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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화
용병 황녀의 귀환
제26화

제26화: 달의 심장이 속삭이는 것

암흑은 이빨을 가지고 있었다.

돌벽을 긁어대는 예리한 발톱 소리,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그르렁거리는 울음소리, 그리고 죽음의 악취를 풍기는 수십 개의 붉은 눈동자. 그것들은 우리를 둘러싼 어둠 그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사방에서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그림자 사냥개들…!”

엘리안의 목소리가 경악으로 갈라졌다. 황궁의 마법사들이 만들어낸, 침입자의 마력을 추적하고 집어삼키는 끔찍한 파수견. 단순한 마법 골렘이 아니었다. 놈들은 살아있는 그림자였다.

“젠장! 전부 다 튀어나올 줄이야!”

이안이 검을 고쳐 쥐며 욕설을 뱉었다. 그의 얼굴에 흐르는 것은 식은땀이었지만, 그의 눈은 늑대처럼 흉흉한 투지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우리의 퇴로는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좁은 통로 안, 우리는 독 안에 든 쥐였다.

“이런, 이런. 환영 인사가 좀 과격한데. 황궁 놈들, 손님 접대 예절은 꽝이란 말이야.”

카엘은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그의 손은 이미 허리춤의 가늘고 긴 검, 레이피어를 뽑아 든 뒤였다. 달빛 한 줌 없는 이 어둠 속에서도, 그의 검날만은 서늘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놈들이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았다. 가장 가까이 있던 사냥개 한 마리가 바닥을 박차고, 검은 탄환처럼 내게로 쏘아져 왔다. 허공을 가르는 날카로운 파공음. 나는 몸을 낮추는 동시에 허리춤의 단검을 뽑아 역수로 쥐었다. 놈의 앞발톱이 내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찰나, 나는 놈의 옆구리로 파고들어 힘줄이 모여 있는 뒷다리 관절을 그대로 그어버렸다.

키에엑!

비명이라기보다는 쇠를 긁는 듯한 끔찍한 소음과 함께, 놈의 움직임이 순간 비틀거렸다. 하지만 놈은 고통을 모르는 존재. 상처에서 피 대신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며, 더욱 흉포하게 머리를 돌려 내 목을 물어뜯으려 했다. 그 순간, 거대한 검의 그림자가 놈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콰직!

이안의 대검이 사냥개의 두개골을 수박처럼 쪼개버렸다. 놈은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연기처럼 스르르 흩어지며 바닥의 돌 틈으로 스며들었다.

“내 뒤에 있어, 릴리아!”

이안이 포효하며 내 앞을 막아섰다. 그는 분노한 곰처럼 밀려드는 사냥개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이 지나간 자리마다, 검은 그림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찢겨 나갔다. 하지만 놈들의 수는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방의 벽과 천장에서 더 많은 놈들이 꾸역꾸역 기어 나오고 있었다.

“소용없습니다! 저놈들은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물리적인 공격은 잠시 형태를 흩어놓을 뿐, 곧 다시 뭉쳐질 겁니다!”

엘리안이 외치며, 품에서 꺼낸 작은 마력 섬광탄을 바닥에 내던졌다. 번쩍! 눈을 멀게 하는 강렬한 빛이 터지며, 사냥개들의 움직임이 잠시 주춤했다. 그 틈을 타 카엘이 움직였다. 그는 춤을 추듯 우아한 스텝으로 사냥개들의 파도를 헤치며, 놈들의 몸통 어딘가에 박혀 희미하게 빛나는 붉은 핵을 정확하게 찔렀다. 그의 검끝이 닿을 때마다, 사냥개들은 비명을 지르며 완전히 소멸했다.

“핵을 노려! 저 붉은 눈깔이 놈들의 심장이야!”

카엘의 외침에, 우리는 일제히 놈들의 약점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좁은 통로 안에서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날뛰는 상황. 아무리 약점을 안다 해도, 놈들의 파상공세에 우리의 움직임은 점점 더 잠식당하고 있었다. 이안의 갑옷 여기저기에 할퀸 자국이 늘어났고, 엘리안은 놈의 공격을 피하다 벽에 어깨를 부딪혔다.

이대로는 전멸이다. 이 함정은 우리를 서서히 말려 죽이려는 악랄한 덫이었다.

