿더미 속에서 발견해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던, 마지막 열쇠 ‘달의 심장’.

그가 이것을 간직한 것은, 단순히 우연이었을까.

그의 어머니는 정말 시녀장이었을까.

의심의 씨앗이 마음 한구석에서 싹을 틔우기 시작할 때였다.

우리가 마침내 유령의 길 끝, 태양의 영면실로 향하는 마지막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카엘이 나를 막아섰다.

“잠깐.”

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그는 문의 표면에 새겨진,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한 마력의 실을 가리켰다.

“함정이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우리가 지나온 길의 입구와 출구가 동시에 거대한 돌문으로 막히며, 통로 전체가 암흑에 휩싸였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수십 개의 붉은 눈동자가 일제히 빛을 발하며 우리를 향해 조여오기 시작했다.

“이런, 이런. 사냥개들이 생각보다 코가 좋은 모양인데.”

카엘이 쓴웃음을 지으며 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나를 전율케 한 것은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적들이 아니었다. 그것은 돌문이 닫히기 직전, 카엘이 나를 향해 짓던 그 미소 속에 숨겨져 있던, 내가 감히 해석할 수 없는 아주 희미한 감정의 편린이었다.

그것은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한 체념과도 같았다.

📚 용병 황녀의 귀환
1화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화   과거의 이름 3화   지옥의 문 앞에서 4화   독사의 표식 5화   거짓된 이름의 무게 6화   사자굴 속의 여우 7화   제7화: 사자의 아가리, 독사의 이빨 8화   제8화: 두 개의 복수, 하나의 표식 9화   제9화: 기사의 검, 황녀의 길 10화   제10화: 독이 든 성배 11화   제11화: 거미줄 위의 붉은 보석 12화   제12화: 늑대의 여동생, 뱀의 축배 13화   제13화: 독이 든 축배, 뱀의 낙인 14화   제14화: 늑대의 눈물, 그림자의 칼날 15화   제15화: 유령의 일기장 16화   제16화: 재앙의 탄생, 혹은 거짓된 유언 17화   제17화: 재의 초대장, 늑대의 송곳니 18화   제18화: 피의 자격 증명 19화   제19화: 두 개의 태양, 하나의 그림자 20화   제20화: 은빛 공작의 유희 21화   제21화: 악마의 거래 조건 22화   제22화: 별의 요람, 심장의 무게 23화   제23화: 부서진 거울, 세 개의 실타래 24화   제24화: 태양의 무덤, 그림자의 열쇠 25화   제25화: 황혼의 사냥개 26화   제26화: 달의 심장이 속삭이는 것 27화   제27화: 거짓된 이름, 얼어붙은 심장 28화   제28화: 그림자의 낙인 29화   제29화: 악마의 거래 30화   제30화: 심연의 부름 31화   제31화: 부서진 족쇄, 깨어난 심연 32화   제32화: 괴물의 목줄 33화   제33화: 심연의 계약 34화   제34화: 왕관의 무게 35화   제35화: 왕관을 쓰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