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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30화
용병 황녀의 귀환
제30화

제30화: 심연의 부름

그 목소리는 내 뇌리에서 직접 터져 나온 섬광이었다.

단순한 정신 감응이 아니었다. 그것은 영혼의 가장 깊은 곳, 마법 결속으로 이어진 상처를 후벼 파며 울려 퍼지는 단말마의 비명이었다. 아스텔리온의 마지막 사과. 그리고 사형 선고.

쿵.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니, 그것은 내 심장이 아니었다. 지축을 뒤흔드는 거대한 무언가가, 우리가 갇힌 이 금고의 강철 문을 향해 내리찍는 소리였다.

쿵. 쿵. 쿵.

일정한 간격을 두고, 거인의 심장 박동처럼 울려 퍼지는 둔탁한 충격음. 그것은 물리적인 공격이 아니었다. 문을 부수려는 소리가 아니라, 안에 갇힌 쥐새끼들의 영혼을 갉아먹으려는 악마의 노크 소리였다.

“이게… 무슨 소리지?”

이안이 피 묻은 붕대를 움켜쥔 채,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두꺼운 강철 문을 노려보았다. 그의 늑대 같은 본능이, 문 너머에 도사린 죽음의 기운을 감지한 것이다.

“봉쇄 마법입니다.”

엘리안의 목소리는 젖은 종이처럼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금고 벽에 새겨진 방어 마법진을 손으로 더듬었다. 마법진은 이제 빛을 잃고, 차갑게 식어 있었다.

“바깥에서 누군가 이 공간 전체를 고립시키고 있어요. 이 금고의 모든 마력 흐름을 차단하고, 외부와 완벽하게 단절시키는 겁니다. 이건… 이건 황혼 교단의 대규모 이단 봉쇄 진…!”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쿵, 하는 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그 대신, 수십, 아니 수백 명의 목소리가 하나가 되어 부르는 섬뜩한 성가가 지하의 공기를 갈랐다. 그것은 기도문이라기보다는 저주에 가까웠다. 알아들을 수 없는 고대의 언어로 읊조리는 그들의 목소리는, 살아있는 자의 귀가 아닌 죽은 자의 영혼을 향해 속삭이는 듯했다.

“젠장…! 우리가 함정에 빠진 거였어!”

이안이 벽을 주먹으로 치며 욕설을 내뱉었다.

“아니.”

나는 잿더미 속에서 타다 남은 불씨처럼, 차갑고 메마른 목소리로 그를 정정했다.

“함정이 아니야. 이건 사냥의 마지막 단계다.”

내 말에 두 사람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나는 벽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하지만 내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롭게 깨어, 보이지 않는 적들의 움직임을 좇고 있었다. 아스텔리온의 영혼에 각인된 추적의 낙인. 그것은 이제 그의 위치뿐만 아니라, 그와 연결된 나의 위치까지 적들에게 실시간으로 송신하는 등대가 되어버렸다. 우리가 이곳에 숨어든 순간부터, 놈들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를 바로 죽이지 않은 것은, 이 ‘안전한’ 금고가 가장 완벽한 무덤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아스텔리온을 통해 우릴 추적한 겁니다.”

엘리안이 절망적인 목소리로 결론을 내렸다.

“그럼 어서 저 자식과의 연결을 끊어! 네 영혼에 무슨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이안이 내게 달려와 어깨를 붙잡고 외쳤다. 그의 눈에는 나를 향한 절박한 걱정이 가득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소용없어. 한번 새겨진 낙인은, 그 주인이 죽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아.”

그리고 지금 나에게, 아스텔리온을 죽일 방법도, 그럴 의사도 없었다. 그는 내 복수를 위한 가장 강력한 칼이었다. 칼집이 주인을 벤다 해도, 칼을 버릴 수는 없는 법이다.

성가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이제는 금고의 돌벽이 그 저주받은 음률에 맞춰 미세하게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공기가 차가워지고, 희미한 마력석 불빛이 위태롭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놈들이 이 공간의 마력을 흡수하고 있었다.

“다른 출구는 없나?”

내가 물었다.

엘리안은 절망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원래라면 귀족들을 위한 세 개의 비밀 통로가 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봉쇄 진이라면, 모든 출구를 동시에 막았을 겁니다. 우리는 완벽하게 고립됐습니다, 대장.”

독 안에 든 쥐. 아니, 관 속에 산 채로 갇힌 시체나 다름없었다.

나는 눈을 감은 채, 다시 한번 의식을 아스텔리온에게 집중했다. 그의 생명력은 꺼져가는 촛불처럼 위태로웠지만, 아직은 끊어지지 않았다. 나는 그의 영혼 깊숙한 곳, 추적의 낙인이 새겨진 곳을 향해 내 의식을 파고들었다. 고통과 저항이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그 낙인의 구조를, 그 작동 원리를 알아내야만 했다.

‘보여줘. 네게 이 낙인을 새긴 자가 누구인지. 어떻게 새겼는지.’