나는 숨을 고르며, 혼란스러운 전장의 흐름을 읽었다. 놈들의 움직임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놈들은 무작위로 공격하는 것 같았지만, 그 공격의 최종 목표는 항상 나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놈들은 내게서 풍겨 나오는 황실의 마력에 이끌리고 있었다. 내가 미끼였다.

차가운 깨달음이 머릿속을 스쳤다.

“이안, 엘리안! 물러나! 카엘, 입구를 막아!”

내 외침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무슨 소리야, 릴리아! 혼자서 어쩌려고!”

“내 말 들어! 이건 명령이야!”

내 단호한 목소리에, 이안은 이를 악물고 엘리안을 부축하며 뒤로 물러섰다. 카엘은 잠시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내가 말한 대로 통로의 입구 쪽으로 향했다.

나는 단검을 집어넣고, 눈을 감았다. 모든 감각을 마력의 흐름에 집중했다. 사방에서 쇄도하는 죽음의 기운. 내 피를 갈망하는 굶주린 아귀들의 숨소리. 나는 그 모든 소음 속에서, 어머니가 가르쳐주었던 가장 기초적인 마법의 원리를 떠올렸다.

‘모든 마법은 흐름이란다. 강물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물길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는 있지.’

나는 내 안의 마력을 끌어모아, 손끝에서 아주 작은 불꽃 하나를 피워 올렸다. 그리고 그 불꽃을, 태양의 영면실로 향하는 문, 즉 내 뒤쪽의 거대한 돌문을 향해 던졌다. 불꽃은 돌문에 닿는 순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냥개들의 움직임이 순간 멈칫했다. 놈들의 붉은 눈동자가 일제히, 내가 불꽃을 던진 돌문을 향했다. 놈들의 본능이 감지한 것이다. 나보다 훨씬 더 강하고 순수한, 거대한 마력의 근원을.

“저쪽이야말로 진짜 먹잇감이라고, 이 멍청한 개들아.”

내가 조용히 속삭였다. 그 순간, 나를 향해 달려들던 모든 사냥개들이 일제히 방향을 틀어, 자신들을 가로막고 있는 돌문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놈들은 문을 긁고, 물어뜯고, 몸을 부딪혔다. 하지만 제국의 심장을 지키는 봉인의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런, 이런. 개들끼리 싸움을 붙이다니. 아주 잔인한 주인이로군.”

카엘이 휘파람을 불며 다가왔다.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 하나 맺혀 있지 않았다. 이안과 엘리안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자신들의 주인도 알아보지 못하고 돌문에 달려드는 사냥개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놈들이 벌어준 짧은 시간 동안, 문의 표면에 새겨진 복잡한 문양을 살폈다. 태양, 두 개의 검, 그리고 초승달.

“이제 문을 열 시간이야.”

***

“정말… 이걸로 되는 건가?”

이안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단검으로 내 손바닥을 그었다. 선홍색 피가 흘러나오자, 나는 피 묻은 손바닥을 두 개의 검이 교차하는 문양 위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어머니가 가르쳐주었던, 잊힌 기사들을 부르는 고대의 주문을 나지막이 읊조렸다. 내 목소리가 차가운 통로에 울려 퍼지자, 벽에 달라붙어 있던 사냥개들이 일제히 나를 돌아보며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내 피가 문양에 스며드는 순간, 거대한 돌문이 지축을 울리는 소리를 내며 진동했다. 검 문양이 새겨진 부분에서부터 칠흑 같은 어둠이 피어오르더니, 그 안에서 두 명의 거대한 그림자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형체는 있었지만 실체는 없었고, 투구 안에서는 인간의 눈 대신 공허한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초대 황제의 그림자 기사. 영면실의 첫 번째 수호자들이었다.

그림자 기사들은 나타나자마자, 소리 없이 검을 뽑아 들고 사냥개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살아있는 그림자와 죽어있는 그림자의 싸움. 그것은 기괴하고도 장엄한 광경이었다.

“이제 ‘달의 심장’만 남았군.”

카엘이 중얼거리며 내게 시선을 던졌다.

나는 품 안에서, 어머니의 유품인 눈물방울 모양의 은제 로켓을 꺼내 들었다.

“이게… ‘달의 심장’이라고?”

엘리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 중앙의 초승달 문양에 움푹 파인 홈에 로켓을 가져갔다. 마치 처음부터 제자리였던 것처럼, 로켓은 소름 끼치도록 완벽하게 홈에 들어맞았다.

딸깍.

로켓이 제자리를 찾는 소리와 함께, 문 전체에서 눈부신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사냥개들과 그림자 기사들의 싸움이 멎었다. 모든 존재가 그 압도적인 빛 앞에서 움직임을 멈췄다. 문이 열리는가 싶었다.

하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대신, 내 피와 로켓이 반응한 문양이 빛나는 글자가 되어 허공에 떠올랐다. 그것은 어머니의 필체였다.

“이건….”

나는 숨을 삼켰다. 이것은 단순한 잠금장치가 아니었다. 어머니가 미래의 나를 위해 남겨둔, 마지막 유언이었다.

금빛 글자들이 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눈물이 차오르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 지금은 슬퍼할 때가 아니었다.

어머니의 메시지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얼굴이 굳어졌다. 카엘조차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글자들이 잠시 흔들렸다. 마치 어머니의 영혼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처럼.

여기까지는 내가 이미 알아낸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문장은, 내 세상 전체를 뒤흔들었다.

금빛 글자들이 나를 향해, 그리고 내 뒤에 서 있는 모두를 향해 경고하듯 섬광을 터뜨렸다.

***

세상의 모든 소리가 멎었다.

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삐걱거리는 인형처럼, 내 모든 관절이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이안의 혼란스러운 눈동자. 엘리안의 창백하게 질린 얼굴. 그리고… 내 시선이 마지막으로 닿은 곳.

카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굳은 얼굴로, 허공에 떠 있는 어머니의 마지막 문장을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의 얼굴에서, 언제나 여유롭던 미소와 상대를 꿰뚫어 보던 예리함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그 자리에는 오직 텅 빈 공허와,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배어 나오는 지독한 슬픔만이 남아 있었다.

황혼의 눈물.

세상의 모든 죽음을 머금고 태어난, 저주받은 피.

살아있는 재앙.

언제나 내 곁에서, 나를 이 무덤으로 인도한 존재.

어머니의 메시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문장이, 사형 선고처럼 내 망막에 새겨졌다.

금빛 글자들이 허공에서 부서져 내리며, 단 하나의 이름을 남겼다. 그 이름이 울리는 순간, 카엘의 자수정 빛 눈동자가 절망으로 깨어지는 것이 보였다.

📚 용병 황녀의 귀환
1화   죽은 자는 말이 없다 2화   과거의 이름 3화   지옥의 문 앞에서 4화   독사의 표식 5화   거짓된 이름의 무게 6화   사자굴 속의 여우 7화   제7화: 사자의 아가리, 독사의 이빨 8화   제8화: 두 개의 복수, 하나의 표식 9화   제9화: 기사의 검, 황녀의 길 10화   제10화: 독이 든 성배 11화   제11화: 거미줄 위의 붉은 보석 12화   제12화: 늑대의 여동생, 뱀의 축배 13화   제13화: 독이 든 축배, 뱀의 낙인 14화   제14화: 늑대의 눈물, 그림자의 칼날 15화   제15화: 유령의 일기장 16화   제16화: 재앙의 탄생, 혹은 거짓된 유언 17화   제17화: 재의 초대장, 늑대의 송곳니 18화   제18화: 피의 자격 증명 19화   제19화: 두 개의 태양, 하나의 그림자 20화   제20화: 은빛 공작의 유희 21화   제21화: 악마의 거래 조건 22화   제22화: 별의 요람, 심장의 무게 23화   제23화: 부서진 거울, 세 개의 실타래 24화   제24화: 태양의 무덤, 그림자의 열쇠 25화   제25화: 황혼의 사냥개 26화   제26화: 달의 심장이 속삭이는 것 27화   제27화: 거짓된 이름, 얼어붙은 심장 28화   제28화: 그림자의 낙인 29화   제29화: 악마의 거래 30화   제30화: 심연의 부름 31화   제31화: 부서진 족쇄, 깨어난 심연 32화   제32화: 괴물의 목줄 33화   제33화: 심연의 계약 34화   제34화: 왕관의 무게 35화   제35화: 왕관을 쓰는 자