내 명령은 거부할 수 없었다. 그의 부서진 의식 속에서, 희미한 기억의 파편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

그것은 아스텔리온의 기억이었다. 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년. 지금의 오만하고 능글맞은 모습은 어디에도 없는, 그저 겁에 질린 채 떨고 있는 작은 아이였다. 아이는 차가운 석실에 홀로 무릎 꿇고 있었고, 그의 앞에는 지금의 대심문관, 하지만 훨씬 더 젊고 광기 어린 눈을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기억하거라, 아스텔리온.”

대심문관의 목소리는 어린아이에게 속삭이기에는 너무나 잔인하고 차가웠다.

“너의 피는 영광인 동시에 저주다. 너는 황혼의 이름 아래 세상을 정화할 도구이며, 그 도구는 결코 주인의 손을 벗어날 수 없다.”

그는 불에 달군 듯 붉게 빛나는 인두를 들어 올렸다. 인두의 끝에는 황혼 교단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평범한 인두가 아니었다. 시뻘건 쇳덩이에서는 영혼을 태우는 사악한 마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안 돼… 싫어…!”

어린 아스텔리온이 울부짖으며 뒷걸음질 쳤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 그의 몸을 쇠사슬처럼 옭아매고 있었다.

“이 낙인은 네 영혼에 직접 새겨질 것이다. 네가 어디에 있든, 무슨 생각을 하든, 교단은 너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네가 숨 쉬는 한, 너는 우리의 것이다. 도망칠 생각은 마라. 이 낙인은 네가 배신을 꿈꾸는 순간, 네 심장을 안에서부터 불태워버릴 테니.”

대심문관은 비웃으며, 타오르는 낙인을 아이의 가슴팍에 그대로 찍어 눌렀다.

치이이이익-!

살이 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어린아이의 영혼이 찢어지는 비명이 석실을 가득 메웠다. 그것은 육체의 고통이 아니었다.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고, 영원한 족쇄가 채워지는 절대적인 절망의 비명이었다.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아니라,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기억의 파편 속에서, 나는 보았다. 그 낙인은 단순한 추적 장치가 아니었다. 그것은 아스텔리온의 저주받은 힘, ‘황혼의 눈물’의 마력을 매개로 작동하는 일종의 기폭장치였다. 그리고 그 기폭장치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열쇠’가 있었다. 그것은 대심문관이 손가락에 끼고 있던, 검은 흑요석으로 만들어진 반지였다.

‘저 반지….’

기억의 홍수에서 빠져나오자마자, 나는 숨을 헐떡였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

“릴리아, 왜 그래! 괜찮아?”

이안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부축했다.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단 하나의 실낱같은 희망이 보였다. 아니, 희망이라기보다는 더 큰 도박에 가까웠다.

“저들의 목적은 나를 산 채로 잡는 거야.”

내가 입을 열었다. 내 목소리는 다시 얼음 같은 평정을 되찾아 있었다.

“황태자의 제물이 되기 전까지, 내 몸에 상처 하나 입히지 않으려 하겠지. 아스텔리온도 마찬가지야. 그 둘은 저들의 ‘마지막 재료’니까.”

“그게 지금 무슨 소용이야! 어차피 잡히면 끝장인데!”

“아니, 그게 우리의 유일한 무기야.”

나는 강철 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문 너머의 성가는 이제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봉쇄 진이 완성되고 있었다.

“릴리아, 위험해!”

엘리안이 나를 막아서려 했지만, 나는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나는 차갑고 단단한 강철 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성가가 멎었다.

그리고 섬뜩한 침묵 끝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마법으로 증폭되어 문을 뚫고 우리에게 들려왔다. 대심문관의 목소리였다.

“그림자 공주, 릴리아 폰 아이젠베르크.”

그는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마치 옥좌에 앉은 왕이 죄인을 심판하듯, 오만하고 위압적인 목소리였다.

“네 어리석은 저항은 여기까지다. 너의 쥐새끼 같은 동료들은 어차피 곧 죽을 목숨. 하지만 너와 그 저주받은 늑대에게는 마지막 자비를 베풀겠다.”

그의 목소리에는 악마의 유혹과도 같은 교활함이 묻어났다.

“네 발로 걸어 나와 투항하라. 그러면 네 동료들의 목숨만은 살려주지. 물론, 그들이 앞으로 교단의 충실한 노예가 된다는 조건 하에서지만. 어떤가? 한때 너를 따랐던 자들의 비참한 미래와, 지금 당장 이곳에서 함께 끔찍하게 죽는 것. 선택권을 주겠다.”

그것은 자비가 아니었다. 내 동료들과 나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가장 비열하고 잔인한 심리전이었다.

이안의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는 당장이라도 문을 박차고 나가 저놈의 주둥이를 찢어버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내 결정을 기다렸다.

나는 대답 대신, 내 손에 든 단검으로 내 손바닥을 다시 그었다. 아까보다 더 깊게.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려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대장…?”

엘리안이 불안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그의 시선을 외면한 채, 피가 흐르는 손으로 차가운 강철 문을 짚었다.

“릴리아, 너 대체 뭘 하려는 거야!”

이안이 소리쳤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 피를 매개로, 아스텔리온의 영혼에 새겨진 그 끔찍한 낙인에 나의 의지를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미친 짓이었다. 남의 영혼에 새겨진 주박을, 제삼자인 내가 건드리는 것은 내 영혼까지 함께 파괴될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이었다.

하지만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내 의지가 아스텔리온의 낙인에 닿는 순간, 그의 기억 속에서 보았던 대심문관의 흑요석 반지와 희미한 연결이 느껴졌다. 멀리 떨어진 낚싯줄의 미세한 떨림처럼.

찾았다.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것은 미소라기보다는,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패를 던지는 도박사의 잔인한 희열에 가까웠다.

***

“선택의 시간은 길지 않다, 공주. 십을 세지. 그 안에 대답이 없다면, 이 금고를 너희의 관으로 만들어 주겠다.”

대심문관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하나.”

나는 눈을 감고 모든 신경을 내 손바닥과, 그 너머에 있는 적들의 우두머리에게 집중했다. 이안과 엘리안은 숨을 죽인 채, 내가 하려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둘.”

내 마력이 아스텔리온의 낙인을 타고, 역으로 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놈들은 자신들의 덫이, 역으로 그들의 목을 조르는 올가미가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을 터였다.

“셋.”

“릴리아….”

이안의 목소리가 애처롭게 들려왔다. 그는 내가 무언가 위험한 일을 꾸미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나는 그를 향해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문 너머의 대심문관을 향해, 하지만 내 뒤에 있는 내 사람들에게 들으라는 듯이, 나지막이 말했다.

“지옥으로 가기 전에, 길동무는 많을수록 좋지.”

“넷.”

내 마력이 마침내 대심문관의 흑요석 반지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었다. 이제 방아쇠를 당길 준비는 끝났다.

“다섯.”

나는 문에 대고, 모든 이가 들을 수 있도록 외쳤다.

“좋아, 거래하지.”

내 대답에 문 너머의 공기가 순간 술렁이는 것이 느껴졌다. 이안과 엘리안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조건이 있다.”

“여섯.”

“일곱.”

“여덟.”

나는 카운트다운을 무시하고, 내 말을 이었다. 내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오만했다.

“네놈의 그 잘난 반지를 내놔라. 그럼 내 발로 걸어 나가지. 그리고….”

나는 숨을 골랐다. 이제 마지막 한 수만이 남았다.

“아홉.”

“그리고, 네놈의 심장을 직접 도려낼 기회도 함께.”

“열!”

대심문관의 마지막 카운트가 끝나는 순간, 나는 반지에 연결된 마력을 폭주시켰다.

내 의도는 그의 낙인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었다. 역으로, 그 낙인을 강제로 활성화시켜, 아스텔리온의 몸 안에 잠들어 있던 ‘황혼의 눈물’의 모든 힘을 이 자리에서 터뜨려 버리는 것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용병 황녀의 귀환
1화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화   과거의 이름 3화   지옥의 문 앞에서 4화   독사의 표식 5화   거짓된 이름의 무게 6화   사자굴 속의 여우 7화   제7화: 사자의 아가리, 독사의 이빨 8화   제8화: 두 개의 복수, 하나의 표식 9화   제9화: 기사의 검, 황녀의 길 10화   제10화: 독이 든 성배 11화   제11화: 거미줄 위의 붉은 보석 12화   제12화: 늑대의 여동생, 뱀의 축배 13화   제13화: 독이 든 축배, 뱀의 낙인 14화   제14화: 늑대의 눈물, 그림자의 칼날 15화   제15화: 유령의 일기장 16화   제16화: 재앙의 탄생, 혹은 거짓된 유언 17화   제17화: 재의 초대장, 늑대의 송곳니 18화   제18화: 피의 자격 증명 19화   제19화: 두 개의 태양, 하나의 그림자 20화   제20화: 은빛 공작의 유희 21화   제21화: 악마의 거래 조건 22화   제22화: 별의 요람, 심장의 무게 23화   제23화: 부서진 거울, 세 개의 실타래 24화   제24화: 태양의 무덤, 그림자의 열쇠 25화   제25화: 황혼의 사냥개 26화   제26화: 달의 심장이 속삭이는 것 27화   제27화: 거짓된 이름, 얼어붙은 심장 28화   제28화: 그림자의 낙인 29화   제29화: 악마의 거래 30화   제30화: 심연의 부름 31화   제31화: 부서진 족쇄, 깨어난 심연 32화   제32화: 괴물의 목줄 33화   제33화: 심연의 계약 34화   제34화: 왕관의 무게 35화   제35화: 왕관을 쓰는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